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꾸짖는 아저씨, 낯 뜨거웠던 이유

성탄절에 마음이 들떠있는 애들을 데리고 아이스링크장을 찾았습니다. 성탄절을 지나 연말로 치닫고 있는 시기, 마침 애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도 하루 전날 겨울방학에 들어가 모처럼 가족이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할 수가 있었습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성탄절에 어울리는 눈 구경을 하고 싶다는 애들, 하지만 산으로 오르지 않는 한 애들에게 눈 구경을 시켜줄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하여 찾은 곳이 도내에 유일한 모 아이스링크장입니다. 독점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아이스링크장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불하고는 링크장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빠인 저는 한번도 스케이트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타는 것은 포기하고 대신에 링크장에 입장하여 애들이 타는 모습을 사진이라고 찍어줄 심산이었습니다.

애들은 비록 능숙하지 못한 실력이지만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곧잘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애들이 흥겹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고 가만히 있다보니 추위까지 엄습해옵니다. 링크장의 조립식의 간이 구조물이 있었는데, 마침 그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피하거나 또는 링크장 측에서 판매하는 갖가지 음식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구조물이 비닐로 되어 있기에 안에서도 어느 정도는 바깥을 관찰할 수 있기에 바람도 피할 겸 안에서 애들을 지켜보기로 하고 안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습니다. 구조물 안에는 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휴일에다가 바깥공기가 쌀쌀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구조물 안에서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간 지 불과 5분이 안되어 눈길을 잡아끄는 광경이 벌어집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세 명이 구조물 안으로 재잘거리며 들어오더니 두 학생은 자리를 잡고 앉아있고 나머지 한 학생은 안에서 판매하는 어묵을 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는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학생들의 입가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니 상당히 추운모양입니다. 추위도 얼어있는 몸도 추스릴 겸 어묵을 사 먹으려는 듯 보였고, 탁자에 놓인 어묵그릇을 보며 환호성을 터트리는 것을 보니 과연 여학생들의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을 그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눈길을 돌려 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괴성이 들립니다. 성인남자의 호통 치는 목소리에 놀라 여학생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여학생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 뭣에 쓸거야!”

“죄송해요 아저씨..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다면 다야? 옷을 완전히 베려 놨잔아!”

“정말 죄송합니다. 어떡하죠?”

오가는 대화내용과 벌어진 상황을 보아하니 여학생들이 어묵을 허겁지겁 먹다가 그만 어묵 한 개가 꼬치에서 빠지면서 그만 남자의 종아리 근처의 바지에 어묵국물이 튕긴 것이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여학생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잘못했다면서 어쩔 줄 몰라 굉장히 당황해 하는 눈치입니다. 잠시 후 고성은 잠잠해지고 때 아닌 돌발 상황에 난처해진 여학생들은 완전히 풀이 죽어버린 모습입니다. 때문에 조금 전 재잘거리던 모습은 어딜 갔는지 조용해졌습니다.

자신들이 덤벙거리다가 어른에게 피해를 끼쳐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한 여학생들, 이미 고개를 완전히 바닥을 향해 내리깔려 있었고, 어묵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난 줄 알았던 남자의 꾸지람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어린것들이 말야..놀러 다니면서 좀 차분히 놀 것이지 덤벙대기나 하고 말야~”
“요즘 학생들은 정말 문제야 우린 저러지 않았는데 말야..”

쉴 세 없이 이어지는 남자의 꾸지람에 이제 여학생들은 완전히 고양이 앞에 쭈그리고 있는 생쥐처럼 보였습니다. 남자의 꾸지람은 이제 어느덧 잔소리로 바뀐 것입니다. 안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조차 눈길은 그쪽으로 집중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조차도 이제는 그 남자의 잔소리에 눈을 흘기는 모습들이 역력하였습니다.

흘깃 남자의 바지 쪽을 쳐다보니 그리 심해보이지도 않았고, 여전히 계속되는 남자의 잔소리에 안되겠다 싶어 가까이에 있던 제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저씨 그만하시죠..가만 보니 학생들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솔직히 학생들이 반성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잔소리, 이건 아니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의기양양하던 남자는 별 희안한 놈이 별 참견을 다 한다 싶었는지,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이제 안에서는 조금 전의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습니다.

어른이 어린사람에게 하는 말들을 보면 누가 뭐래도 인생경험이 많은 경험자의 말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진정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격적인 말이 있는 반면에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가벼이 듣고 흘려버리는 경우의 말도 있습니다.

