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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 될 드라마, 탐나는 도다

by 광제 200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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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 될 드라마, 탐나는 도다
-탐라는 조선의 숨결이다-

너무나 짧은 시간, 아름다운 제주를 배경으로 펼쳐졌던 정말 탐나는 드라마 ‘탐나는 도다’ 막을 내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6회로 압축되어 조기 종영된 ‘탐나는 도다’ 그 절반인 8회째 까지는 아름다운 제주가 배경이 되었지만, 나머지 절반의 배경은 드라마의 제목이 무색하리만큼 뭍에서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마지막회를 장식한 열여섯 번째의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그 배경을 또다시 제주도로 옮겨와, 외세조차도 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 사는 제주도를 모두가 힘을 합해 지켜내는 과정, 그리고 박규(임주환)와 버진(서우)이 결국에는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어 해피엔딩으로 종료되었습니다.

16회의 짧지만 굵은 여운을 남긴 ‘탐나는 도다’는 박규와 윌리엄(황찬빈), 그리고 장버진 사이에 펼쳐지는 애정의 삼각관계가 가장 볼만하였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가 끝나는 날까지 깊숙이 뇌리에 남아있는 부분은 탐라에 대한 찬란한 예찬이었습니다. 조선의 숨결을 이야기 하면서 탐라를 그 중심으로 끌어 올려 탐라의 가치 자체를 소중하게 다룬 점은 드라마의 흥미를 넘어 제주도 주민과 해녀들의 자긍심, 그리고 더 크게는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아름답고 탐나는 섬, 제주의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더욱이 드라마에서 사약을 앞에 둔 박규가 임금인 인조에게 고하는 ‘탐라’는 조기종영이라는 숨 가쁜 상황 속에서도 드라마의 제목에서처럼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했던 탐나는 섬, 제주도의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해 줬다고 봅니다. 박규는 형을 당하기 전 인조로부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기회를 얻는데,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저의 숨결이 아니라 이 조선의 숨결이옵니다. 그것은 조정이 그토록 무시하고 억압해 왔던 남쪽 땅 유배자의 섬에 살아있었습니다. 돌과 바람, 산과 바다와 부대끼며 삶의 행복을 나누는 곳, 가슴과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곳, 그곳이 바로 탐라, 제주였습니다. 그곳엔 거친 바다와 함께 하는 잠녀들이 있습니다. 탐라를 뜨거운 가슴속에 품고 물질을 하는 여인네들이 있습니다. 그 잠녀들이 마음 놓고 바다 속에서 전복을 캐고 삶의 아름다움을 캘 수 있도록, 남의 땅이 아닌 우리의 땅, 탐라가 될 수 있도록 지켜주시옵소서. 그것이 전하께서 외면하고 계셨던 조선의 숨결을 지키는 일이옵니다.

라며 마지막 가는 길에서 말하는 탐라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이 실제로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않았을까요?

박규를 심문하기 전 인조는 자신의 반정에 의해 왕위에서 폐위되어 탐라에 유배되어 있는 광해군으로부터 서린상단의 행적과 박규와 윌리엄의 무고함을 전하는 서찰에서 이미 박규는 죄가 없음을 알아차린 후였으며, 광해군의 인조에게 전하는 서찰의 내용에서도 탐라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소현세자와 박철대감의 아들 박규, 그리고 한 이양인이 역모 죄를 저질렀다 들었네. 이는 나를 앞세워 다시 조정을 바꿔보려는 한 상단의 모함일 뿐일세. 소현과 박규는 그들을 막고자 하다가 오히려 당하게 된 것이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이 삼촌의 말을 한번 들어주게나. 더 이상 나로 말미암은 희생은 없으면 좋겠네. 나는 이제 부질없는 꿈을 꾸지 않을 것이네. 그저 나는 이곳에서 흙이 될게야. 이 아름다운 탐라에서 말일세."

앞서 윌리엄을 내세운 서린의 음모에 의해 꼼짝없이 대역 죄인으로 몰리게 된 박규는 윌리엄과 함께 형틀을 목에 메고 옥에서 밤을 지새는데, 버진을 지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서린이 시키는데로 할 수밖에 없었던 윌리엄의 처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이제 날이 밝으면 생명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그 둘의 처지,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서로가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서로에게, 너희들이 존재함에 그간 행복했었다는 말을 합니다.

