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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공항에서 짜릿하게 온몸이 굳어버렸던 사연

by 광제 201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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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볼만한 곳을 소개하다보니 이런저런 문의를 자주 받는 편입니다. 어떻데 알아냈는지, 이메일을 통한 문의 그리고 방명록을 통한 문의 등,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는 여행스케쥴을 짜달라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요, 블로그 초기에는 이러한 문의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여행과 관련하여 상업적인 부분에 대해선 거의 아는바가 없기 때문에 가장 난감하고 어려운 문의가 바로 여행스케쥴을 짜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때마다 나름대로 개인적인 소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정성스럽게 문의내용에 답변을 하고나면, 이후에 문의를 한 사람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지요, '답변 고맙다'라든지, '덕분에 많은 도움 됐다'라고 한 마디 하면 될 것을, 이러한 악습이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신분의 어느 정도 노출된 사람에게만 미약하나마 도움을 드리는 편입니다.

근래에는 대부분의 문의를 무시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정보를 제공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블로그를 통해 제공하는 조그마한 정보들이 실제로 제주를 여행하는 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또한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기가 막힌 경험 하고 말았습니다. 지난7월8이었습니다. 청주에 긴한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제주를 출발하여 볼일을 마친 후, 저녁 무렵 제주행 항공기를 기다리던 때입니다.

청주공항은 지금까지 딱 두 번 이용을 해봤던 공항으로 규모가 그리 크지가 않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의 2층 대합실, 택시를 이용하여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루하기도 하여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마침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인터넷용 컴퓨터가 보입니다.

하지만 공항대합실에 마련된 컴퓨터는 달랑 두 대, 두 대의 컴퓨터에는 이용객 두 분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럴 땐 보통 요행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든지 한사람이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을 지나칠 때였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한쪽의 모니터에 보여 지고 있는 화면이 어디선가 눈에 익은 장면입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그 이용객이 보고 있는 화면은 제가 발행한 콘텐츠였습니다. 주로 Daum을 통해 발행이 되지만, 동시발행 기능을 이용하여 모 포털의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시간대에 글이 송고가 되고 있었는데, 이용객이 보고 있는 화면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차림새로 봐서는 혼자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의 콘텐츠를 그냥 대충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한줄 한줄 자세히, 그리고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다가 화면을 보여 지는 정보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나를 경직시켜놓기에 충분한 행동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콘텐츠 캡춰화면

뭐가 그리 대수냐, 할지 모르겠지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기분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짜릿한 흥분을 했으니까요, 마침 손에 디카를 들고 있어서 찍는다고 찍긴 했는데, 흥분된 상태라서 그런지 많이 흔들려 버렸습니다.

여행자가 보고 있는 콘텐츠는 다름 아닌, '제주의 물놀이 계곡 5곳' 소개한 포스팅으로 5곳 모두를 하나하나 살피는데 비교적 긴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지켜보던 저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스쳐갑니다.

<<슬쩍 다가가서 글 쓴 사람이라고 말이라도 건네 볼까??>>
<<아니야~ 그랬다가 ‘이런 미친놈을 봤나’ 하고 따귀라도 올려치면 어쩌지..>>
<<맞아...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있자>>
<<절대로 믿지 않을 거야>>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쓸데없는 생각만 하다가 결국에는 항공기 시간이 되었는지 자리를 뜨는 여행자, 그러고 보니 같은 항공기를 타고 가야할 사람이었습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절묘했고 생전 처음 느껴본 감동으로 흥분되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쯤은 제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물놀이 계곡 5곳의 정보를 보고 원하시던 여행을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다시 그 여행자께서 이 글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에 뒷모습이 보이는 분이 비록 한순간이지만 짜릿한 감동을 주신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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