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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관광객에게 사투리 썼다가 곤욕을 치룬 사연

by 광제 201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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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에게 사용하면 100% 오해 받은 제주사투리


피서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다보니 유명한 장소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빕니다.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면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줄을 이을 듯한데요, 지난 주말 애들과 함께 찾은 도내의 모 자연휴양림, 이곳에도 이미 시원한 산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는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까닭일겁니다.

어른들은 그늘에 자리를 깔고 산림욕을 즐기고 있고, 애들은 여기저기 뛰어놀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마침 아주 가까운 곳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족 중에는 아직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두 명 있었는데, 마침 우리 애들과 어울려 놀게 된 것입니다.


양쪽 집안의 어른들은 형식적인 눈인사를 건네고, 애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만 하더라도 잠시 후에 벌어질 황당한 일을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유난히 애들을 좋아하는 아내 곁으로 우연히 다가온 남자어린이, 아내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내에게 이상한(?) 소리를 들은 어린이가 쪼르르 달려가 자기의 엄마에게 일러바친 것입니다.

잠시 후, 어린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 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옵니다.

"혹시 우리아이에게 무슨 말 하셨어요?"

표정을 보니 우리가 아이에게 못할 말이라도 한 것 같은 뜻으로 묻는 듯 하였습니다.

"아뇨...아무 말도 안했는데요..왜그러세요?"

별다른 뜻이 담겨있는 말을 한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당연히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차 물어옵니다.

"우리아이에게 욕 같은 말 안 하셨냐구요..."

"아뇨..요망지게 생겼다는 말밖에는 없는데요.."

"그럼 우리 애의 말이 맞군요..남의 애를 보고 요망하다니요...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건가요?"

이 말을 듣고서야 어떤 상황인지 대충 머릿속으로 그려집니다.

"아 그게요....;; 요망하다는 말이 아니구요..요망지다 라고 한 것인데...그게 제주사투리로 야무지다는 뜻이거든요..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황당하다 못해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내에게서 "요망지게 생겼다" 는 말을 들은 어린이가 엄마에게 달려가 무슨 뜻이냐고 여쭤본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여자분이 너무 황당하여 따지러 온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사투리의 뜻과 의도를 자세히 전달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리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요망지다'라는 제주사투리는 언제나 조심해야할 용어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에서는 이번 경우처럼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런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제주사투리인 '요망지다' '야무지다', '똘똘하게 생겼다'라는 뜻이 담겨있는 칭찬의 뜻입니다. 단, 한 글자를 틀리게 하여 '요망하다'라고 했다면 칭찬이 아니고 반대로 욕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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