한편 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상단의 소굴에서 탈출한 버진은 어떻게 해서든지 박규와 윌리엄을 구하려고 하는데, 얀과 함께 도움을 청하려고 찾아간 곳은 또 다른 이양인 박연의 집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궁으로 잠입하는 버진과 얀, 박규와 윌리엄의 형을 집행하는 자리에서 임금에게 탐라 좀녀의 신분을 떳떳하게 밝히고 박규와 윌리엄은 죄가 없는 착한 사람이며 서린의 노비낙인이 찍힌 윌리엄의 등을 보여주면서 어쩔 수 없이 거짓 증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고하고는 결국,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이제 드라마의 무대는 다시 제주도로 옮겨지게 됩니다. 동인도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 거대한 포구를 건설한 서린의 일행들도 제주로 향하고, 무죄로 풀려난 박규와 윌리엄, 그리고 버진도 외세로부터 제주를 지켜내기 위하여 제주로 향하게 됩니다.


박규일행은 산방골 주민들에게 위기에 처한 탐라의 상황을 알리고, 이에 산방골 좀녀들과 주민들은 힘을 합해 동인도 회사와 서린상단과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모으게 됩니다. 한편, 애초에 포구로 정박하여 거래를 하려했던 동인도회사의 범선은 동료선원인 얀의 만류에 의해 접안을 못한 채 바다에 머물게 되는데, 얀도 비록 현재는 일본인의 신분이지만 조선은 자신의 조국, 조국 조선이 외세에 짓밟혀 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에 그의 마음속에는 서린상단과 거래를 하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범선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가 간다며 은을 가득 실은 배를 몰고 동인도회사의 범선으로 행하는 서린, 결국 이를 막으려는 산방골 주민들과의 숨 막히는 결전이 벌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박규가 치명적인 칼을 맞고 바다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를 지켜보던 버진은 지체없이 몸을 던져 박규를 바다 속에서 끌어 올리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또한 동인도회사와 은을 거래 하려고 범선으로 향하던 서린의 배는 산방골 좀녀들이 손에 손에 도구를 들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어 배 밑의 구멍을 뚫는데 성공합니다. 배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서 가라앉는 서린의 배, 싣고 있는 은을 버려야 살수 있다는 수하 전치용의 청을 거절한 서린은 “은은 나의 전부이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 가슴에 묻고 목숨을 버리겠다.”며 자결을 합니다.


드라마에서 펼쳐진 음모의 핵심인물이었던 서린의 자결로 인하여 탐라의 위기와 왕위를 꾀하려던 반정의 계획 등 모든 사건은 마무리 되고 윌리엄은 동인도 회사의 범선에 몸을 싣고 자신의 고향인 잉글랜드로 떠나게 됩니다. 그 동안 윌리엄과 꿈같은 사랑이야기를 펼쳐오던 버진은 사랑스런 윌리엄을 떠나보내게 되는데, “탐라를 꼭 잊지 말라.”고 당부를 합니다. 이에 윌리엄은 “내가 잉글랜드로 돌아가서 이곳 탐라와 아름다운 탐라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이다.”라며 추억의 깃들어 있는 탐라를 떠나게 됩니다.



이제 평온이 찾아온 탐라와 산방골, 칼을 맞고 죽기 일보 직전의 박규를 바다 속에서 건져내고는 “좋아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죽으면 어떡하냐.”고 절규하던 버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박규에게 “이제는 나를 두고 절대로 아무데도 가지 말라 .”며 그 동안 버진이 가슴속에 숨겨왔던 사랑을 확인하는 박규는 탐라에 계속하여 머물고 또한 제주목사(지금의 도지사)로 부임을 하게 되면서 버진과 박규는 사랑을 맺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렇게 해서 드라마의 첫 회부터 이어져 온 애정의 삼각관계에서 버진의 마음은 박규가 차지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탐나는 도다’, 4회 분량의 멋진 장면들이 조기종영으로 인하여 사라져 아쉬움 마음 간절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처럼 주옥같은 드라마를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진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일 뿐, 그런 아쉬움은 둘째 치고 라도 조기종영의 다급함에도 불구하고 알찬 편집을 통하여 드라마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음에 안도를 합니다. 짧지만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와 제작진에 찬사를 보내며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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