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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오물 쏟아둔 채 도망가는 배달부를 잡고 보니

by 광제 2010.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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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처음 들어본 욕, 황당


승강기 내부에서 무언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는 한데,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집으로 들어가려고 승강기 호출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잠시 후, 승강기 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쳐나오는 물체에 깜작 놀라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 하였습니다. 현관 쪽으로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서야 누군지 짐작이 갑니다.

한손에 철가방을 든 걸보니 음식을 나르는 배달부였는데 상당히 바쁜 듯 정신없이 달려 나갑니다. 날씨도 더운데 참 고생한다고 생각하며 승강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승강기 바닥이 온통 오물로 내질러져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방금 뛰쳐나간 배달부의 짓이 분명합니다. 더 생각할 이유도 없이 밖으로 따라 나갔습니다. 저질러 놓은 일이 너무 한심하여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재빨리 움직인 덕에 배달부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막 출발을 하는 상태였습니다.

"이봐요~!"

부르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급하게 출발하던 배달부 또한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오토바이를 급정거합니다.

"왜요? 저 불렀어요?"

승강기에서 뒤쳐 나갈 때는 몰랐는데, 이제 자세히 얼굴을 보니 아주 앳된 얼굴입니다. 분명히 10대의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분명합니다.

"이봐~! 학생~ 엘리베이터에 음식물을 쏟아 놓은 거 학생 짓이지?"

다짜고짜 따져드는 소리에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듯 순순히 인정을 합니다.

"네..제가 실수로 그랬어요."

"실수했으면 치우고 가야지..이렇게 놓고 가면 누가 치워?"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짓던 학생.......

"알았어요 제가 치우면 되잖아요..그냥 놔두세요..이따가 치울거니까요....
"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고는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굉음을 내며 달려갑니다.

"빨리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바쁜 아르바이트 학생의 처지를 생각하면 대신 치워줘도 무방한 일이었지만, 일단은 그냥 방치하고 도망가려던 행동이 얄밉기도 하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치우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오토바이의 핸들을 돌려 다시 내게로 달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치우고 가려는 걸까'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토바이를 잠시 세우고는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너가 해~! OO끼야~~"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 녀석, 방금 뭐라 그랬는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적어 놓기도 무안할 정도의 육두문자를 뱉어놓고 녀석은 다시 내빼기 시작합니다.

"야~! 너 거기안서!!!"

잘못한 놈을 향해 서란다고 해서 서는 녀석 못 봤고, 요즘 10대의 무서움은 익히 들어 알고 있기에, 이런 경우 실제로 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잘 도망가던 오토바이가 서라는 소리를 듣고는 거짓말 같이 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운 채 하늘로 치켜 올리고는 다시 줄행랑을 칩니다.

앗..저저저넘이...

할 말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음식을 배달했던 집이 어느 집인지 알 수만 있어도  음식점을 찾아낼 수 있겠는데, 11층이나 되는 세대를 일일이 방문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 녀석, 절대로 이쪽으론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녀석이라는 것도 직감할 수가 있습니다.

매일같이 이용하는 자가용 같은 승강기에 쏟아진 오물 또한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 휴지와 비닐봉지를 들고 나와 눈물을 머금고(?)치워야만 했습니다. 차라리 험한 꼴 안보고 처음부터 치우고 말걸, 후회가 막심합니다. 정말 막가는 10대들 때문에 앞이 캄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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