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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외손주를 유난히 사랑하는 이유

"바꿔라~!"
전화를 받자마자 저음 톤의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가진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옵니다. 일 년 365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전화벨이 울리는데, 백발백중 장인어른 아니면 장모님의 전화입니다. 외손주 목소리를 듣고 싶으니 외손주 둘 중에 아무라도 좋으니 바꾸라는 소리입니다.

전화를 바꿔주면 하시는 말씀도 늘 거기서 거기입니다. '하루는 뭐하면서 지냈니?' 에서 시작하여 '반찬은 뭘 먹었니?' 등등 10여분 이상을 외손주와 시시콜콜(?)한 얘기를 마치고 나면 다음에는 장모님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그러기를 다시 10여분, 장모님 또한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후에 사위와 딸은 안중에도 없듯이 전화를 끊습니다.

이렇게 외손주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해 하시는 장인장모님, 행여나 외손주들이 집에 없어 전화를 못 받을 상황이면 실망하는 표정이 목소리에서 여실히 느껴지기도 합니다. 간혹 외출을 하여 집을 비워 전화를 받지 못하게 되면 노심초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인장모님의 외손주 사랑은 처갓댁을 찾아갈 때 가장 최고조에 달합니다. 갈 때마다 항상 전화를 미리 드리고 가야하는데, 이유는 장인어른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외출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이유 때문인데, 가는 날마다 차가운 날씨에도 집밖에 나와서 먼발치에서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손꼽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칠순을 넘기신 두 분이 외손주들이라면 이렇게까지 껌벅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해할 수 없는 두 분의 외손주 사랑, 이에 못지않게 우리 애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정말 남다릅니다. 외가에 들어서자마자 줄곧 두 분의 무릎에서 떠날 줄 모릅니다. 온갖 재롱을 타 피우는 광경을 보다보면 은근히 질투가 나기도합니다.

어떤 이들은 애들이 할머니 댁에 가기를 싫어한다던지, 또는 가더라도 냄새가 난다며 곁에조차 안 가려고 해서 문제라며 어른들 뵐 면목이 없다고 난처해 하지만, 우리 애들은 최소한 그러한 걱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잠을 잘 때도 꼭 할아버지나 할머니 품에서만 자려고하니 그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는 사위로서는 늘 흐뭇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언제나 당신들의 품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엄마아빠보다 더 당신들을 잘 따른다 하여 유난히 외손주들을 아끼는 것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외손주 못지않게 친손주 또한 잘 따르지만 이처럼 애틋한 사랑을 쏟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그런지 아내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질 않습니다.

실제로 장인장모님의 나이가 되어보고 딸을 시집보내 보면 그때 가서 그 깊은 뜻을 알겠지만 지금 바로 이유를 들춰내자면 딸을 출가시킬 때의 부모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들을 장가보낼 때는 덤덤했던 두 분께서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내는 자리에서는 연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던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시집보내기 전, 어쩌다 섭섭한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시집가서 애를 낳아보면 엄마 마음을 알거야..' 라고 말하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딸을 시집보내는 날, 사위를 맞이하는 기쁨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아쉬움의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느꼈던 애잔한 정이 외손주들에게 미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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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여 년 전, 외할머니 댁에서 늘 살다시피 하면서 사랑을 독차지 했을 때에도 몰랐던 애틋한 정을 성인이 된 지금도 그 깊은 뜻은 알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딸애를 키워 시집보낼 때 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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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greensol.tistory.com BlogIcon 여행사진가 김기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릴 때는 외할매 손에 자라다시피 해서...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넓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

    2010.01.18 08:25 신고
  3.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장모님이 제 딸들에게 하시는 것을 보면...
    엄마와 딸 사이에는 아들과는 다른 정말 설명 못할 애틋함과 정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낄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제 아내가 할머니가 되고나면 손주에게 그러겠죠...

    2010.01.18 08:33
  4. Favicon of https://islandlim.tistory.com BlogIcon 임현철  수정/삭제  댓글쓰기

    잔잔한 그렇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지요?

    2010.01.18 08:36 신고
  5. Favicon of http://greendiary.tistory.com/ BlogIcon 수우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저희 할머니 손에 자라서 ^^ 지금도 때때론 좋아 하죠 ㅎㅎ 아.. 진짜 저도 외할머니를 더 좋아 하는거 같아요 신기하네 ^^

    2010.01.18 08:57
  6.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릴때 외가에 잠시 얹혀살았던지라.
    유독 각별한듯^^
    잘보고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2010.01.18 08:59 신고
  7. Favicon of https://windmark.tistory.com BlogIcon 혜 천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른들은 누구나 외손자를 좋아 하나 봅니다.
    정서상으로도 좋은니 참좋죠.
    오늘하루도 즐거운 날 되세요.

    2010.01.18 09:29 신고
  8.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친정어머니도 유독 외손주를 좋아하셔서 우리 애들도 외할머니를 좋아하더라고요.
    외할머니가 엄마같은 느낌도 드나봐요.

