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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자녀 둔 엄마가 수술대 위에 오르는 심정이란

by 광제 201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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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찐빵집이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찐빵을 2만원어치 사오라는 아내의 전화,
다른 때 같았으면 만원어치 정도면 충분했는데,
갑자기 2만원어치를 사오라는 것을 보니 이웃이라도 나눠 주려는가보다 했습니다.
쑥으로 만든 찐빵이라 독특한 맛에 한두 개 집어먹다보면 금새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사실 2만원어치도 많은 것은 아닙니다.

찐빵을 받아든 아내는 한 개 집어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비닐랩을 꺼내어 랩 한 개에 찐빵 5개씩을 정성스럽게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왜~ 누구 주려고?"

"아니....이렇게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애들이 꺼내먹기 좋잖아..렌지에 뎁히기만 하면 돼"


"참내..궁상도 가지가지다..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이렇게라도 해놔야 맘이 편할 것 같아서 그래....보고 있지 말고 비닐이라도 묶어줘"

이렇게 묶어놓은 빵 봉지를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놓고는 조그마한 메모지를 꺼내 무엇인가 적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만 보니, 애들이 좋아하는 것, 놀다 들어와서 자주 찾았던 좋아하는 간식거리들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곤 마트에 다녀온다고 현관을 나섭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가봅니다.
여성들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으로 평소에 고민을 하던 아내가 수술을 하려고 맘을 먹고 계획을 잡은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초등학생 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로....
어린조카를 키워야 하는 고모로....
애들의 뒷바라지 때문에 집을 비울 수 없던 아내가 여름방학에 맞춰 수술 예약을 해둔 것입니다.

비록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입원이라 하지만, 아내는 노심초사,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밀려있던 빨래도 정리를 하고, 애들의 옷가지를 넣어두는 서랍장도 오랜만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둡니다.
한시도 엄마 없이 지내본 적이 없어 애들을 집에 두고 가려니 그 걱정이 오죽할까 쉽습니다.
마치 어디론가 아주 멀리 떠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급기야 이것저것 챙기던 아내가 더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표정이 굳어있는 걸로 봐서 많이 긴장하는듯합니다.

"너..긴장하는구나?"

"어...나 지금 많이 떨려....."

"여자들이 흔한 병이니 괜찮다고 나를 위로할 때는 언제고..참내"

"그렇긴 한데, 막상 수술대위에 누우려니 떨리는 걸 어떡해.."

애들 둘 낳을 때도 순산을 했던 아내입니다.
몸에 칼을 댄적이라곤 단 한번도 없었던 아내가 무척 긴장이 되는가봅니다.
수술 후 며칠간은 많이 힘들 것이란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는 그 빛이 더욱 역력합니다.
'또 뭐 빠진 것 없나?'를 반복하며 마트를 다녀온 것만도 수차례,
이렇게라도 해놔야 맘이 편하다 해서 아내가 하는 대로 그대로 뒀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쳤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애들을 앉혀놓고는 방학숙제며, 학원이며, 일기 빼먹지 말라며, 하물며 양치질도 명심하라고 입이 닳도록 신신당부를 합니다.
남자인 내가 보기엔 저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한데,
엄마, 또는 아내가 보는 눈은 그렇지 않은가봅니다.

수술을 앞둔 여자의 긴장감, 집을 비우는 엄마의 불안감, 이런 것들의 아내의 모습에서 느껴져, 나중에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잘 될거라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보지만 남자인 저도 긴장이 되는데 아내는 오죽할까요. 

결국 이틀전 월요일 아침, 약 3시간 동안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내는 하루종일 이어진 고통을 참고 견디다 밤늦게 되서야 깊은잠에 빠지네요..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안골던 코골이까지 하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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