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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음식점에서 반찬 재사용 하지 말라고 따졌더니

by 광제 201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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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반찬, 따졌더니

걸어서 3분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자주 가는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를 오고난 후부터 10년 가까이 줄기차게 다녔으니 단골도 이런 단골은 없을 겁니다.

유난히 맛이 있다 라든가, 다른 음식점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자주 찾던 집입니다. 자주 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 음식점의 해장국에 자연 길들여지게 되더군요.

다른 음식점에 비해 독특한 맛은 찾아볼 수 없어도, 갈 때마다 큰소리로 맞아주시는 종업원 아주머니(할머니?)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환갑은 훌쩍 넘기신 듯한 연세에 언제나 인자한 웃음을 주시는 모습이 어머니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점 또한 단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보여 집니다.

그런데 약 한달 전, 여느 때처럼 해장국을 먹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해장국의 밑반찬이라고 해봐야 고작 김치와 깍두기에 매운 풋고추, 그리고 고추를 찍어먹는 된장이 나오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 된장에 고추의 씨가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기에 무엇인가 잘못됐을 것이라 믿고는 더 이상 의심을 하지 않기로 하고는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습니다.



런데, 바로 이틀 전, 다시 해장국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전에 보았던 경우와 똑같은 고추씨가 된장에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에 걸쳐서 연속으로 발견된 고추씨,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된장을 재사용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으로 잘라 먹었던 고추가 수차례 거쳐 간 된장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실수 이겠거니 했지만 두 번에 걸쳐 눈에 띠는 것을 보니 고의적으로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이 된장이 그동안 몇 사람의 입을 거쳐 갔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그냥 넘어갈 상황이 아닙니다. 일단 음식점 안에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된장과 고추를 빼고는 식사를 마쳤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 해장국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조차 모르겠더군요. 반도 채 못 먹은 듯합니다.

홀에는 언제나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셨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분이 주인장으로 보였지만 지금까지 주인장과는 한 번도 대변한 적은 없는 사람입니다. 계산을 하면서 주인장 좀 보자고 했더니 하던 일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주 조용히 따져 물었습니다. 한 달 전에 있었던 상황, 그리고 오늘 있었던 상황까지 설명을 하고나니 인정을 하는듯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하였습니다.

"내가 이런짓 하지 말라고 그토록 얘길 했잖아요~!"

죄송하다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를 불러 큰소리로 나무라시는 겁니다. 어찌하여 연세 지긋하신 아주머니에게로 불똥이 튀는 것일까. 옆에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랬습니다.

반찬을 재사용하지 말라고 틈만 나면 아주머니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던 주인장, 하지만 먹다 남은 된장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까웠던 아주머니들은 주인장도 모르게 된장을 다로 모아뒀다가 다시 사용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여러 차례 주인장에게 들켜, 그때마다 주의를 줬지만 지켜지지 못하고 결국 이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입니다.

일이 크게 벌어진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안색 또한 하얗게 변해버린 아주머니, 낭비를 모르는 시대를 살아온 아주머니라 그 마음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찮은 실수하나가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봅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면박을 당하신 아주머니가 못내 애처롭게 보였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틀린 것은 바로 잡아 보려는 주인장의 마음은 높이 살만하였습니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하여 음식 재사용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런 의외의 경우도 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네요.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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