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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 직접 겪어보니

by 광제 200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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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 직접 겪어보니

귤 수확이 한창이던 얼마 전 처가가 있는 서귀포에 갈일이 있었습니다. 워낙 손길이 보자라다 보니 사위가 도와주면 한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사위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처가 일 해줄 때 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본집에 일이 있을 때는 좀 요령도 부리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장모님 사랑을 좀 받다보니 요령 필 새 없이 일이 재밌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장모님 사랑 못 받는 분이 계시다구요? 좀 잘하시지요..^^ 각설하고...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었던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해가 떨어질 상황,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스로 한 시간여를 남기고 약속사실이 떠 오른 것입니다. 부지런히 달려가면 늦지는 않을 시간, 그런데 약속장소로 바로 가버리면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아내가 타고 갈 차량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자동차 키를 넘기고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가끔씩 타는 버스지만 이렇게 급한 경우에 버스는 타본 적이 없는 터라 제 시간에 도착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시간은 점점 흘러 마음은 상당히 급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기사가 한시가 급한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버스 스스로가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경쾌(?)하게 움직입니다.


남들 눈치를 보며 가끔씩 했던 예측출발은 아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며, 간혹 정거장에서 손님이 타고 내릴 때면 손님이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신속한 출발, 그리고 내릴 때에는 손님이 미처 인도로 올라서기도 전에 시원하게 출발합니다. 신호등의 황색등은 보이지 않는 듯 했으며, 간혹 끼어들려는 조그마한 차량들은 소리도 우렁찬 크락션 한방으로 여지없이 물러나게 만들곤 하였습니다.

“이래서 바쁠 때는 대중교통이 좋다는 것이었구나...기사님! 최고~!” 를 외치면서 아주 신속하게 약속장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내리면서도 종횡무진 달려준 기사아저씨가 너무 고마워서 아주 큰소리로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덕분에 겨우 5분여 밖에 늦지 않아 무사히 볼일을 보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난 엊그제, 애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서귀포에 나들이를 다녀올 때의 일입니다. 얌전하게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옆차선에서 손님을 태운 버스 한 대가 미처 바뀌지도 않은 신호를 위반하며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혀를 차지 않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다른 버스는 규정속도로 달리고 있던 내 뒤에 빠짝 따라 붙고는 비키라는 뜻으로 상향등을 깜빡이며, 그것도 모자라 크락션까지 심하게 울려댑니다. 결국 나를 추월한 버스는 눈에 보이지 않게 멀어져 갔습니다. 무슨 일이 그리 바쁜지 “저러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이때 불과 며칠 전에 약속장소까지 신속하게 데려다 줬던 고마운 버스가 생각납니다.  그때도 지금의 나처럼, 내가 타고 있는 버스 때문에 위협과 공포를 느끼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던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이 전혀 상반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남보다는 내가 우선이다.’ 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결국은 자기중심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고를 낳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나부터도 급한 일을 닥쳤을 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그마한 사건 하나로 나 스스로가 얼마나 간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상반된 일을 경험하면서 이렇게라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행운이라고 여겨야 할 듯합니다. 너무 앞만 보지 말고, 잠깐씩이라도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며, 가끔은 상대방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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