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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경매에 나온 중고자동차, 직접 입찰해보니

by 광제 201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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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찰해 본 법원 경매, 헛물만 켠 사연

검찰청이나 법원, 아마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관공서 중에서는 은근히 가기 싫은 곳 중에 하나일겁니다. 굳이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드나드는 모습을 지인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조금은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기도 합니다. 범죄 또는 법과 밀접한 일을 다루는 대표적인 관공서이기 때문 일겁니다.

저도 뭐 평소에 죄를 짓거나 다른 사람들과 법적인 문제로 얽힐 일이 거의 없어 이런 곳은 다소 생소한 편이기도 하지만 며칠 전, 법원에 볼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십수년전에 서류를 발급받을 일이 있어 몇 번 왔던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에 발걸음을 한 셈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친절해진 법원 공무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꺼리는 법원, 다름 아닌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하려고 찾아갔었습니다. 법원에서 웬 자동차를 판매하냐구요? 법원에서는 이런저런 판결을 통해 압류된 물건들을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일반에게 다시 경매를 합니다. 토지나, 건물, 자동차들이 주로 경매물건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새 차를 살 형편은 못되고 저렴한 경차를 한 대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때마침 지인을 통해 법원경매에 적당한 차량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법원경매라는 것을 접해 본 것은 난생 처음입니다. 다른 지방은 모르겠지만 제주법원의 경매가 열리는 날은 일주일에 단 하루, 매주 월요일이란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법원경매에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 하나하나 안내를 받으며 처음 입찰서를 작성해 봤습니다. 아내와 제가 이번에 입찰을 하게 된 물건은 현대자동차의 소형차 뉴클릭 2007년 식이었습니다. 처음 공시가격이 7백만 원이었던 차량이 한번 유찰이 되어 최저 입찰가가 4백9십만 원,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갓 3년 된 뉴클릭이 이정도 가격이면 아주 싼 가격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차량에 입찰을 할 것이며, 또한 얼마 정도의 입찰가를 적어야 낙찰이 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아무런 정도도 없고 처음 해보는 입찰이라 무기도 없이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처럼 조금은 무모한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생각을 잘 정리하고 적당한 입찰가를 적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법원직원의 안내에 따라 입찰용지를 받아들고 독서실의 책상처럼 좌우가 칸으로 막혀있는 책상에서 비밀(?)스럽게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정말 고민되는 순간입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낙찰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적어내야 하는데, 이쯤 되면 아내와의 자그마한 실랑이도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금액은 5백3십3만 원, 혹시라도 같은 입찰금액이 나올 확률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 금액입니다. 숫자하나 쓰는 것도 얼마나 떨리던지 세 번씩이나 오타가 생겨 새로운 용지를 받아와야 했습니다. 수정한 흔적이 발견되면 입찰이 무효가 된다고 하네요.


입찰서를 제출하고 난 뒤, 기다린 시간은 대략 30여분, 법원의 법정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법정에 가득입니다. 사건을 다루고 판결을 하는 근엄한 장소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법정에 이렇게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모습을 처음 접하고 보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순서대로 하나씩 경매가 진행되는데,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물건 하나에 십수명이 입찰을 하여 피 튀기는 경쟁에서 이긴 사람의 야릇한 미소가 있는가 하면, 아깝게 탈락하여 뒤통수만 매만지며 법정을 나가는 사람들, 단독 입찰을 하여 씁쓸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고, 수 억 대의 물건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두 명의 최고 입찰자가 나와 재입찰을 하는 재밌는 광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이거 무슨 입시시험을 치르는 학생처럼 긴장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정말 조마조마합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재판장의 입에서 이 물건에 대해 입찰한 사람이 일곱 명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경쟁률이 이렇게 치열하다 보면 당연히 낙찰될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입찰가 발표가 진행됩니다. 결국 최고 입찰가격 5백 8십만 원을 적어 낸 사람이 낙찰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적어낸 금액은 겨우 네 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입찰이 끝난 다음 후회해 봐야 이미 늦었습니다. 애초부터 우리에겐 뉴클릭과의 인연이 아니었다고 위로를 해보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은 가시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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