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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12년 앙숙 직장동료도 화해시킨 월드컵

by 광제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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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0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리던 지난 12일 밤에 일어난 일입니다. 16강 진출의 발판이 될 그리스와의 첫 경기가 이날 밤 8시30분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열렸지요. 물론 붉은악마를 비롯한 우리 국민들은 황금시간대에 펼쳐진 빅게임에 목이 터져라 열렬한 응원을 보내며 뜨거운 밤을 보냈던 날이기도 합니다.

당시 글쓴이의 직장 내에서도 휴게실에 마련된 대형 TV앞에 수십 명의 동료들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약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정리하고 간식꺼리를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곤,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4년 만의 심장 떨리는 응원전은 90분 내내 이어졌고, 다행히 태극전사들이 멋진 내용의 경기를 펼친 덕에 벅찬 감동과 함께 흥분된 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난 바로 어제, 대한민국 축구가 16강을 결정지은 뒤였고 사내에서는 직원들이 모이는 곳마다 월드컵 이야기로 기분 좋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였습니다. 식사시간에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그런데 그 구내식당 안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이 목격된 것입니다. 식탁에 서로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두 사람, 너무나 다정하게 축구얘기까지 곁들여가며 다정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아주 오래된 친구사이를 보는듯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스쳐 지나듯 본 광경, 뭔가 이상한 느낌에 그 둘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둘은 다름 아닌 회사 내에서 알아주는 앙숙관계였던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철천지원수처럼 지내온 사이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둘이 앙숙으로 지내온 기간이 무려 12년이라고 합니다. 둘이 오랜 기간 앙숙이란 사실을 모르는 직원이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요, 그랬던 두 사람이 절친한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놀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12년 앙숙이 갑자기 절친 사이로 변하게 된 배경은 직원들이 쉬쉬하는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고 그 배경을 알고 보니, 바로 지난 12일에 있었던 그리스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 응원전 때문이라고 합니다. 초반부터 숨 막힌 접전이 시작되던 첫 경기, 의자에도 제대로 앉지 못하고 열렬히 응원하던 수십 명의 직원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천정이 내려앉을 듯한 환호와 하이파이브가 이어졌는데, 하필이면 이때 두 사람이 접촉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12년간이나 앙숙으로 지내온 사이가 하루아침에 절친 사이로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직원들 사이에선 믿기지 않는 소문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응원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함께 회식을 가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둘이서 화해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2010남아공 월드컵, 북한이 1966년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서며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은 나란히 본선에 진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였고 북한은 비록 쓰디쓴 패배를 당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였지만 대한민국 축구는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였습니다.

냉전과 이념조차도 문제가 되지 않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가 두 사람 사이에 12년간이나 쌓여있던 앙숙의 벽까지 허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드디어 내일이면 결승 토너먼트의 첫 경기인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치르게 됩니다. 화해의 열망이 그대로 태극전사들에게 전해져 우루과이를 누르고 8강에 진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태극전사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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