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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여행 간다는 초등생 아들, 흔쾌히 승낙한 이유

by 광제 201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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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여행을 간다는데 어떻게 하지?"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바로 전, 퇴근을 했는데 뜬금없이 아내가 물어 본 말입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아들 녀석이 갑자기 여행을 간다니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웬 여행?"

"방학 중에 해양소년단에서 수련회 형식으로 3박4일 육지로 가는가 보던데..."

"보내지 못할 상황이라도 있는거야?"


"학원이 있기는........"


"그럼 보내자!"


아내의 얘기로는 학원 때문에 어딜 보내려면 힘들지 않겠냐는 뜻을 잠시 내비추긴 했지만 아내의 말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내자고 단호하게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비용이 얼마가 들던지, 시간을 두고 생각할 것도 없이 말입니다.

아무리 학원도 좋고 방학 중에 계획했던 일도 있을 것이지만 본인만 좋다면야 어디든지 보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단, 아들의 입을 통해 '수련회를 꼭 가야만 하겠다는 의지'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미처 방학을 하기 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이 또다시 물어옵니다. '소년단에서 수련회를 가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말입니다.

'너 스스로 판단해서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 가고 싶다고 표현을 해라. 단, 스스로 판단한 일에 대해선 너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줬습니다.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만큼 이번기회에 빌어 아빠의 결정에 의존했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버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빠의 의중을 알아 차렸는지, 자신 있게 대답을 합니다.

"가고 싶어요 아빠~! 보내주세요."

"알았다 보내줄테니 잘 갔다 와라."
 
아빠의 대답을 듣고는 원하는 바를 이뤘는지 쾌재를 부릅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나중에 따로 불러 조용히 얘기를 해보니, 만만치 않은 25만원의 비용 그렇고, 구태여 학원까지 거스르면서 보낼 필요가 있냐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가까운 도내도 아니고, 멀리 육지로의 여행을 3박4일간이나 해야 하는 것이 상당함 부담이 되는 가 봅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보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산교육을 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쉽게 찾아온 기회마저 이런저런 핑계를 이유로 날려 보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원며칠 빠진다고 문제될 것은 무엇이며,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경험을 하고 올 것이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내에게도 말을 못한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너무나도 가고싶었던 도외로의 수학여행을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학창시절. 자식이 가고 싶다는 여행을 보내주지 못하는 부모님 마음은 오죽했을까요. 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을 떠난 텅 빈 교실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기에 큰 내색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그때하고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아들 스스로가 하고 싶다고 하고 초등학생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기에, 학원이나 비용 등, 보내주질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것입니다.


아들 녀석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3박4일간의 육지 수련대회를 떠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말이 수련대회지, 일정을 보니 여행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태어나 생전 처음으로 3일간이나 부모 곁을 떠나는 아들. 아내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 가 봅니다.

가방을 꼼꼼히 챙기던 아내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천 원짜리 지폐를 3만원만 교환해 달라고 합니다. 이유인즉, 지폐를 가방의 이곳저곳에 넣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쓰게끔 그냥 쥐어주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게 또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인 것 같아 그냥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제주를 떠나 육지로의 3박4일 수련회. 소중한 추억 담아오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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