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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라이터 사용하다가 쓰러진 사연

by 광제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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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터에 수만 볼트의 전압이 들어 있다는데
-호기심에 분해 해본 일회용 가스라이터-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라이터를 소지하고 다닐 일은 없지만 아주 가끔은 이 조그만 녀석이 절실히 필요로 할 때가 있습니다. 약 2년전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는 느끼지 못하던 불편함이 바로 가끔 필요로 하는 라이터인데요, 얼마 전 산소에 성묘를 갔을 때 아주 필요로 했습니다.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향을 피워야 하는데, 하필이면 불을 붙일 도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하필이면 동행을 한 가족 중에서 조차 라이터를 소지한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난감한 경우가 다 있을까요?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 외에도 성묘를 온 다른 가족들이 눈에 띠었습니다. 정말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염치를 무릅쓰고 가스라이터 한 개를 빌렸습니다. 빌려 온 라이터, 어서 빨리 돌려줘야 하기에 급하게 향을 꺼내들고 불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부는 날씨라 쉽게 붙여지지가 않아 라이터를 손으로 감싸 안은 채 불을 붙여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는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기에 충격을 받고 뒤로 넘어져야 했습니다. 실제로는 충격이 온몸에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전혀 무방비의 상태에서 갑작스레 손끝으로 전해진 강한 충격파는 몸을 뒤로 자빠뜨리기에 충분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놀란 나머지 남에게 빌려 온 라이터는 공중으로 치솟았고 충격 받은 몸은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다행인 것은 뒤쪽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 부상을 당할 뻔 하였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어렵게 성묘를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스라이터에서 감전된 원인이 궁금해졌습니다. 조그마한 가스라이터, 물론 불을 붙이기 위해선 라이터에 가스가 들어 있어야 하겠고, 이 가스에 불을 붙여주는 불꽃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불꽃을 만들어 내는 라이터의 스파크가 왜 이렇게 강력한 것일까요?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면 병이 됩니다. 그래서 저를 뒤로 넘어뜨렸던 그 라이터와 비슷한 녀석을 하나 구한 뒤 해부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가끔 있는 일이지만 평소 집에서 쓰던 가스렌지에 불이 붙여지지 않으면 아랫부분에 있는 건전지를 교체하면 불이 잘 붙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면 라이터에도 건전지가 들어 있을까요? 하지만 건전지가 아무리 작은 녀석이라 할지라도 이 조그만 라이터에 들어 있을 리 만무입니다. 분해를 해서 내부를 살펴봤지만 건전지는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안전공사에 몸을 담고 있는 친구 녀석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별걸 다 물어 본다고 웃던 녀석이 나중에는 아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일반적인 일회용 가스라이터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요, 우리가 보통 라이터돌이라고 부르는 부싯돌을 끼워 넣고 이를 돌려 불꽃을 발생시키는 방식과 전기를 발생시켜 전기불꽃에 의해 점화를 시키는 방식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중 전기를 이용하여 불을 붙이는 라이터가 바로 저를 쓰러뜨린 그 녀석인데요, 이 녀석이 전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을 ‘압점점화방식’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을 발생 시키는 것을 ‘압점점화방식(기계식)’ 그리고 “따따따닥~~!” 하고 누르고 있을 때 가지 소리가 이어지며 불꽃을 발생시키는 방식을 ‘원터치 방식(전자식)’이라고 합니다. 가정용 가스렌지에는 원터치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건전지를 이용합니다. 물론 건전지의 수명이 다 한다면 불꽃이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가스렌지에 많이 사용하는 원터치 방식은 건전지의 전압을 순간적으로 승압시켜 불을 붙이는데 비하여 압전점화 방식은 전기적인 힘은 전혀 빌리지 않은 채 불꽃을 발생시킨다는 겁니다. ‘압전소자’라는 것이 이용되는데, 손가락의 힘과 라이터에 달린 스프링의 힘을 이용하여 압전소자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고 불꽃을 일으키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전압이 무려 수만(1만~3만) 볼트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라이터에서 발생하는 수만 볼트의 전기는 인체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에 감전된다는 것은 시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아주 순간적인 찰나에 흐르는 전기로서, 흐르는 전기의 양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비록 전압은 높아 강한 스파크를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사람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건조한 날에 자동차 손잡이 등에 손을 갖다 대면 강한 정전기를 느끼며 놀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비슷한 현상이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그런데 정전기라는 것이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이어서 장난은 하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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