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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올레길에서 맛본 청정 조개죽, 바다의집

by 광제 201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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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짜리도 환장한 걸쭉한 맛

환상적인 배경을 안고 있는 서귀포의 제주올레7코스는 지금까지 개장된 20개 코스 중에서 가장 많은 올레꾼들이 찾는 코스입니다. 외돌개를 출발하여 월평포구까지의 약 16km의 구간에 펼쳐진 바닷길과 서귀포 앞바다에 그림처럼 떠있는 무인도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까닭에서입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바로 제주올레 1코스입니다. 첫 번째 개장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고, 그림 같은 능선을 자랑하는 말미오름과 알오름,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제주 고유의 특색을 맘껏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제주올레 1코스,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거쳐 해안으로 내려와 이름도 이쁜 종달리 마을의 골목길을 스쳐 지나면 비로소 탁 트인 바닷가를 만나게 됩니다. 장장 8km를 걸어온 시점이라 시원한 풍경의 바다가 반가운 것도 있지만, 멀리 일출봉과 소처럼 길게 바다위에 드러누운 우도의 풍광이 피로한 발걸음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종달리 바닷가의 새하얀 백사장을 끼고 시작되는 해안 길은 성산갑문까지 약4km에 걸쳐 이어지는데, 이때쯤이면 피로가 쌓이기 시작하고 슬슬 허기마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어디 뭣 좀 먹을 만한 것이 없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 중간 중간에 편의점도 보이고 바닷바람에 말린 오징어를 파는 곳도 보입니다. 요기를 하기에 좋은 곳들이지요.

제주올레 1코스의 성산갑문을 앞둔 지점, 일출봉이 가깝게 보이는 그 길가의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의집'

하지만 성산갑문을 앞둔 오조리의 해안에 끼니를 때우기에 기가 막힌 맛집이 있기 때문에 순간에 느껴지는 허기는 잠시 참아두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이 맛 집은 올렛길이 만들어지기 한참 전부터 애용을 하던 집으로, 올 때마다 찾는 메뉴는 단 한 가지, 바로 조개죽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맛집, 주인아저씨가 마당한켠에 있는 수족관에서 손님에게 내어 놓을 것으로 보이는 전복과 소라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다른 메뉴도 많지만,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으니 그 맛을 모르겠고, 오래전에 우연히 맛본 조개죽이 너무 깊은 인상을 심어 준 탓에 인근을 지나칠 때면 가능하면 시간을 쪼개어 들르곤 하였습니다. 오래도록 잊혀 지지 않고 찾게 되는 걸쭉한 조개죽을 소개합니다.


밑반찬은 일반적인 음식점과 별반 차이를 느낄수 없이 단순합니다. 명심할 것은 이 집 조개죽의 특징은 주문을 하고 난 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불린 쌀을 이용하여 죽을 끓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약 20여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잠시 후 구수한 냄새가 주방 안에서 새어 나와 홀안을 가득 메우면서 은근히 입맛을 돋우더니 곧이어 은은한 색채를 띤 조개죽이 상위에 올려졌습니다.
 


금방 내어온 조개죽이라 먹기 좋게 조금 식힐 겸, 수저를 들고 슬슬 저어보니, 구수한 조개향이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죽이란 게 원래 뜨거울 때는 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라 군침이 넘어가는 걸 간신히 참아가며 식혔습니다. 갈아 넣은 조개로 인해 먹음직스런 빛깔을 내고, 잘게 잘게 썰어 넣은 조갯살도 여간 맛깔스러운게 아닙니다.

      
욘석은 제 조카녀석인데, 나들이 갈 때면 늘 따라 나서려고 떼를 쓰는 녀석입니다. 올해 세살인데, 집안에 가만히 있는 걸 유난히 싫어하는 녀석이죠. 조그만 접시에 덜어서 식혀 주었더니 정신없이 먹어 치워버립니다. 걸쭉하고 담백한 맛이 어린애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맛이었습니다.

싱싱한 조갯살


이 맛집에서는 다른집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조개죽은 2인분 이상이어야 주문을 받고 끓이는데, 두 그릇에 내어 온 나머지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들어설 때부터 반갑게 맞아주며 인사를 건네시는 주인아주머니, 구수한 입담도 좋으시지만 인심도 정말 후하십니다.

식사를 끝내고 나가 본 인근의 조개어장
              
이 집의 조개죽이 그토록 맛이 있는 이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조개잡이 어장이 형성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종달리 갯벌에서부터 오조리의 갯벌까지 제주도에서 가장 조개가 많이 잡히는 지역으로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아는 곳입니다. 
청정 제주바다의 갯벌에서 잡아낸 싱싱한 조개를 갈아 넣어 끓여 내었으니 그 맛이 오죽할까요.

창가 너머로는 
쉴새없이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그림 같이 펼쳐진 해안 풍경과 함께 하는 조개죽, 행여 모르고 그냥 지나쳤으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개죽 1인분 가격은 7천원입니다.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366-1번지 T.064-784-8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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