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과 만사

어린애 업고 오르는 등산객, 걱정스런 이유

by 광제 2010. 2. 5.
반응형



어린애 업고 오르는 등산객, 걱정스런 이유

등산객들이 쉼 없이 오고가는 등산로의 한쪽에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심한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의 해발 약1800m의 고지대,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이라 사람들이 자칫 무리하기 쉬운 구간입니다. 호흡조절에 실패에 따른 심장 기능의 이상으로 번번이 인사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 곳이기에 소년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예사로워 보이질 않습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옆에서 열심히 등을 두드려 보지만 마른 헛구역질에 이미 체력이 소진되어 주저앉아 버린 소년에게 더 이상 산행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 소년은 얼핏 보아도 80kg이상은 되어 보이는 비대한 체형, 정상을 코앞에 두고 쓰러진 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까지 오는 데에도 상당히 힘이 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을 마시게 해요.”, “신발 끈을 풀어 주세요.”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곧 쓰러질 듯한 소년의 모습에 안쓰러운 듯 한마디씩 건네기도 합니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은 소년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아빠! 이래서 내가 안온다고 했잖아~”

“뭔 소리야, 이깟 일에 사내자식이...”

부자사이로 보이는 이들의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아버지가 산에 오르기 싫다는 아들을 힘들게 데리고 올라 온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체력도 받쳐주지 못하는 아들을 험한 곳에 데리고 왔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염려스럽기까지 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등산로의 입구에서부터 어린애를 등에 업고 오르는 아빠의 모습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인간승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아빠의 모습은 한라산의 성판악 코스를 출발하여 정상을 거쳐 관음사입구에 이르기 까지 장장 7~8시간동안 계속되었는데, 귓볼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추운 영하의 날씨인 것을 감안하면 아빠보다 등에 업힌 어린애가 더욱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빠의 등에 업혔다고는 하지만 손과 발은 이미 외부로 노출된 상태, 아무리 보온에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7~8시간동안 영하의 날씨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의아합니다. 어린애는 아빠와의 이런 동행(?)이 처음은 아닌 듯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동자만 말똥말똥 굴리고 업혀 있었는데 지나치는 등산객들조차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이렇게 신기(?)하고 의아한 광경들을 목격하는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추운겨울 그것도 영하의 날씨에다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코스에서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닙니다. 대단한 체력을 갖고 있는 아빠는 한눈에 봐도 열성적인 등산 마니아로 보이지만  등에 업혀 있는 어린아이도 이를 즐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빠의 등산열정에 어린아이가 괜히 희생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산행이라는 것이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위급한 일이 생겼을 경우에 빠른 대처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날이 갈수록 빠르게 늘어가는 등산인구와 같이하여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갖가지 진풍경들이 산에서 많이 벌어집니다.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것 까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자신들이 좋아서 애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는 것이겠지만, 위와 같은 상황을 보면 어른들의 등산 욕망 때문에 자녀들이 애꿎은 희생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애들과 떨어질 수 없는 사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꼭 산에 올라야 하는지 왠지 걱정이 앞섭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파르르의 세상과만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Daum아이디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구독+ 부탁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