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여행을 간다는데 어떻게 하지?"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바로 전, 퇴근을 했는데 뜬금없이 아내가 물어 본 말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녀석이 갑자기 여행을 간다니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웬 여행?"

"방학 중에 해양소년단에서 수련회 형식으로 3박4일 육지로 가는가 보던데..."

"보내지 못할 상황이라도 있는거야?"


"학원이 있기는........"


"그럼 보내자!"


아내의 얘기로는 학원 때문에 어딜 보내려면 힘들지 않겠냐는 뜻을 잠시 내비추긴 했지만 아내의 말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내자고 단호하게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던지, 시간을 두고 생각할 것도 없이 말입니다.

아무리 학원도 좋고 방학 중에 계획했던 일도 있을 것이지만 본인만 좋다면야 어디든지 보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 아들의 입을 통해 '수련회를 꼭 가야만 하겠다는 의지'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미처 방학을 하기 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이 또다시 물어옵니다. '소년단에서 수련회를 가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말입니다.

'너 스스로 판단해서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가고 싶다고 표현을 해라. 단, 스스로 판단한 일에 대해선 너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줬습니다.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만큼 이번기회에 빌어 아빠의 결정에 의존했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버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빠의 의중을 알아 차렸는지, 자신 있게 대답을 합니다.

"가고 싶어요 아빠~! 보내주세요."

"알았다 보내줄테니 잘 갔다 와라."
 
아빠의 대답을 듣고는 원하는 바를 이뤘는지 쾌재를 부릅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나중에 따로 불러 조용히 얘기를 해보니, 만만치 않은 25만원의 비용 그렇고, 구태여 학원까지 거스르면서 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가까운 도내도 아니고, 멀리 육지로의 여행을 3박4일간이나 해야 하는 것이 상당함 부담이 되는 가 봅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보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산교육을 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쉽게 찾아온 기회마저 이런저런 핑계를 이유로 날려 보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원며칠 빠진다고 문제될 것은 무엇이며,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경험을 하고 올 것이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내에게도 말을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너무나도 가고싶었던 도외로의 수학여행을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학창시절. 자식이 가고 싶다는 여행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을 떠난 텅 빈 교실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기에 큰 내색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그때하고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아들 스스로가 하고 싶다고 하고 초등학생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기에, 학원이나 비용 등, 보내주질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입니다.


아들 녀석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3박4일간의 육지 수련대회를 떠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말이 수련대회지, 일정을 보니 여행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3일간이나 부모 곁을 떠나는 아들. 아내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가 봅니다.

가방을 꼼꼼히 챙기던 아내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천 원짜리 지폐를 3만원만 교환해 달라고 합니다. 이유인즉, 지폐를 가방의 이곳저곳에 넣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쓰게끔 그냥 쥐어주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게 또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 그냥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제주를 떠나 육지로의 3박4일 수련회. 소중한 추억 담아오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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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isblog.joins.com/jk7111 BlogIcon 둔필승총  수정/삭제  댓글쓰기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 경험이 몇 배, 아니 몇 십배의 효과로 돌아올 겁니다.~~ 아자!!!

    2010.08.16 10:14
  3. Favicon of https://hls3790.tistory.com BlogIcon 옥이(김진옥)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 멋지네요...
    그리고 잘하셨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0.08.16 10:30 신고
  4. Favicon of https://youngminc.tistory.com BlogIcon 영민C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경험과 새로운 모습들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겠는데요~ ^^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0.08.16 10:56 신고
  5. Favicon of http://golden21.tistory.com BlogIcon 오븟한여인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들이걱정이지아이들은 잘보내고오던데요?
    오늘우리아이도 케리비안갔는데 저희집에서 2시간30분걸리죠.
    총5시이왔다갔다 하는시간...
    그래도 보내봅니다.
    재미있는지연락도없네요.

