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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고스톱 가르쳐 달라는 초등생 딸, 어떡하나

by 광제 201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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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자존심 상한 딸애의 황당 요구

이틀 전 일요일의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같은 또래의 친구가 있는 옆집에 놀러갔던 딸애가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는 현관으로 들어섭니다. 표정을 보니 심상치가 않습니다. 일요일이라 오전에는 숙제와 자기 할일을 마치고 오후에는 친구 집에 가서 놀다 와도 좋다고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는 실컷 놀다가 들어오는 길입니다.

"우리 연수가 왜 또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뭔 일 있었어?"

주방에서 저녁준비를 하던 아내가 현관으로 들어오는 딸애의 표정을 보고는 묻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아빠에게로 다가옵니다.

"아빠~! 나 고스톱 가르쳐 줘!"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재차 물었더니 '고스톱'을 가르쳐 달라는 소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황당한 요구가 다 있을까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갓 올라간 어린이가 고스톱을 가르쳐 달라니요. 어처구니없는 딸애의 요구에 말문이 막히기는 하였지만 잘 타일러야 될 듯싶은 마음에 우선은 왜 고스톱을 배우려 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아내도 딸애의 황당 요구를 보다 못해, 놀러갔던 친구 집에 전화를 해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딸애의 이야기와 아내가 알아본 바로 정황은 이렇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간 딸애는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둘이서 고스톱을 쳤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 치는 것이었지요. 친구가 고스톱을 가르쳐 준다면서 데리고 앉혀 놓고 맞고를 치는데, 매번 칠 때마다 친구는 오광에 대박을 터트리는 반면 딸애가 먹는 것이라곤 빈 껍데기만 먹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 치는 고스톱이라 몰라서 어쩔 수 없다지만 계속되는 패배에 스스로 짜증이 나기 시작한겁니다. 이에 열이 잔뜩 오른 딸애가 지금 아빠에게 고스톱을 배우려 하는 것입니다.

"아빠~ 우리집에 화투 없어? 고스톱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 주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태세입니다. 정말 난감한 경우입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조차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우선은 놀러갔던 그 집의 친구는 왜 그렇게 고스톱을 잘 치는지 아내에게 조용히 물었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할머니댁이 가까이에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할머니댁에 놀러가는 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할머니와 맞고를 치는 고수(?)라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손주들이 놀러 오면 심심풀이로 고스톱을 치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고스톱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던 나의 의중에 차질이 생겨 버린 것입니다. 친구의 가족들이 오락으로 즐기는 고스톱을 보고 온 딸애에게 '고스톱을 가르쳐 주지 않을' 명분은 고사하고 평소 딸애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그 설명이 먹혀들 리조차 없습니다.

일단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난후 고민을 해봐야할 듯 합니다. 아내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는 집에 화투가 없으니 나중에 찾아보고 있으면 가르쳐 준다고 하고는 급한 불은 껐는데, 이대로 잊어버리고 순순히 물러날 딸애가 아닙니다. 빠른 시간 안에 분명 화투얘기를 꺼낼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디 명쾌한 답 좀 없나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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