아마도 공감대의 차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어느 선을 넘어서 슬슬 지겹지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언제 역효과가 벌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학생들에게 명쾌하고 간략한 꾸지람은 그들에게 도움이 줄 수 있지만, 그게 훈계를 넘어서 잔소리로 변질되게 되면 그들로부터 어떠한 역효과는 물론이요,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어른인 것입니다. 애들이 볼까 두려웠던, 같은 기성세대로서 낯 뜨거웠던 상황이었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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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내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집 밑 집 아저씨 완전 웃김.

    밤 10시 이후로는 무조건 조용히 해달라고 함.

    새벽에 베란다 수돗물 좀 틀었더니 소리 듣고 올라와서 따짐.

    죄송합니다 조용히하겠습니다 좋게 말했더니 재미 붙였는지

    며칠 뒤에 10시 30분 쯤에 또 올라와서는 무슨 달그락거리는 소리난다고
    따지러 또 올라옴.

    누가 밤에 운동을 해 굿을 해 망치질을 해 애가 있어? ..
    서로 이해하고 살잖다.
    자기는 쥐뿔도 이해안하면서...

    열받아서 나도 미치기 일보직전의 모습을 보여줬더니
    사과하고 내려가던....정말 황당함.

    밑 집 사람만 힘든줄 아나..윗집 사람은 더 힘들다.

    아저씨의 진상스토리를 읽고 생각나서 그냥 넋두리를 해봤네요..;;

    2009.12.28 23:48
  3. Favicon of http://smallstory.tistory.com BlogIcon 윤서아빠세상보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는데도
    계속 심하게 잔소리를 하시는 건 좀...
    파르르님이 잘 하신 겁니다.

    2009.12.28 23:56 신고
  4. Favicon of https://humorzoa.tistory.com BlogIcon 유머조아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휴... 잘하셨어요~

    2009.12.29 00:21 신고
  5. 콩씨네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그랬어요...어른답지 못한 사람은 어른대우 할필요 없다고요....^^ 나이들어도 철없는사람 많아요^^ ~http://www.cyworld.com/shh0088/3263671

    2009.12.29 00:36
  6. Favicon of https://bbeater.tistory.com BlogIcon Dohwasa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놈' 은 어딜가도 저럽니다. 약해보인다 싶으면 큰소리 뻥뻥, 세보인다 싶으면 깨갱하는거죠.
    그저 미친개한테 물린셈 쳐야하는데, 파르르님께서 적당히 개입하셨네요. 잘하셨습니다.

    2009.12.29 00:46 신고
  7. 포커스의 차이겠져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지나가다가 놀이터 같은 곳에 학생들 담배 피우고 있는거 보면,
    저도 어릴때 담배 피워봤으니 그것도 한때다 생각하면서, 오히려 추억이 떠올라 그냥 넘어가죠.

    반면에 나는 피운적도 없고, 피워도 몰래 숨어서 피웠다며 이해를 못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련히 지들도 눈치껏 누구 안오나 하면서 피울텐데, 굳이 가서 혼내고 다그칠 그럴필요까지 있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ㅎㅎ

    학창시절 주택가 담벼락 사이에 숨어서 담배피우다가 민원들어와서 도망 다닌 기억도 꽤 있네요.
    그때 민원 넣으신 분들께는 죄송했습니다, 당구장이나 오락실 아니면 딱히 눈치 안보고 피울곳이 없어서 그만 ㅎㅎ ;;

    2009.12.29 00:52
  8. 박수호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나오는 멘트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조금이라도 나이 드신 분이 젊은 사람들 보면 탐탁치않죠.

    2009.12.29 01:45
  9. 정은주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그 나이때 아이들이 실수로 한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일에 무안주시는 분들 계시는듯;;저도 예전에 알바하면서 피해를 준것도 아니고 헷갈려서 저것보다 작은 실수를 했는데 너무 심하게 화내셨던 기억이;;그런데 주위의 아저씨들이 그만 하라고 그 아저씨 달래서 보낸다음에 저에게는 뭐 저런 사람이 다있냐? 저런 사람도 자식키운다고 한다고 하면서 위로해 주셔서 마음이 진정됐던 기억이 있네요^^글쓰신분이 용기 있게 나서 주셔서 여학생들에게는 많은 위로가 됐을 거예요^^

    2009.12.29 01:50
  10. 헬로키티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금 관계없는 얘기지만, 제주시 연봉로에 상설 아이스링크장이 한군데 더 있어요ㅋ
    제주도에 아이스링크장 한군데밖에 없다 그럼 좀 없어보여서-_ㅠ 참견해봅니다,

    2009.12.29 03:19
  11. 대단하세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지신 분인거 같습니다. 아마 안막으셨다면 그 아저씨 더 심한말도 내뱉었을거라고 생각되어집니다.
    그래도 글쓴분같으신분이 있으셔서 그래도 아이들이 어른을 믿고 의지할수도 있는거겠죠?

