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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한라산

8시간동안 쓰레기 주워보니

by 광제 2009.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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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8시간동안 쓰레기 주워보니

가능하면 쉬는 날마다 오르려고 애쓰는 한라산입니다. 시간이 허락지 않아 그게 안 되면 근처에 있는 오름이라도 올라야 재충전이 되는 이상한 습관이 들어 버렸습니다. 산다운 산이라곤 한라산이 유일한 제주에 살면서 언제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산다운 등산, 여러 산을 여기저기 가볼 수 없는 점이 늘 아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그나마 오름이라도 각양각색의 다양한 모습으로 제주도 일원에 걸쳐 펼쳐져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름이건 산이건 다니면서 늘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이 있습니다. 대략 일 년 전쯤에 생긴 습관인데요, 바로 비닐봉지입니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두 번 주워 넣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습관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간식거리는 빼먹어도 비닐봉지만은 늘 배낭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데, 성수기 때에는 비닐봉지 한두 개 갖고는 어림없을 정도로 부족할 때가 있어 충분히 넣고 다니는 편입니다.

여름을 거치면서 한라산의 코스 중에서도 하프코스격인 어리목이나 영실코스를 즐겨 다니다가 기온이 살짝 내려 앉아 선선한 날씨를 보이면서 오랜만에 정상(백록담)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성판악을 출발하여 9.6km를 걸어 백록담에 오른 후 하산할 때는 관음사코스를 이용하여 8.7km를 내려와야 합니다. 종주코스로 18.3km에 이르는 장거리코스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빠른 경우 6시간, 느린 경우 9시간 까지도 소요되는 비교적 험한 코스이기도 하지만 한라산에서는 유일하게 정상인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많은 산악인들과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반로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주우면서 오르기로 하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줍지 않고 도대체 어떤 쓰레기들이 버려지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간밤에 비가 내린 뒤라 쓰레기들이 많이 젖어 있어서 조금은 지저분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대신에 비닐장갑을 한 겹 더 착용하고 나니 한결 나아졌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가는 무게만큼은 어쩌질 못했습니다.

 

 

간혹 등반객들이 흘린 장갑이나 머플러 등이 비에 흠뻑 젖어 있어 이런 것들을 같이 주워 넣다보니 쓰레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져 버렸습니다. 오르는 코스에 배낭을 메고 거기에 무게가 급증하는 쓰레기 봉지를 들고 이동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무거운 쓰레기 무게보다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등반로 변에 버려진 담배꽁초입니다.

산에서 흡연을 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탄을 받을 일인데, 그마저도 모자라 피웠던 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린 것입니다. 비에 젖은 꽁초에서 풍기는 악취를 맡아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거 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지나치는 등반객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담배를 피우는 분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몰래 담배를 피웠으면 꽁초도 아무도 모르게 본인이 치워야 하는거 아닌가요? 무거운 쓰레기도 아니고 또한 본인이 피웠던 꽁초인데, 그걸 남한테 치우라고 내팽개치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담배꽁초도 문제였지만 등반로 변에 버려진 쓰레기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초코렛이나 사탕의 포장지로 쓰여 졌던 비닐이었습니다. 이런 비닐들은 널려 있다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눈에 띠었는데요, 비닐종류는 버려졌을 경우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쓰레기 중에 하나입니다. 비닐이기 때문에 가벼운 이 쓰레기는 자신들이 챙기기엔 담배꽁초보다 더 수월할 듯한데, 버려지는 것을 보니 정말 이해하지 못할 행위들입니다.


성판악으로 오르면서 주워 담은 쓰레기는 무게가 급증하여 하는 수 없이 해발 1700고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관리소 직원에게 전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산하는 길이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직접 갖고 내려올텐데, 정상쪽으로 향하는 길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고맙게 쓰레기를 받아준 직원분께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모 방송의 30분 다큐 프로그램에서 지구를 구하는 착한여행이라는 프로를 우연하개 접한 적이 있습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에서 소박한 여행의 팁을 제공해주는데 바로 조그마한 행동의 변화로 환경과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즐기지만 누구나 착한여행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여행들은 즐기는 여행을 선호하는데, 즐기는 여행의 첫 번째 조건이 먹을거리입니다.

즐기는 여행족 1인이 하루에 만들어 내는 쓰레기의 양이 무려 3.5km이른다고 하니, 석유대신 땀을 흘리고 나무 젖가락 대신 손가락을 사용하며 일회용으로 인한 쓰레기를 없애고 대형마트 보다는 지역의 장터에서 소비를 하는 작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착한여행의 칩을 감동과 함께 전달해 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환경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착한여행을 하지는 못 할망정, 모두를 죽이는 ‘악한여행’, ‘악한등산’만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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