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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차에 치어 신음하는 유기견에 핸들을 돌린 사연

by 광제 201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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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한 유기견, 구조의 도움을 요청해 보니 
-마땅한 구조체계 조차도 없어-


어제오후 승용차의 옆자리에 아내를 태우고 시내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한참을 달리던 중, 아내가 안타까운 외마디의 비명을 지릅니다. 무엇인가를 본 것입니다. 무얼 봤냐고 물어보니, 강아지 한 마리가 차도 옆에 쓰러진 채 길가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정말 움직이는 것을 봤냐고 물어보니 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로드킬을 당한 채 도로위에 버려진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기에 일단 살아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라서 유턴지점을 찾으려면 수백 미터를 달려가야 했습니다. 유턴을 하고, 다시 수백 미터를 달려 재 유턴을 하고 나서야 강아지가 쓰러져 있는 곳에 도달하였습니다. 차를 세우고 강아지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보니, 다리를 크게 다쳤는지, 온몸을 질질 끌면서 어떻게든 도로 위 풀밭으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가가자 다친몸을 이끌고 언덕위로 도망을 치려해 보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이라 여의치가 않습니다.>

누군가가 자동차로 강하게 충격을 가해 상처를 입히고는 살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버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미 다리부분은 골절된 것으로 보였고, 앞쪽의 두 다리를 이용하여 움직이려 해보지만 여의치가 않은가봅니다. 숨을 헐떡이며 가끔씩 가녀린 신음을 토해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서 이렇게 방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바짝 긴장하는 눈빛>


가까이 다가가니 경계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습니다. 나를 피해 도망을 가보려고 마지막 힘을 다해 보지만 얼마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일단 경계심을 풀어주는 것이 시급할 것 같습니다. 강아지와 대화를 시도 하듯이 중얼거리면서 아주 천천히 강아지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조금은 안심이 되는 모양입니다. 눈초리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

일단 눈으로 확인한 상태는 중상을 입고 있긴 하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서둘러 전화기를 꺼내 114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주도내에 동물을 구호하는 단체나 기관이 등록되어 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것입니다. 강아지의 생명이 위급하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시청에 관련부서가 한곳이 있다고 하여 아쉬운 데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연락을 취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시청 내에 가축을 담당하는 축산과와 제주대학교 야생동물 구조학과로 도움을 청해보는 길이 있다고 합니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니, 잠시 후 두 곳의 연락처를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받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호단체를 찾아 연락을 취하는 사이 시간은 계속하여 흐르고 강아지의 헐떡이는 숨은 계속 거칠어만 갑니다.

<차에 치인 것으로 보이는 뒷다리, 털은 다 벗겨지고 벌겋게 속살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먼저 연락을 취한 곳은 제주대야생동물구조학과입니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시청 청정축산과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연결이 된듯합니다. 하지만, 바로 출동은 힘들고 연락을 취해봐야 알 것 같답니다. 몇 분이 흘렀을까 다행히도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아 바로 연락이 옵니다 위치를 물어본 뒤, 약 15분후면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생수병에 코를 박은 채 마셔대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이에 어떻게든 강아지를 보살피고 있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운이 빠지는지 숨을 몰아쉬는 간격이 좀 전 보다 더욱 좁아진 느낌입니다. 마침 차량에 생수 한 병이 있었네요. 물병을 입에 갖다 대니 허겁지겁 마셔댑니다. 굉장히 목이 말랐던가봅니다. 경계심을 완전히 늦춘 듯 도망가려고도 하지 않고 많이 친숙해진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수의사를 대동하여 도착한 담당직원, 강아지의 상태를 보더니, 하반신이 완전히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길에 버려져 유기견 생활을 한지도 아주 상당한 오래된 것으로 보여 진다네요. 그동안 여기저기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지나는 차량이 치어 중상을 입고 쓰러진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주고 보살펴 주겠다며 강아지를 차에 태웁니다. 강아지는 수의사의 손길을 느끼는지 아니면 이미 모든 것으로 포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차에 오릅니다. 아니, 반항할 힘조차도 없었을 것입니다.


떠나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내 계속되었던 긴장감이 조금은 풀립니다.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엔 씁쓸한 마음도 감출수가 없습니다. 길에 버려지는 유기견들, 수없이 보고 듣고 했지만, 경계를 하는 강아지의 눈동자, 그리고 그 눈동자에 담겨있던 원망의 눈초리는 강아지가 떠난 뒤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처음 연락이 닿았던 곳(702-2682)에서 보내준 연락처,
728-3403으로 연락하고 나서야 구조가 이뤄졌습니다.>

자동차로 치어 놓고도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린 사람도 너무 야속하고, 사고를 당하여 신음하는 동물을 보고도 한시간 가까이 지체해야 하는 구조체계의 미흡한 부분도 너무 아쉽습니다. 그나마 체계적인 구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처음 전화를 받고 신속하게 연락을 취해주고 구조원을 보내주신 시청(702-2682, 728-3403)의 관계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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