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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흉물로 변해가는 제주판 사랑의 자물쇠

by 광제 2010.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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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자물쇠, 명물일까 흉물일까?


지난 2006년, 남산의 N서울타워에 젊은 연인들이 사랑의 정표로 걸어두기 시작하면서 남산의 새로운 명물이 되어 버린 사랑의 자물쇠, 하지만 이후에 너무 많은 자물쇠들이 걸리면서 전망이 차단되는 바람에 일부에서는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사람들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N타워측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연인들이 걸어놓은 자물쇠 조형물이 철망 째 뜯겨져 나가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자물쇠를 채우고 버려지는 열쇠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때로는 동물들이 맞아 죽기도 한다며 철거를 지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N타워 측에서는 자물쇠 조형물은 철거하려한 것이 아니고 리뉴얼 과정에서 잠시 떼어놓은 것이라 해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N타워와 같은 형태의 사랑의 자물쇠가 걸리고 있는 곳이 제주도에도 생겼습니다. 바로 용연구름다리인데요, 용연은 제주시의 명소로서 높이 7~8미터의 기암괴석들로 둘러싸여진 한천(漢川)의 하류지역으로 바다와 이어져 있으며, 용의 놀이터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절경을 간직한 곳이며 제주도기념물 57호 지정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용연에는 아주오래전부터 동한두기마을과 서한두기마을을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있었으나 너무 노후되어 18년만인 지난 2005년에 새로이 철탑을 세워 길이 42m, 폭 2.2m의 구름다리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또한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조명시설을 화려하게 설치하였고 실제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 구름다리에 언제부터인가 자물쇠가 내걸리고 있습니다. N서울타워의 사랑의 자물쇠를 흉내 낸 아이템입니다. 사랑의 자물쇠가 걸리는 부분은 42m의 구름다리 양쪽에 설치된 성인 가슴높이의 와이어 부분인데, 안전을 위해 설치한 와이어에 이미 자물쇠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곳의 자물쇠는 N타워의 자물쇠와 뭔가 달라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심하게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물쇠가 걸려있는 구름다리의 아래, 용연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날이 많고 염분이 섞인 해풍에 아주 가까이에 노출된 곳이라 금속성 재질인 자물쇠가 아주 빠르게 부식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N타워와는 다르게 쉽게 녹슬어, 오히려 흉물

실제로 걸려있는 자물쇠 중 많은 수량이 이미 누렇게 녹이 슬어있는 상태였는데, 그중에 상당량은 손으로 만지기도 두려울 정도로 쇳가루가 부식이 되어 뚝뚝 떨어질 정도입니다. 자물쇠의 금속에서 빠져나온 녹물은 기존의 와이어로 흘러들어 빠르게 녹이 전달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용연 일대는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는 곳으로 구름다리의 아래쪽 용연은 과거 선비들이 뱃놀이와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해마다 용연야범 축제와 선상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병풍을 쳐 놓은 것처럼 깎아지른 절벽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곳으로 인근에 있는 용두암과 함께 영주12경에 포한되는 명승지로서 비취빛의 아름다운 물색이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경에 빠져들게 하는 곳입니다.

문제는 자물쇠가 무차별적으로 던져지는 곳이 바로 용연이라는 것입니다. N타워에서 던져지는 열쇠들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던져지는 열쇠들도 물속으로 가라 앉아 벌겋게 녹이 슬고 있다는 것은 물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누렇게 녹이 슬어 있는 와이어 부분은 관광객들이 주변의 경관을 구경할 때 안전을 위해 손을 갖다 대야 하는 부분이기도하고 시선도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위치입니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물쇠가 계속하여 달릴지 모르겠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는 비취빛으로 물든 용연의 아름다운 모습 보다는 벌건 녹물에 찌들어 있는 흉물스런 모습만을 보고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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