    2010.01.18 09:58 신고
  9. Favicon of http://jjongi.tistory.com BlogIcon 쫑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적에 외할머니께서 저보고 "우리강아지~우리강아지~" 하시며 반겨 주신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이젠 제가 다 큰 나머지 조카에게로 우리강아지가 넘어갔지만...
    오늘따라 한번 더 "우리 강아지~ " 라는 말이 듣고 싶네요

    2010.01.18 10:00 신고
  10. Favicon of http://minjine.kr/story BlogIcon 뽀글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내일 포스팅할꺼 이이야기인데^^;; 비슷해요^^;; ㅎㅎ
    아주 사랑이 넘치는 사이이죠^^;;

    2010.01.18 11:17
  11.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집에 아이들을 보냈는데..
    또래 형이랑 누나가있어서 아이들은 더 잇고싶어하는데
    엄마 등쌀에 못이겨 어제 일산가서 아이들을 데리고왔어요..^^
    내참...
    보고싶으면 직접 데러오라고 할라다가 참았네요..ㅎㅎㅎ

    2010.01.18 12:20
  12. Favicon of http://designkoon.com/story BlogIcon 디자인쿤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래도 저도 외가댁하고 더친했던거 같아요^^

    2010.01.18 16:02
  13. 연주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할머니 이모 외삼촌 외사촌.... 모두 더 친해요 ㅋㅋㅋ
    왜그럴까요 이것참~ 미스테리합니다

    2010.01.18 17:07
    • 나비이론  수정/삭제

      한국문화에서 외가쪽과 더 친밀한 데에는 이유가 있지요~^^
      인류학적으로 볼 때, 부계혈통을 잇는 문화에서는 외가쪽과 더 친밀하고, 반대로 모계혈통을 잇는 문화에서는 친가쪽과 더 친밀하답니다. 쉽게 말해서 아버지에서 아들로 혈통이 이어지는 문화에서는 외삼촌과의 사이가 친밀하지만, 외삼촌에서 외조카(누이의 아들)에게로 혈통이 이어지는 문화에서는(이것이 바로 모계혈통의 정석이지요~! 모계혈통이란 어머니에게서 딸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몇몇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말이지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친밀함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혈통의 승계가 주는 위화감을 비공식적인 혈통의 라인이 위무한다고 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친가보다는 외가 쪽에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도 그같은 인류학적인 보편성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도 어릴 적 외갓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는... ㅎㅎㅎ~

      2010.01.19 03:16
  14. Favicon of http://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한 이야기 입니다.
    아이들이 벌써 다 커버린듯 멋져 보이네요.
    문득 이상하게 외가와 친했던 어릴적 기억이 나네요 ㅎㅎ

    2010.01.18 18:05
  15. 보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미국 다큐멘터리영화에서 야기하던데...ㅎ
    이유는..유전적인 문제라고 하네요..모계사회이기 때문에..딸이낳은 자식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확실하거나(할머니경우)...더 많기때문(할아버지) 이라고 하네요..미국에서도..같은 현상이 나타난데요..외손자 선물이 더 비싸고 좋은이유가..바로 그이유라네요..불쌍한 남자들이여..어찌 모계사회에서 버틸수 있을지..딸의 자식이..며느리의 자식보다..더 귀엽다는 표현함..맞나?..헐..인정하긴 싫지만..어쩔수 없지 뭐..

    2010.01.18 18:11
  16. Favicon of https://raonyss.tistory.com BlogIcon 라오니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부모님도.. 시간만 나면.. 여동생 집에가서.. 손주들 보고 오신답니다...
    위에 보이님 이야기를 읽어보니.. 이해가 되긴 하네요.. ㅎㅎ

    2010.01.18 20:42 신고
  17.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은 외가가 더 좋은것같으네요..
    그만큼 사랑을 받는게 아닌지..^^

    2010.01.18 21:43 신고
  18. ysl8801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언니 시집가서 09년 8월에 울조카 났습니다 아버지는 "딸 시집가면 그만이다"이렇게 말하셨는데 절때 아님!!!!!맨날전화하고 회사갔다오시면 애기 100일사진만 보고계십니다~잘때도 애기 사진보고 "아가~할아버지잔다~울애기도 코~해야지"진짜 심할정도로 그러셔요~~~오죽하면 애기 이름이 성지오인데..
    양성지오라고 합니다....형부쪽에서는 그문자 보고 버럭 했다고 하더군요 성양지오도아니고 양성지오가 모냐고...장인어른 너무하신다고...언니한테 물어보니형부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구용~울외할머니봐도 외손주를 더 예뻐하는거 같고요~나랑 외할머니는 거의 친구처럼 지내여~할머니가 좀 트이신분이라 애기도 잘통하고~
    그리고 외갓집에 이상하게 더 정이 갑니다....외할머니랑 할아버지도 저희들한테 더 막 챙겨주시는거 같구요~그 모랄까..아무래도 정이더감 외갓집에...

    2010.01.18 22:15
  19. 며느리는 눈물난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손주는 나몰라라 하고 외손주만 예뻐하고 도와주는 할머니 때문에 며느리는 눈물 쏙 뺀다.
    아들집은 망하거나 관심도 없고 딸집만 위하고... 외손주가 친손주를 때려도 귀엽다고만 하는 할머니 때문에 며느리는 도대체 내 자식 차별하시는데, 나중에 아들 쪽에서 모셔야 하는 건지 심히 의심간다.

    2010.01.18 23:19
  20. 선우 영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손주는 등에 업고 성손주는 손을 잡고 가는 것을 왕왕 봅니다,

    2010.01.19 19:42
  21. ㅋㅋ  수정/삭제  댓글쓰기

    팩트는 친손주

    2021.06.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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