    2009.12.29 03:46
  12. 33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 많으신 아저씨들 특히 저런 경우가 심한듯 합니다.
    전 동네 넓은 골목길 걸어가다 앞에가던 다리가 약간 불편한듯하신분한테 대낮에
    XX년 소리들었습니다. 앞에가다 발자국 소리에 돌아보더니 자기를 기분나쁘게 봤다는 겁니다. ㅠㅠ
    이런분들이 제가 남자였으면 과연 그런 쌍욕을 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만만한 여자들한테 저렇게 화풀이하시는것 같네요.
    그리고 전 어른공포증이 있답니다. ㅠㅠ 어쩔 줄 몰라한 여학생 기분 너무도 절실하게 와닿네요 ㅠㅠ

    2009.12.29 05:42
  13. 공감합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나이만 많으면 어른인줄 아시는 어른분들 종종 계십니다..
    예의없게 처음본 사람에게 어리니까 당연하다는듯 반말은 기본이고
    어쩔때는 쌍욕도 하시고~
    실수로 부딪쳐서 정말 죄송한마음과 함께 죄송하다고 말했는데도 마치 너 오늘 잘걸렸다는 식으로 짜증과 욕을 저에게 다풀어놓는 분도 계셨어요..그게 도가 넘으면 미안했던 마음도 당연히 사라지죠..
    저는 스무살인데 그런분들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이만 먹었지 아직 어리구나 하고 고 넘겨버릴때도 있고;;;;;;하하하하

    2009.12.29 08:35
  14. 왠참견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이같음 안열받겠어요? 세탁비용을 달라고 해야하지만 학생들이라 그러지는 못하고
    그냥 혼낸거잖아요
    누군들 그상황에서 안열받습니까?

    2009.12.29 08:48
    • 열받겠죠.  수정/삭제

      그 상황이면 화가 많이 나실수 있겠죠.특히나 소중한 바지였다면 더욱 말이죠.
      하지만, 학생들이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꾸지람을 넘어서 잔소리(로 보일정도록 계속)까지 이어가는건 그렇게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잔소리는 그냥 꾸지람이 아니라 자신의 화풀이도 함께 들어간거니깐요.

      2009.12.29 16:16
  15. Favicon of https://gili4u.tistory.com BlogIcon 기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모르지요. 그분껜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바지일지도...
    별거아닌 일로 오바하고 끝없는 잔소리를 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은 고쳐져야 하지만
    당하신 분의 속마음을 알수 없을때는 어느정도 객관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2009.12.29 10:49 신고
  16. Favicon of https://bbore.tistory.com BlogIcon 보시니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이 실수한 것에 대해 도가 지나친 행동이었네요.
    아이들을 혼낸 수준이 아니라 자기 기분 나쁜 것을 푸는 행위였을 뿐인 것 같습니다.
    파르르 님, 잘 하셨어요!ㅎㅎ

    2009.12.29 11:03 신고
  17. Favicon of http://chocodama.tistory.com BlogIcon chocodama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는 그런거 봐도 암말도 못할듯 한데,,, 용기가 대단대단!!!
    그 소녀들에겐 구원의 빛이었겠어요^^

    2009.12.29 14:57 신고
  18.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1.01 17:15
  19. Favicon of https://kdwook1.tistory.com BlogIcon 복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어른다운 어른이 별로 없는듯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보다 어린사람한텐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는데 인색해지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하는 모습들을보며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렇게 행동하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10.02.06 00:26 신고
  20. 그냥 한마디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아저씨는 나이를 X구녕으로 쳐드셨나봅니다. 쓸데없이 헛나이만 먹은게 뭐 그리 대단한 벼슬이라고.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어른답게 관용이라는 것도 갖춰야지 말야. 쯧쯧쯧.....

    2010.05.21 01:21
  21. 재밌게봤어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히 어른들이 '우리때는 어땠는데 말이야...'라며 말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란걸 알면서도 반발감에 안듣거나
    반대로 행동하곤 했죠
    그런 어른들은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어른들 같았어요
    생활양식의 변화에따라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변할수 밖에 없는건데
    과거나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역시 잔소리든 꾸지람이든 충고든 비교하는 식으로 얘기하면 역효과인것 같네요

    2010.05.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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