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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장애인이 파는 껌, 사주면 안된다는 아내, 이유는

by 광제 201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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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파는 껌, 절대로 사면 안된다는 아내

동네에 자주 가는 고깃집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생고기의 맛이 일품이고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애들도 유난히 반기는 집이라 외식을 할 때면 종종 찾는 집입니다. 주민들에게도 소문난 이집, 며칠 전에도 애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이 식당을 찾았는데 변함없이 손님들이 북적입니다. 겨우 자리를 마련하여 앉고는 기분 좋게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선을 불판 쪽으로 향하고 고기를 굽고 있어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야~! 껌이다..."

"잠깐! 만지지마!"

앞에 앉은 딸애의 환호소리와 아내의 단호한 소리가 연거푸 이어집니다. 가만 보니 딸애의 손에 껌이 한통 들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가족이 밥을 먹고 있는 탁자위에 껌을 놓고 간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식당 안을 살펴보니, 외모로 보아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분이 식당 안에 있는 손님들의 탁자마다 돌아다니면서 껌을 한통씩 놓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처음부터 돈을 받으러 다닙니다. 한통에 천 원씩 받고 있었습니다. 껌 파는 장애인 아주머니였습니다. 우리탁자에 놓인 껌을 흘깃 쳐다보니 껌 통의 겉면에는 장애우와 관련된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이 얼핏 보입니다. 

"엄마~ 나 껌 씹고 싶은데...이거 하나 사면 안돼?"

"안돼! 사지마...이따가 슈퍼에서 사줄게..."

"그런데 엄마! 장애인인데 불쌍하잖아.. 하나만 사주자.."

"안돼!"

아무소리 안사고 아내와 딸애가 주고받는 대화내용을 듣다보니 아내의 의지가 확고합니다. 딸애의 생각도 그렇고 제 생각에도 하나 사줄만한데도 불구하고 아내의 단호한 거절에 일단 끼어들지 말고 지켜보기로 하고 유심히 아주머니가 껌 파는 광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껌을 사줄까..' 하지만 생각보다 껌을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테이블이 열 곳이 넘어 보이는데 비해 겨우 두세 테이블 만이 천 원짜리 한 장씩을 건넵니다. 다시 우리 쪽으로 다가온 아주머니, 아내는 변함없이 단호한 어조로 "안사요!"를 외칩니다. 아주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탁자위에 놓인 껌을 낚아채듯 도로 갖고 갑니다. 청각장애인이면서도 의사표현은 알아듣는 듯합니다.

평소 좋아하는 껌을 눈앞에 두고도 손에 넣지 못하는 딸애의 얼굴에는 이미 실망의 빛이 가득합니다. 더욱이 장애인을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더욱 아쉬운 듯 합니다. 엄마와의 논쟁(?)을 좋아하는 딸애, 그냥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마! 장애인인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왜 껌을 사지 말라고 하는 건데?"

"너 엄마 말 잘 들어봐!"

껌을 사주지 못한 게 끝까지 아쉬웠던지 야무지게 질문을 던지는 딸애에게 아내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비록 청각장애인지만 말쑥하게 차려입은 아주머니를 가리키며 충분히 일을 하며 돈을 벌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장애인 아주머니, 남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젊은 나이라는 것이 아내의 설명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아내의 설명이 그럴싸합니다. 진지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였지만 딸애는 "그래도 껌 하나 사주는 건 나쁜 게 아니잖아!" 라며 아직도 불만스런 표정입니다. "그냥 한통 사주지 뭘 그러냐?" 라고 아내에게 말을 건넸지만, 아내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조금 전 그 아주머니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동네에서 주부들 사이에서 소문이 날 정도로 식당가를 누비고 다니며 저런다고 합니다. 사지가 멀쩡해 갖고 저러고 다니는 게 얄밉다는 게 아내의 주장이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늦게나마 껌 파는 아주머니의 존재를 알았는지 식당주인이 달려와 아주머니를 식당 밖으로 내모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조금은 염려스러운 것이 바로 딸애의 마음입니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설명을 하고는 껌을 거부한 게 맞는 건지, 비록 아주머니가 얄밉기는 하지만 모른 채 하고 딸애의 순수한 마음을 생각해서 껌 한통 사줬어야 맞는 건지는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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