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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신호 대기중 잠자는 운전자, 사람들의 반응은

by 광제 2010.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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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중 만난 신호등, 이미 적색등이 켜져 있고 신호등을 앞에 두고 두 개의 차선에는 초등학생들이 운동장에 줄을 맞춰 선 것처럼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법규가 지켜지는 모습인데, 오래되지 않은, 불과 이틀 전의 일입니다.

내가 주행을 하던 차선은 2차로. 대충보니 앞쪽으로 대여섯 대의 차량이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흥얼거림도 잠시, 주시하고 있던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1차로에 있던 차들은 잔뜩 준비하고 있었는지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데 비해, 내가 서 있는 2차로에는 차량들이 움직일 줄을 모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락숀 소리가 동시다발로 울려댑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앞쪽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맨 앞쪽에 상당히 어두운 색상의 승합차가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으로 봐서는 분명 승합차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근데 비상등조차도 켜지 않은 것이 조금은 의문입니다.

기다리다 못한 차량들이 앞 다퉈 1차로로 급히 방향전환을 한 후 달려 나가기 시작합니다. 내 뒤쪽에 있던 눈치 빠른 차량들 일부는 벌써 꽁무니조차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다 보니, 내 차량이 가장 늦었습니다. 야무지지 못한 탓이지요.

그런데 가장 늦게 1차로로 진입한 후 2차로에 서 있던 승합차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기심 반, 우려 반의 심정입니다. 승합차 곁을 스쳐 지나면서 운전석을 흘깃 쳐다보고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상등을 켜고는 승합차의 앞쪽으로 바짝 붙여서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승합차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승합차의 운전자가 핸들에 머리를 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운전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다. 승합차를 향해 걸어가는 짧은 시간에도 만 가지의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불길한 예감이 스쳐가기도 합니다. 행여 승합차 운전자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조수석의 문을 열고는 큰소리로 운전자를 불렀습니다.

"이봐요~~! 아저씨!"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 소리가 굉장히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딱 한번의 외침으로 운전자가 반응을 보입니다.

"으~~으응~~"

정신을 차리기 힘들 듯 한 기색을 보입니다. 그래도 깨어났습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옵니다. 살아있음을 확인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히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나를 쳐다보는 운전자아저씨.

"아니, 자고 있었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죠..뒤에 차들 계속하여 밀리잖아요.."

"어이쿠 내 정신 봐라~~"

잠에서 깬 아저씨는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이 차를 몰고는 달려가 버립니다.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도 역력하였지만, 상당히 피곤해 보였습니다. 저녁 햇볕이 비추고 있던 때라 졸립기도 했겠지만 얼마나 고단했으면 도로의 한가운데에서, 그것도 신호대기 중에 잠이 들었을까요. 시끄럽게 울려대는 크락숀 소리에도 깨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비교적 연세가 지긋하신 아저씨가 잠에서 깨는 표정을 보니, 졸음을 못 이겨 깜빡 졸았던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소 수분의 시간, 여러 차례의 신호가 반복되는 동안 그렇게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보면 꼴불견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 운전자를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수많은 차량들이 승합차의 꽁무니에 서 있었고, 그들 모두는 최소 한 번의 크락숀을 울리며 자신들의 주행을 방해하는 승합차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을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눈에도 띄었듯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승합차 운전석에서 쓰러져(?) 있는 운전자의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누구 한사람, 승합차 운전자의 상태를 살펴보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저마다 갈 길이 바빠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크락숀을 울리며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한 것, 그 이상의 불편함은 용납할 수 없었나봅니다. 만에 하나라도 승합차의 운전자가 촉각을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물론 제가 한 행동이 괜한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잠에서 깬 승합차 운전자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어도, 처음 승합차로 다가가면서 가슴 조아리며 우려했던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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