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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금은방 주인이 집으로 찾아 온 이유

by 광제 200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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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주인이 아침부터 집으로 찾아 온 이유

금값 폭등이 서로의 처지를 뒤바꿔 놓기도 합니다.

이른 오전 시간부터 울리는 초인종소리는 다른 때보다 비교적 크게 들립니다. 오전에는 보통 택배직원들이 많이 오는데, '물건 올게 있나?' 하고 현관문을 열어보니 금은방에서 왔다고 합니다. "금은방에서 웬일이세요?" 어안이 벙벙하였습니다.

금은방에서 찾아올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집안에 금붙이 갖고 계신 거 있으면 파시라구요.."

"아~네에..."

'없는데요..' 하고는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순간 이렇게 금매입을 위하여 이른 오전부터 가정집을 방문 한다는 게 신기해 보이기도 하여 궁금증 해소차원에서 다시 물었습니다.

"요즘은 금도 사러 다니는군요.. 얼마 주실 건데요.."
얼마 줄거냐는 말에 이 아저씨, 얼굴에 희색이 만연합니다.

"아 비싸게 쳐드릴게요.. 순금은 15만원, 18k는 11만 5천원 드릴게요..지금 바로 현찰로 드립니다."

금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15만원을 넘긴 사실은 솔직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정말 많이 올랐구나.' 라고 생각하는데, 이 아저씨 바로 치고 들어옵니다.

"얼마나 있으세요? 잘 쳐드릴게요..파세요."

'금송아지 있는데, 나중에 팔게요.' 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고 있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가 오고가는 마당에 농담은 할 수 없었고

"그냥 대엿 돈 남짓 있는데..나중에 상황 보면서 팔려구요.. 더 오를지도 모르잖아요..."

"이긍 이제 더 오르기 힘들 거에요...지금 안팔면 내릴지도 모르는데...;;"

"아뇨 그래도 좋습니다. 나중에 팔게요.." 하고는 돌려보냈습니다.

'오르지 않을 거면서 왜 사려고 하지?' 라고 혼잣말과 함께 현관문을 닫고는 참 세상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금시세 때문에 가정에서는 금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금 상인들은 애가 타고, 하는 수 없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방문매입을 하고 있겠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gold cast bar by hto2008 저작자 표시비영리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애들이 돌잔치 때 받은 돌 반지를 바로 금은방에 팔러 나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반지로 그냥 보관하느니 팔아서 통장에 저축이라도 해둘 생각이었습니다. 기억에 당시 순금 한 돈 팔려면 4만5천원에서 4만 8천원 정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단돈 몇 푼이라도 더 받아 보려는 욕심에 이곳저곳 전화로 상담도 해보고 했지만 마음처럼 구미가 당기는 가격을 제시하는 금은방이 없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금은방 주인의 투박한 응대는 사람을 정말 무안하게 만들어 버리더군요. '이 보다 더 줄 수 없으니 팔려면 팔고 아니면 말라.' 식이었죠.

하기사 그거 몇 푼 남는다고 애걸복걸하며 사고 싶은 마음은 없을 듯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금을 팔려는 사람들의 조급함을 십분 이용하려는 얄팍한 상술로 비쳐질 때가 많았습니다. '니가 얼마나 돈이 급하면 여기까지 들고 왔겠니..싸게 놓고가!' 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처지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기고만장하고 뻣뻣하던 금은방 주인들이 직접 많이 쳐주겠다고 하면서 방문매입까지 나서고 있으니 말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금값의 급등소식에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금붙이를 갖고 있는 가정에서는 조금이나마 든든하겠지만 발길이 뚝 끊겨버린 금은방의 주인들은 속이 탈일입니다.
이래서 세상은 둥글다고 하나 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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