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남에게 욕먹는 모습을 보니

-못된 노인의 행동에서 얻어 낸 값진 교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알지도 못하는 노인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습니다. 반사적으로 달려가 노인 앞을 가로막아 섰지만, 정작 노인 앞에서는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아니, 반대로 고개를 조아렸습니다. 제 아들이 잘못했노라고 말입니다.

며칠 전 아들 녀석과 같이 시내의 마트에 쇼핑을 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빠가 물건을 고르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아들 녀석은 한시도 가만있질 않습니다. 멀리 가지 말고 놀고 있다가 잠시 후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는 하던 쇼핑을 마저 끝내고 잠시 후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략 70대는 되어 보이는 노인이 한 어린이를 앞에 세워놓고 심하게 꾸중을 하고 있었는데, 꾸중을 듣고 있는 어린이는 제 아들이 분명해 보입니다.

마침, 마트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다가 계산원과 실랑이가 벌어져 기분이 상당히 언짢아 있던 상황이라 욱하는 마음에 달려갔습니다. 남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따질 참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기분이 안 좋은데, 이 노인네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라고 생각하며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노인과 아들 사이를 가로막고 따졌습니다.

"할아버지, 왜 그러시죠?"

아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꾸중을 하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끼어든 나를 보고는
 
"이 아이...아버지인감?"

"네 그렇습니다. 제 아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내가 애 아버지라고 확인한 노인은 상황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데, 노인이 말하는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마트에서 볼일을 마친 할아버지,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막 출발하려는 찰나, 아들 녀석이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하마터면 애를 칠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에서 내리고는 아들 녀석을 불러 세우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다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긴박했는지는 상황을 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지만, 내 아들이 남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상당히 기분이 좋질 않았습니다. '남의 귀한아들에게 이러면 되냐.' 고 따지고 싶었으나 정황을 보니 딱히 내 아들이 조심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어 보여 정중하게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영 개운치 않습니다.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립니다. 노인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고개를 숙인 아들의 등을 떠밀며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 길, 비록 잘못은 했다하나 어린애들에게 다반사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기회를 봐서 위로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차량 뒤쪽에서 크락숀을 울리며 바짝 따라붙는 차량이 보입니다. 백미러로 가만히 보니 조금 전 그 노인이었습니다. 차량을 세우라는 시늉을 합니다. 조심스럽게 차를 세웠습니다.

'왜 불러 세웠을까?'
차에서 내린 노인은 아들에게 다가와 눈높이를 맞춰 허리를 구부리고는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아들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습니다. 노인네가 괜한 주책을 부려 어린애의 기를 죽인 것 같아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아 그냥갈수 없었다는 노인, 조금 전의 위압적인 눈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포근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의 부드러운 눈매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할아버지, 제 자식이 잘못했는걸요. 개의치 마시고 편히 들어가십시오."
라고 인사를 드리고는 차에 올랐는데, 못내 미안해하시던 노인의 인자하신 눈매가 쉽게 사라지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몇 분전만 하더라도 밉도록 원망스러웠던 노인에 대한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일순간에 바뀔 수도 있는 것이더군요. 심지어는 '저런 노인이 있으니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까지 해봅니다. 자칫 하루의 남은 시간을 저기압으로 보냈을지 모르는데, 노인의 조그마한 행동 하나로 오히려 값진 경험을 했다는 잔잔한 여운이 전해집니다. 표정이 한결 밝아진 아들 녀석, 일기장에는 과연 뭐라고 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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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aryasu.com BlogIcon aryasu  수정/삭제  댓글쓰기

    ^^ 훈훈한 사연입니다.
    요즘 겁이나 어른 노릇도 못하고 못 본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은 지적해줘야 하고, 또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어른은 어른으로서의 기본이 설 때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겨 봅니다.
    울컥 맞대응하지 않은 님의 모습에 찬사를 보냅니다.

    2010.04.30 11:42
  3. Favicon of https://donghun.kr BlogIcon 멀티라이프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못은 따끔하게 혼을 낼줄도 알고..
    그 후에 사람의마음을 헤아릴줄도 아는 멋진 할아버지 입니다.
    저런 분이 많아져야 할텐데요 ^^

    2010.04.30 12:02 신고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행입니다. 그냥 갔더라면 아들 기분이 영 아니었을 터인데....ㅎㅎ

    잘 보고 가요.

