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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신용카드 이용한도 보고 까무러친 사연

by 광제 2009.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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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용한도 보고 까무러친 사연
-한도초과, 국내여행도 못가는 카드?-

요즘 최소한 신용카드 한 장 정도 안 갖고 다니는 분 있나요? 신용카드 붐이 태풍보다도 강하게 일던 십 수 년 전에는 카드 때문에 울고 웃던 일도 참 많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문제되었던 것이 바로 무분별한 신용카드의 사용으로 인하여 가계가 파탄 나고 심지어는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사회생활에 막대한 고초를 자초하기도 했던 사건들이 생각나는데요, 우선은 카드를 사용하는 당사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무분별하게 회원 수를 늘이기에 급급한 카드회사들도 이에 한몫 단단히 거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제도든지 사회적으로 확립이 덜 되는 ‘과도기’라는 것이 대부분 있는 법이어서 그러한 홍역 같은 과도기를 거친 요즘에는 카드이용자 스스로가 슬기롭게 조절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혜롭게 사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드의 난립으로 울고 웃는 경우도 많았지만, 신용카드가 부와 명예를 상징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대략 25년 전인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카드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게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름 있는 회사의 고위간부나 고위공무원 또는 잘나가는 사업체의 사장님이 아니면 감히 카드를 소유할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카드회사에서 회원의 자격여부를 엄격하게 심사를 하던 때라 안정된 수입이 보장 된 사람이 아니면 카드발행을 해주질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지갑 속에 신용카드 한 장 들어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VIP에 해당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후 카드사들이 하나둘 회원 모으기에 나설 때쯤, 이때는 카드의 소유 여부보다는 카드의 종류와 한도를 갖고 판단을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카드종류에 따라 한도는 정해지는 것이지만 보잘것없이 초라한 한도 보다는 이왕이면 금테 두른 카드에 한도가 빵빵하면 괜시리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시기였습니다.

며칠 전, 이 카드 한도 때문에 아내와 제가 배꼽을 잡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시내의 모 은행에 볼일이 있어 창구에 들렀는데, 일을 마친 후 은행원이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를 하더랍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만들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은행원이 계속하여 요구를 하는 바람에 “그냥 만들어 놓기만 하자”는 심산으로 허락을 하였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은행에서 날라 온 카드를 펼쳐 본 아내는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카드사용에 따른 안내장에 적혀있는 한도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부한도가 30만원에 서비스한도가 20만원, 총한도 5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한도에 그만 혀를 내둘렀던 것입니다. 현금서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30만원이라는 사실은 해도 너무 한 것이었습니다. 사용을 하든, 안하든 사람 일이란 건 모르기에 불가피하게 쓰여 질 지도 모르는 카드인데, 웬만한 물건 하나 할부로 구입할 수조차도 없고, 제주와 서울 왕복 항공권 끊고 나면 그걸로 끝, 한사람이 국내여행도 못가는 카드를 어떻게 들고 다니라는 건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괜히 들고 다니다가 엉뚱하게 챙피 당할 것 같다며 서랍 속에 고이 모셔뒀는데, 엊그제 은행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카드발행하고 난 후 아직 한 번도 사용을 안 하셨는데, 좀 쓰시죠?”라는 은행원의 말에 아내는

“아니 냉장고 하나 할부로 구입하지 못하는 카드를 어떻게 쪽팔려서 들고 다녀욧~!!”

“아! 그럼 한도를 상향 조정해 드릴테니 쓰세요.”

“아! 됐네요..이미 기분 잡쳤네요. 그냥 모셔 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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