    2010.08.16 11:10 신고
  6. Favicon of http://blog.daum.net/moga2641 BlogIcon 모과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10.08.16 11:25
  7. Favicon of https://psblog.tistory.com BlogIcon 그라운드지기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을 절로 느끼게 되네요...^^ 참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좋은 어머니 아버지 아래서 자란 아이도 행복하고 바르게 잘 자랄꺼예요~ 아드님이 사고없이 많은것을 배우고 무사히 돌아오게 되길~ 함꼐 바라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2010.08.16 11:55 신고
  8. Favicon of https://feelhouse.tistory.com BlogIcon ,,.,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을 통해서 애들은 많은 성장을 하리라 봅니다.
    너무 잘하셨네요^^

    2010.08.16 12:29 신고
  9. Favicon of http://blog.daum.net/jotdding BlogIcon 조띵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르르님은 좋은 아버지인 것 같습니다.

    애들은 너무 감싸안아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나이에 맞는 판단력을 기르게 해주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해요.

    대학생이 되서도 시간표 짜주는 부모가 되면
    안되겠죠. ㅋㅋ

    2010.08.16 12:35
  10. Favicon of https://1evergreen.tistory.com BlogIcon ♣에버그린♣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은 사람의 시야를 넓혀주는 매게체라 생각 합니다.
    당연히 보내야죠^^
    근데...딸이라면?
    고민좀 해야 겠습니다.

    2010.08.16 13:38 신고
  11.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2010.08.16 16:22 신고
  12. Favicon of https://shlim1219.tistory.com BlogIcon ★안다★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보내주실수 있을 때 최대한 보내주세요~
    학생시절의 목적과 이유가 합당한 여행이라면, 분명히 넓은 시야와 안목을 길러줄 겁니다~
    정말 결절 잘 하셨습니다~짝짝짝!!!^^
    이번 한주도 즐겁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파르르님 되세요~^^

    2010.08.16 18:29 신고
  13.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좋은 아빠라는^^
    늘 한결같은 모습 부럽습니다^^

    2010.08.16 18:55 신고
  14. Favicon of https://junke1008.tistory.com BlogIcon mami5  수정/삭제  댓글쓰기

    육지의 여행이라 보내주는게 좋을 것 같으네요..
    방학동안 좋은 추억도 만들고 많은 공부도 하고 오겠죠..

    파르르님 역시 좋은 아빠이신 듯..^^

    2010.08.16 20:38 신고
  15. Favicon of https://litigons13.tistory.com BlogIcon 돛새치는 명마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면서
    수련회 같은 곳을 다니던 때가 생각나네요...ㅠ.ㅠ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능 ㅋㅋ
    파르르님의 애기는 좋은 아빠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근데.. 수련회비 25만원~ 요즘은 수련회의 규모도 큰가봐요~ㅠ.ㅠ

    2010.08.16 21:00 신고
  16. Favicon of http://liverex.tistory.com BlogIcon LiveREX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저도 어릴때 수련회 등등 참 많이 다녔는데 ㅎㅎ
    다 추억이죠~~ ^^

    2010.08.16 21:02
  17. Favicon of http://blog.daum.net/cola1018 BlogIcon 바람될래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간다고하면 언제든지 환영할거같아요..
    좀더 넓은곳에가서
    많은 걸 배우고 오는거 나쁘지 않거든요..^^
    그나저나 올해 고등학교 시험이 끝나면
    저랑 버스여행을 하고싶다고 하는데
    죽어났습니다..ㅡㅡ

    2010.08.16 23:51
  18. Favicon of http://blog.daum.net/2losaria BlogIcon 굄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하셨습니다.
    어딘들 못갈까요?
    혼자가는 여행도 아닌데요.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성장하더군요.

    2010.08.17 06:14
  19. Favicon of https://jwae.tistory.com BlogIcon JWAE  수정/삭제  댓글쓰기

    훌륭한 결정 하셨네요.
    아드님도 이번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겪어서 돌아왔으면 하네요. ㅎㅎ

    2010.08.17 14:31 신고
  20. Favicon of https://vibary.tistory.com BlogIcon 비바리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오면 ..훨씬 어른스러워질듯 합니다..
    잘 하신거에요.

    2010.08.17 21:48 신고
  21. 토깽  수정/삭제  댓글쓰기

    25만원이라는 거금이 후덜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드님에게 값진 추억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초등학교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매년 여름이면 2박3일 수련회를 갔었지요ㅎㅎ
    지금 생각하면 선듯 수련회를 보내주신 부모님께 진심 감사드린답니다.ㅎㅎ

    2010.08.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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