    2010.04.30 12:37 신고
  5. Favicon of http://artist-oh.tistory.com BlogIcon 의식무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을 무조건 감싸는 것보다는 어른께 혼나야 할 땐 혼나야지요. 하지만 이유있을때요, 그래도 그 할아버지 인정은 있으시네요^^ 그래도 아이를 키우면서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군요~~~

    2010.04.30 13:07
  6. Favicon of https://dongnae.tistory.com BlogIcon Sun'A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고 안나서 너무 다행이에요..^^
    할아버지도 많이 놀라셨을테고~
    받아들이는 방법모두
    너무 멋지십니다..^^
    좋은시간 보내세용..^^

    2010.04.30 15:44 신고
  7. Favicon of http://lala@naver.com BlogIcon 셋쇼마루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트는 놀이터가 아닙니다..
    애들 데리고 오는 부모들 자기 볼일볼때 애들을 마치 풀어
    놓듯 마트에서 무신경한데 그러지들 마셨으면 좋겠어여..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사람치고 다니는건 보통이고
    운동장 마냥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이것저것 만져대고
    모 사려다가 그런모습 보면 인상써지면서 내가 왜
    이 마트를 왔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더군여..
    특히 주차장 같은데선 부모가 꼭 옆에 있어야 하지 않나여?
    차가 지나다니던 말던 거기서도 뛰어다니고 아무데서나 툭툭 튀어나와서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2010.04.30 15:48
    • 루시  수정/삭제

      셋쇼마루님의 말씀 너무 공감합니다.
      주차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지 않도록 부모가 철저히 조심을 시켜야 좋을거 같습니다. 이 부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2010.05.09 09:47
  8. Favicon of https://gkyu.co.kr BlogIcon G-Kyu  수정/삭제  댓글쓰기

    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면 더 이상 같은 일로 인해
    사고가 날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아요~

    2010.04.30 17:34 신고
  9. Favicon of https://decemberrose71.tistory.com BlogIcon 커피믹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아버지 정이 많으신분이시네요
    어쨋든 주차장에선 차조심이 최고지요

    2010.04.30 19:12 신고
  10. Favicon of http://ch76.co.kr BlogIcon 키다리아저씨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선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긴 해요~~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는 언제든 조심!!!
    근데 저 할아버지 정말 멋쟁이세요~~ 할아버지 최고!!!

    2010.05.01 09:01
  11. Favicon of https://toyvillage.net BlogIcon 라이너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분들이시네요...
    주차장에선 정말 조심해야죠^^
    잘보고갑니다.
    멋진 주말 즐거운 5월되세요^^

    2010.05.01 10:09 신고
  12. 서로소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아버지이신 것 같아요. 저런 상황에서 무조건 화만 내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왜 내 자식 혼내냐면서...아이가 정말 많이 혼날 일을 했다기 보단...그 할아버님도 많이 놀라셔서 꾸중을 했던 거 같아요. 일단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이런 일이 있었으니 차를 더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 할아버님도 손자가 있는 분인지~못내 미안해하시고...훈훈한 글이네요.

    2010.05.01 10:11 신고
  13.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아드님 큰일 날뻔했어요. 주차장에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해요. 할아버지께서 참 멋진 분같습니다. 야단칠때는 야단을 치더라도 마음을 열고 또 그 마음을 다덤어 주시는 손길도 있네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온정이 있다는거에요.

    2010.05.01 20:26 신고
  14. 최철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한 이야기 .... 퍼 갑니다^^*.

    2010.05.02 02:47
  15. BlogIcon ㅉㅉ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아이가 튀어 나와서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저 할아버지는 님보다 더 개념이 있으신 어르신 같군요. 님에게 노인네라는 호칭을 듣기엔 너무나 훌륭한 분이신 듯 합니다. 요즘 나이값 못하는 분들 많지만 님의 아들이 잘못을 했으면 혼나는 건 당연한 건데 자식의 잘못은 아랑곳않고 내 귀한 자식이 기죽는것만 안스럽다니 정말이지 개념없고 이기적인 부모인듯합니다.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당신을 탓하십시오. 주차장에서 아이가 뛰어들어서 사고가 났다면 방임한 부모의 책임이 크지만 현실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과실이 돌아가니 공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내 자식은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할것같습니다.

