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소중한 어머니의 28년 전 베개

어버이날이 따뜻한 봄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따스한 햇볕이 아파트 베란다로 스며들 때면 가끔 한번씩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베개에 햇볕을 쬐는 일입니다. 메밀로 만든 오래된 베개라서 세월이 흐를수록 먼지도 많이 생기고 그러네요. 그럴수록 자주 햇볕을 쬐어야 하는데 그게 맘대로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겨울철 동안 베개 겉은 갈아 끼웠어도 한번도 햇볕을 쬔 적이 없는 메밀베개, 몇 일전 따스한 봄 햇볕을 쬐었습니다.

28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지금 세어 보니 28년이네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입니다. 학교에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2시간을 이동한 후 다시 걸어서 20여분을 이동해야 학교에 갈 수 있었으니 집에서 통학을 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고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취방을 얻은 후 자취에 필요한 세간을 들여 놓던 날,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들의 자취를 위해 돈을 쓰셨습니다. 비키니옷장, 스폰지로 된 요, 그리고 꽃무늬 이불, 솜이 들어간 푹신한 베게, 석유곤로와 냄비, 그리고 그릇 몇 가지. 당시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저에게는 대단한 세간 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빠트린 것은 없는지 살피던 어머니, 일주일에 한번은 꼭 집에 다녀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고, 난생 처음 집을 떠나 객지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자취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며칠을 지내고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아픈 겁니다. 어떤 날은  아예 목을 틀지도 못할 정도로 아픈 적도 있었지요.

처음 다가온 토요일 오후, 집에 다니러 가야 하는 날입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던 어머니에게 저는 자고나면 목이 아프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이내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어머니. 어디서 구해 오셨는지 메밀겨를 넣으시고는 베개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셨습니다. 일요일 오후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저의 손에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메밀베개 하나가 보따리에 쌓인 채 들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신기한 일도 다 있을까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베개를 베고 난후에는 목의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그 후로는 메밀베개가 아니면 목이 아파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요, 당시에는 메밀베개와 솜 베개가 왜 이렇게 틀린가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습니다. 단지 어머니의 신기한 요술이 통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릴 적부터 배가 아파도 어머니께서 한번 슬쩍 쓰다듬어 주시면 이내 낫곤 했었기에 모든 것은 어머니의 명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아내가 해온 이부자리와 베개를 베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베개는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고 다시 예전에 쓰던 그 베개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나의 곁을 떠난 적이 없는 낡은 메밀베개. 베개 겉을 벗겨보니 푸석푸석 먼지가 일어납니다. 어머니의 투박한 바느질도 엉성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쬐는 따스한 햇살이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언제까지나 나의 분신처럼 곁에 있어야 할 메밀베개, 이 메밀베개는 나의 분신이기 이전에 어머니의 분신이었습니다. 언제나 늘 나의 곁에서 나를 지켜 주셨으니까요. 2004년 1월에 돌아가셨으니 이제 자식 곁을 떠나신지도 6년이 지났습니다.

한밤중에도 슬금슬금 들어오셔서 이마를 짚어 보시고 이불을 덮어 주시던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들어오셨다가 가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스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어머니의 손길이 묻어 있는 메밀베개를 만지작거리며 너무나도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어버이날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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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s://tvsline.tistory.com BlogIcon 카라의 꽃말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베게가 하나 있는데...
    돌아가신 할머님 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베게인데...
    그 베개 아니면 잠을 못 이룬다구요^^ ....ㅠ.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파이팅^^

    2010.05.08 07:28 신고
  3.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암것두 없어 ....
    마음으로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파르르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요..^^

    2010.05.08 07:32 신고
  4. Favicon of http://blog.daum.net/gnathia BlogIcon 달려라꼴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너무 어릴때 돌아가셔서 추억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억밖에 없는 것이 서글프기도 합니다. ㅠㅜ

