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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목욕탕에 들어온 여자애 때문에 난처했던 사연

by 광제 201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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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을 데리고 목욕탕엘 다녀 온지가 꽤 된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곧잘 따라다니더니,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부터는 친구들과는 곧잘 다니는데 아빠하고는 가지 않으려고 하네요.

일요일인 이틀 전, 요즘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주유나이티드 축구팀의 경기가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있었습니다. 오후 2시에 경남과 경기가 치러지는데,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응원을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마침 잘됐다 싶어, 응원을 보내주는 대신에 아빠하고 오랜만에 목욕이나 하러 가자고 하였더니 좋다고 따라 나섭니다. 오랜만에 아들 녀석의 손을 빌려 등을 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때의 기분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지요.

얼마의 시간이 목욕탕 안에서 흘렀을까. 아들을 냉탕에서 잠시 놀고 있으라고 하고는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 녀석이 손으로 고추를 가리고 기겁을 하며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 왜 그래...놀고 있으라니, 고추는 왜 가렸어?"

"아이~짜증나 아빠!"

"뭐가 또..."

"왜 여자가 남탕에 들어오는 건데..."

"엥? 여자가 들어왔어?"

"웅~~~저기~~"

아들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정말 여자가 들어오긴 했습니다. 얼핏 보아하니 너 댓살 정도 되어 보입니다. 어린 딸래미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는 긴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꼬마인데 뭐가 창피하냐..그냥 신경 쓰지 말고 놀아~"

"아니, 그런데 아빠. 쟤가 자꾸 쫓아다니면서 거길 쳐다본단 말야..."

"그래?"

아들 녀석을 가까이에 앉혀놓고 등을 밀어 주면서 유심히 여자애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조금은 어이없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뭐 이정도가 대수냐 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자애가 가만있질 못하고 목욕탕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 큰 남자애들, 때론 어른들의 그곳을 빤히 쳐다보고 다니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자애를 데리고 온 보호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탕 안에서 놀게 놔두고는 어디선가 때를 밀던지 한증막 안에 들어갔던지 한 모양입니다. 어른들조차도 여자애의 이런 행동에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듯한 눈치입니다. 대놓고 뭐라 하지도 못한 채 난처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어른들의 난처한 입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자애는 눈앞에 보여 지는 광경들이 사뭇 신기한 듯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고 있는 동안 보호자라는 사람은 나타날 줄도 모릅니다.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보호자가 불가피하게 애를 데리고 와야 할 사정이 있었다면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놔두지 말고 곁에 데리고 다니면서 목욕을 했으면 좋겠는데, 조그마한 배려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경험한 일은 여자애의 경우지만, 대부분은 남자애들이 여탕 안에 들어가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몇 살 이상은 출입을 금지한다라고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인 수치심을 조금이라도 느끼게끔 한다면 자녀와의 동행,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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