    2010.05.04 13:07
  16. joel  수정/삭제  댓글쓰기

    씨1발 ㅋㅋㅋ
    할아버지가 사과안하고 갔으면 기분이 계속 저기압이라구요?ㅋㅋㅋ
    와 ㅋㅋㅋ 남의 애완견 배설물보고 못참는분이 ㅋㅋㅋ
    자기 새1끼 챙기기는 ㅋㅋㅋㅋ
    운전할 때마다 툭툭 튀어나오는 애새끼들때문에 스트레스 장난아닌데 씨1발 ㅋㅋ
    그게 다 당신같은 인간들 때문인 듯 하네요 ㅋㅋㅋ

    2010.05.04 21:24
  17. 적반하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의 글에 덧글다는거 안하는데요. 이글읽으니 마트주차장에서 남의 차에 불쑥 뛰어드는게 아이의 행동이 자유고, 부모의 사랑이며 매일일어나는 다반사라고 생각해서 교육조차 안시키시는님...그 아이의 똑같은 행동에 다음번에 다른사람의 차에 치이게 되면 그 때가서, 아이에게 일어나는 다반사라고 너그럽게 생각하시는지요 ?

    어르신의 행동이 옳은거고, 차가 다니는 주차장에서 교육과 돌봐야할 주체가 되어야할 무지한 부모를 대신해서 교육시킨 어르신께 그나마 미래의 큰 사고를 방지한 것을 조금이나마 감사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2010.05.09 11:28
  18. 웃기군요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 위험한 상황에서 교육시켜준 어른신께는 노인이라 호칭하고 기초적인 공공질서에 대한 교육안시킨 자신과 초등학생이라며 아직 천방지축인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저리 너그러울까... 기본적인 장유유서 조차 모르는 분이니 아들이 저리 주차장에서 질서를 모르지...ㅈㅈ

    2010.05.09 11:33
  19. 동방예의지국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제목이 -못된 노인의 행동의 행동에서 얻어낸 값진 교훈-이라고 했는데..
    못됐다는 표현이 좀.. 마지막에 그 할아버지가 아들을 보듬어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땅히 할일을 한 것 같은데요.. 자신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우선 버리고 아들이 한 행동을 생각해 보세요. 아들이 잘못한 일이고.. 만약 큰 사고라도 났었으면 어쩔 뻔 했나요? 그 할아버지께서 야단이라도 쳤으니 나중엔 아들 스스로도 차를 조심하게 되겠지요. 오히려 그 할아버지한테 감사해야 되는거죠.자기 아들이기 때문에서.. 더구나 남한테 꾸중듣는 모습을 보면 당장은 마음은 아프겠지만.. 무엇이 아들을 진정으로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들의 잘못된 일을 바로 잡지 않으면 나중에 다 자신한테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2010.05.16 21:06
  20. 저도 이 글을 읽으면서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소제목이 걸리네요.
    못된 노인의 행통으로부터 얻어낸 값진 교훈이라는 제목을 달고있길래 나이 지긋한 분께서 경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셨나보다 했는데 다 읽어보니 그런게 아니더군요.
    입장 바꿔서 님의 차에 님 아이만한 아이가 뛰어들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게다가 그 할아버지께선 혼내고 마음에 걸리셨는지 굳이 다시 와서 아이를 보듬어주고 가셨다면서요.
    그럼 그 분에게 값진 교훈을 아이에게 알려준 분께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못된 노인이라니.

    입맛이 씁쓸합니다.

    2010.05.29 17:40
  21. 도로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애들은 원래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는 게 일이라서, 어른들이 항상 옆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일 잘못한 것은 글쓴님이네요. 그러면서 혹여나 작은 사고라도 난다면 그 노인분을 엄청 미워하겠네요? 본인의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선 다른 사람을 탓합니까? 초등학생이면 엄연히 미성년자이니 당연히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할 떄인데 말이죠. 저같아도 애들이 다른 곳도 아니고 주차장에서 치일 뻔 했다면 당연히 위험하니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줍니다. 그런 게 혼을 내는 거라구요? 참..자기 자식은 다 귀여운 법이지만, 글쓴님같은 분에겐 애들이 잘못해서 큰 피해를 입어도 말도 제대로 못하겠군요; 전 교사 지망생인데, 글쓴님 같이 자기 자식 먼저 감싸는 부모님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안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교사들 일이 학생들 교육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해 주고 보살피는 건데, 교사들은 그럼 왜 있는 건가요,,,안 그래도 교사 권위가 떨어져간다고 걱정하던데, 그저 지식만 전달하고 아무 말하지 말란 건지,, 요즘 부모들 참 무섭네요;;

    2010.10.1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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