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만사

자전거를 훔쳐간 중학생을 잡아보니

by 광제 2009. 10. 16.
반응형




자전거를 훔쳐간 중학생의 어이없고 황당한 대답


같이 일을 하는 동료는 얼마 전 어이없는 사건을 경험하였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선물로 자전거를 사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생일날이 돌아오면 사준다고 오래전부터 약속을 했었기 때문에 화끈하게 사주자고 마음먹고 사준 것입니다.
이왕 사줄 바엔 오래탈수 있도록 괜찮은 녀석으로 고른다는 것이 이것저것 악세사리를 합해 2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고가의 자전거를 선물 받은 아들 녀석의 입이 귀에 걸린 것은 당연지사,
자전거의 안장 밑으로 자기이름의 이니셜도 적어 놓은 등 먼지라도 묻을세라 닦고 조이고 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 중 일부분을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자전거를 소유하게 됐으니 물건을 아끼는 그 마음 이해하고도 남기에 아빠와 엄마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새것이니까 애지중지 아끼지만 조금 타다보면 시들해지겠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동료의 아들이 애지중지 아끼던 자전거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전거 먼저 살피던 아들 녀석이 집안이 떠나갈 듯 소리를 치며 없어진 자전거 때문에 난리법석을 떨었던 것입니다.
자전거를 보관하면서 훔쳐가지 말라고 와이어로 된 잠금장치로 단단히 잠궈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밤사이에 사라져 버린 자전거,
잠금장치도 자전거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Police bike with handcuffs by niznoz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보물과도 같았던 자전거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아들이 애타는 마음도 그렇지만 거금(?)을 들여 사준 아빠의 마음 또한 오죽할까요.
더욱이 안절부절하는 아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더 속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야겠다는 독한마음을 먹고는 퇴근 후 한 시간씩 애들이 자주 다니는 공원이나 학교 주변을 살폈다고 합니다.


그러길 3일째 되던 날, 인근마을의 놀이터에서 아들 녀석이 잃어버린 자전거와 똑 같은 자전거를 타는 학생을 발견한 것입니다.
천천히 학생에게 접근하면서 보니 영락없는 아들의 자전거,
그래도 세상에 같은 물건이 한두 개도 아니고 해서 실수를 하면 자칫 어린학생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으면서 다가갔습니다.


"이야~좋은 자전거네? 얼마주고 산거니?"

"몰라요 아빠가 사주셨어요."
 

"좋겠네. 어느 아파트에 사니?"
 

"그건 왜 물어요?"

"자전거가 좋아보여서 나도 하나 사려고." 하며 아들 녀석이 표시해둔 이름 이니셜이 안장 밑에 적혀 있는지 살펴보니 또렷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아들의 자전거를 찾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들의 자전거임이 확실해지자 우리 자전거라는 설명과 안장 밑에 이니셜이 적힌 것 등을 보여주며 녀석에게 자전거를 훔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잡아떼던 녀석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가져간 것임을 시인했는데, 문제는 절대로 훔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금 타다가 갖다놓으려고 한 것인데.."


"그건 그렇고 잠금장치는 어떻게 열었니?"


"그거 여는 거 쉬워요. 손으로 돌리다 보면 열리는데요."


중학생으로 보이는 녀석의 입에서 비밀번호로 된 잠금장치를 직접, 그것도 아주 쉽게 열었다는 대답에는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훔쳐가게 된 이유도 알게 됐는데,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를 훔치려고 했던 것이 먼저가 아니고 잠금장치가 열리나, 안 열리나 연습을 해본다는 것이 하필 쉽게 열리는 바람에 자전거까지 타고 갔다 하니 웃어야 할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