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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내 말 무시했다가 코피 터진 황당 사연

by 광제 201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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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말 무시했다가 코피 터진 황당 사연

출근을 위해 욕조에 머리를 쳐 박고는 샴푸를 하던 중 이상한 예감에 눈을 살며시 떴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새하얀 욕조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반사적으로 코에 손을 갖다 대보니 코피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양이 얼마나 많았던지 갖다 댄 양손이 온통 벌겋게 물이 들 정도로 많은 양, 그리고 쏟아지는 속도 또한 너무 빨라서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정말 난감합니다. 처음 겪는 일에 별의별 생각에 머릿속까지 하얗습니다. 코피를 쏟아 내다니...특별히 무리한 것도 없는데...

다급한 나머지 휴지를 풀어 코를 움켜지고는 한손으로 겨우 머리를 헹군 후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아내를 불렀습니다. 눈앞에 벌어진 황당한 광경을 보고 아내가 놀랜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더욱이 얼마 전에 귓속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쓰러졌던 일이 있고난 뒤 더욱 민감해진 상태라 얼마나 놀랐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코피가 쏟아졌다는 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휴지를 돌돌 말아 코에 집어넣어 겨우 지혈을 하고는 코 안이 따끔거리는 게 조금 이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차!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가는데, 그것은 바로 샴푸를 하기 전에 코털을 제거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게 새로 산 가위로 말입니다. 이런...젠장~ 내가 내손으로 내 코 속에 상처를 낸 것이었습니다.

-싸구려 코털가위의 참담한 댓가-

그제가 바로 5일마다 장이서는 시내의 민속오일장이었습니다. 아내와 민속장터에 쇼핑을 갔었는데, 눈길을 잡아끈 잡화점, 워낙에 이것저것 만지는 걸 좋아하다 보니 오일장이 갈 때면 언제나 들러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눈을 돌려 잡화점 한쪽에 보니 미니가위가 보입니다. 손톱을 다듬을 때도 쓰지만 코털을 제거할 때 그만입니다. 남들은 자동코털제거기를 쓰지만 저는 체질에 안 맞아 언제나 가위를 사용합니다. 마침 쓰던 가위가 날이 무뎌져 잘 듣지 않던 터였습니다.

"아주머니 얼마에요?"
 
"2천원입니다."

오홋 정말 쌉니다...이래서 오일장에 온다니까요. 다른 물건을 보던 아내가 이 광경을 보고는 슬그머니 옆으로 오더니 조용히 묻습니다.

"가위를 왜 사는데?"

"쓰던 가위가 날이 무뎌서 바꾸려고..요게 아주 튼실하게 생긴 것이 싸네.."
 
"한두 번 쓰고 말 것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써? 내가 화장품점에서 괜찮은 걸로 사다줄게..사지마~!"
 
"뭐 어때..쓸 만 하구만 값도 싸고 좋기만 하다."

"에고 알아서해..후회나 하지 말고.."

이렇게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구입한 가위였습니다. 결국에는 값싸고 좋은(?) 물건 한번 써보려다 된통 당한 것입니다. 코털가위를 수십 년 동안 쓰면서도 이런 황당한 경우가 없었는데 일진이 안 좋은 건지, 정말 제품이 싸구려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은 이상 제품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날이 좀 거칠어 보이긴 합니다. 그나저나 아내는 코피 쏟아낸 이유를 모르고 있는데, 나중에 알기라도 하면 또 한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아니, 글을 보면 그대로 들통 나는 거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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