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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제주올레 고내포구의 무인카페 '산책'

by 광제 201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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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고내포구의 무인카페 '산책'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제주시 쪽으로 제주올레 16코스가 가장 최근에 개장을 하였습니다. 제주올레 16코스는 해안마을인 고내포구에서 시작하여 제주시내권인 광령리까지 의 17.8km의 올레길입니다. 이 코스가 시작되는 고내포구는 제주올레 15코스의 종착점이기도 합니다.

오전시간에는 제주올레 16코스를 출발하려는 올레꾼들로, 오후에는 15코스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드는 올레꾼들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소박한 포구마을입니다. 이 소박하고 조그마한 포구에 얼마 전, 분위기 있는 이색카페가 하나 생겼습니다.

고내포구가 한눈에 보이는 무인카페의 실내

바로 무인카페인데요, 주인이 없기 때문에 이용객들이 알아서 차를 만들어 마시고 계산도 스스로 하도록 갖춰진 카페입니다. 물론 차를 만들어 마시기 위한 모든 재료는 준비 되어 있기에 별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미 제주도내의 여러 곳에 운영 중인 무인카페는 몇 년 전 서광리에 위치한 무인카페 '오월의 꽃' 시초입니다.

제주올레의 여파를 타고 걷기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제주도,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르면서 쉴 수 있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차를 만들어 마실 수도 있는 매력에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나그네들이 쉬어가는 주인 없는 주막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내포구에 문을 연 무인카페 '산책'은 지금까지 다른 곳에 문을 연 무인카페와는 조금차별화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차와 음악이 있는 다른 곳에 비해 이곳에서는 책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올레걷기를 마치고 교통편을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입니다. 이런 취지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집에서 보지 않는 책을 무료로 카페에 기증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는 모습도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처음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문

이용객들의 방문 흔적

독특하고 새로운 무인카페가 고내포구에 문을 열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이라 외형적으로는 그윽한 멋은 없었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시야가 넓은 창에 밖으로 보여 지는 짙푸른 바닷가의 풍경이 잠시 쉬어가는 데엔 조금도 부족함은 없어 보입니다. 실내에는 수많은 포스트잇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저마다의 발자취의 흔적들이 보였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올레꾼들이 다녀갔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이보다도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도둑을 경계하는 메모였습니다. 올레꾼들의 지쳐있는 어깨를 풀어주고자 준비해 놓았던 안마봉을 비롯하여 마스코트 인형,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읽으라고 준비를 해 둔 도서까지도 훔쳐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CCTV를 설치하면 되는데, 그런 불신의 상황까진 가고 싶지 않다는 카페주인의 안타까운 메시지였습니다.

훔쳐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주인장의 구구절절한 메시지
 

                              사라져 버린 안마봉



여기저기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니 카페주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너무나도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한 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레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듯합니다. 소박한 추억들을 담아 갈수 있도록 한 카페주인의 배려가 무색하게도 행해지는 도난, 과연 이런 물건까지 훔쳐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찌 생겼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안보이던 새로운 책이 생긴 것을 보고 기뻐하는 카페주인의 미시지를 보니 모든 사람들이 삭막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준비되어 있는 물건들, 두 번 다시는 사라지는 일이 없으면 하면서 무인카페 '산책'의 실내 분위기를 살짝 소개를 할까 합니다.

무인카페 산책에서 가장 특이했던 부분이 바로 유기농만을 취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기농 커피와 여러가지 차와 음료수들, 부담되지 않는 착한 가격을 적어 놓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갖가지의 음료수들로 종류별로 가득 들어있습니다.

조그만한 돈통도 옆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모든 부분은 이용객들이 셀프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산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누가 참견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이용객들이 양심에 맡겨진 채 운영이 됩니다.
  

마시고 난 용기는 손수 깨끗하게 세척을 해야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이용을 하겠죠.
  

실내의 소품

실내의소품


산책

올레길을 걷는 올레꾼들이나 아니면 차를 타고 지나치는 관광객들이나 아주 편한마음으로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고내포구에 있는 무인카페 산책은 애월-하귀간 해안도로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주시내에서는 자동차로 약 25분정도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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