    2010.05.08 07:38
  5. Favicon of https://hls3790.tistory.com BlogIcon 옥이(김진옥)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읽으면서......어머님의 손길이 묻어나신 저 베개에....
    꼭 숨결이 계신듯합니다....
    어버이날이라 더욱 그립고 그렇지요....
    저는 다행히 친정엄마는 살아계셔요....오늘은 오랫만에 친정엄마에게 갑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2010.05.08 07:40 신고
  6. Favicon of http://blog.daum.net/4486kmj BlogIcon 샤방한MJ♥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뭉클거리네요 ㅠ

    2010.05.08 08:36
  7. Favicon of http://blog.daum.net/kya921 BlogIcon 왕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을 그리워 하는 어버이날이 될것같아요..
    즐겁게 보내세요

    2010.05.08 08:50
  8. Favicon of http://blog.daum.net/maisan2 BlogIcon 표고아빠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엄마손은 약손이네요.
    어머니의 사랑이 그대로 녹아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2010.05.08 08:51
  9. Favicon of https://tirun.tistory.com BlogIcon 티런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실때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0.05.08 08:57 신고
  10. Favicon of http://killerich.com BlogIcon killerich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소중한..배게네요..^^
    아고... 눈물날라그래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10.05.08 09:34 신고
  11. Favicon of http://sage2546.tistory.com BlogIcon 세민트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어버이날인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서 해드린 것도 없네요...
    너무 죄송하다는...

    2010.05.08 09:41 신고
  12. Favicon of https://dongnae.tistory.com BlogIcon Sun'A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중한 배게네요..
    아~또 눈물나요~!!
    주말 잘 보내세요..^^

    2010.05.08 10:02 신고
  13. Favicon of http://vibarycooking.tistory.com BlogIcon 요달공주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 모믈베게..
    사르락 사르락..소리나고..참 좋죠..
    눈물나네요..

    2010.05.08 10:52 신고
  14. Favicon of https://boskim.tistory.com BlogIcon 털보작가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니의 채취가 느껴지는 메밀베게군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메밀베게 참 많이 만들었는데..........
    잘 보고갑니다. 파르르님! 행복한 주말 보내시구요.

    2010.05.08 19:29 신고
  15. Favicon of https://rubygarden.tistory.com BlogIcon 루비™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란 다 하여라...
    하는 구절이 생각나는 오늘이네요.
    저도 어머니가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셨는데
    살아계실 때 더 효도해야겠어요..

    2010.05.08 19:36 신고
  16. Favicon of https://artist-oh.tistory.com BlogIcon 의식무장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저기 어버이날 얘기~ ㅋ 오늘 어버이날 실감납니다. ㅋ 올만에 들러요~~

    2010.05.08 19:40 신고
  17. Favicon of https://marketing360.tistory.com BlogIcon 미스터브랜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님의 사랑과 훈훈함이 묻어 나오는 추억의 베개네요..그 한 없는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요..

    2010.05.08 19:44 신고
  18. Favicon of https://gkyu.co.kr BlogIcon G-Kyu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억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2010.05.08 22:13 신고
  19. Favicon of http://blog.naver.com/jopo78 BlogIcon 조은주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북대 경영학 전공 조은주라고 합니다.
    과정 중 졸업논문으로 「블로그의 사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설문조사 중, 적극적 참여를 통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TOP블로그 여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하여 죄송한 마음 무릅쓰고 설문을 부탁드립니다.
    약 7분에서 10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귀한 시간 들여 설문해 주신 만큼 소중히 사용토록 하겠습니다.

    남은 5월도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설문사이트: http://ml.knu.ac.kr/myvote/vote.php

    2010.05.09 03:23
  20. Favicon of https://deborah.tistory.com BlogIcon Deborah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자요. 어머님 손은 약손이에요. 그리고 어머님 남겨주신 유품이라 더 소중하시죠? 마음이 애듯하게 다가 갈줄 믿어요.

    2010.05.09 20:31 신고
  21.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의 사랑도 포함되어있는거라
    안아플수있어요..^^

    2010.05.1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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