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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0원짜리 아르바이트, 5시간동안 해보니

by 광제 2010.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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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들어오는 시기가 있더라..다 사람 팔자다"


몇 년 전 학교 근처에서 분식집을 하여 큰돈을 번 지인의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남다른 노력을 했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큰돈을 만질 수 있었던 것이지
그걸 두고 팔자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괜히 요행이나 바라게 될 것 같아 처음부터 인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10원 벌자고 허리 뽀개지는 아픔을 겪어보니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합니다.

며칠 전의 저녁시간,
밥상을 차리던 아내가 전화를 받고는 쾌재를 부릅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알고 보니 일거리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후다닥 저녁을 차려 놓고는 밥도 먹지 않고 뛰쳐나가더니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 두 개를 들고 들어옵니다.


용기 안에는 처음 보는 물건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찐빵처럼 생긴 스폰지,
여기에 무명실을 하나하나 꿰매어 묶기만 하는 되는 일이라는데,
이일을 마치고 아침 10시까지 갖다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일을 하여 받는 댓가는 개당 10원입니다.
스폰지의 숫자가 약500개이니 이 일을 해서 생기는 돈이 5천원입니다.

겨우10원?
처음에는 10원이라는 돈의 가치에 대해 너무 하찮은 생각에
이런 일을 뭐하러 받아 오냐며 핀잔을 줬지만, 
요령을 대충 보고 온 아내는 너무 쉬워서 거저먹기라며 오히려 들뜬 모습입니다.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부랴부랴 집안정리를 끝내고는 자리를 깔고 앉아 아내는
1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이때의 시계가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혼자 기분 좋게 시작하였습니다.
찐빵처럼 생긴 스폰지는 미용과 관련된 용품에 쓰일 것이라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고, 문제는 이 녀석이 흠뻑 젖어 있다는 것입니다.
곤약성분이라는데 손으로 만지면 물컹물컹 처음에는 흠칫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한쪽 귀퉁이에 뜨개질용 바늘을 이용하여 무명실을 꿰어 끝을 묶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요,
아내 생각에도 500개 정도는 금방 끝날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시간을 해보니 이거 장난이 아닌 것입니다.
꿰고 묶기를 반복하며 한 시간 가까이를 집중해서 해봐도 겨우 수십 개 밖에 하지를 못했는데,
허리까지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결국 혼자의 힘으론 밤을 새도 안 될 것이라 느꼈는지 SOS요청이 들어옵니다.

어차피 엎질러진 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시작된 10원짜리 아르바이트,
애들은 모두 잠든 시간에 이거 부부가 마주앉아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어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고 하고
그때마다 일감을 받아 온 아내가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급기야 아내도 후회가 되는가 봅니다.

"우쒸...받아오지 말걸..."



이렇게 둘이서, 허리 펼 시간도 없이 꼬박 5시간동안,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받아온 일감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허리를 펴보니 두두둑~~~!
그런데 둘의 손이 말이 아닙니다.
흠뻑 젖어있는 스폰지를 5시간동안 만지다보니 손바닥이 완전 물에 뿔어 쭈글탱이가 다됐습니다.
아침 10시까지 갖다 줘야한다 해서 하기는 했는데,
이거 돈 5천원 번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습니다.
고생한 생각을 하면 여전히 저는 불만입니다.

"이제 5천원 벌었으니 만족해?"

".........;;"

"고생해서 번 돈, 5천원으로 뭐할 건데?"

"글쎄.......뭐하지?"

"돈은 언제 받어?"

"몰라...언제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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