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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주민보다 차량대수가 많은 희한한 섬 마라도

by 광제 201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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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 마라도의 골프카트, 생각보다 심각

골프카트를 타고 자장면을 먹으러 가는 신기한 섬, 대한민국 최남단의 마라도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섬에 발자취를 남겨 보려고 쉼 없이 찾아드는 곳입니다.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바닷길을 따라 남쪽으로 11km에 위치한 마라도.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섬이며, 나무 한그루 없이 제주도식 잔디가 섬을 뒤 덥고 있기도 합니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하여 약35분 후면 마라도의 포구에 당도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토 최남단의 땅에 발을 디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감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뿌듯했던 감회도 잠시,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라 섬으로 발길을 옮기기가 무섭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골프카트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웬 골프카트냐구요? 마라도에는 언제부터인가 골프카트가 성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대거 반입하여 섬을 찾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이를 이용하여 섬을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입니다.

마라도 포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골프용 카트들

마라도 포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골프용 카트들

그런데 문제는 호객행위의 정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기가 막힙니다. 마라도에 입도하기 위해서는 모슬포항과 송악산 두 곳에서 매표를 하고 유람선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매표를 할 때 반드시 기입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돌아오는 시간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박에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활한 운행을 위해선 반드시  돌아오는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은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마라도에 발을 딛자마자 골프카트업자의 호객행위 중 흘러나오는 얘기를 들으면 황당해 집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섬을 다 돌아보려면 걸어서는 힘들다. 카트를 타고 신속하게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아가야 하는 배편이 정해진 관광객의 입장에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이것저것 따져 묻고는 바로 카트에 몸을 싣습니다. 찝찝한 대목입니다.

골프카트의 대여요금은 2만원입니다. 일단 대여시간에는 구애를 받지 않는 듯 보입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여시간은 무의미합니다. 손님들이 알아서 반납을 합니다. 자장면을 판매하는 집에서 운영하는 카트는 자장면을 먹으면 무료로 빌려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카트영업은 자장면과 더불어 마라도 주민들의 생계수단 중 하나이기도합니다.  

자동차 운행이 법으로 금지된 곳, 마라도

지나친 호객행위도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점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광객들의 안전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골프장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카트가 도로를 자유자재로 운행하는 꼴입니다. 물론 마라도에서는 자동차의 운행이 법으로 금지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2002년 '청정자연환경 보호특구'지정되면서 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골프카트를 도입하여 운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무리 섬 지역이라지만 골프카트를 운전하려면 2종 소형면허가 필요합니다. 만에 하나 면허 없이 골프카트를 운전하다 걸리면 무면허운전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점이 실제로 적용되는지는 의문입니다. 카트를 대여하면서 운전면허소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여 엄격하게 적용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관광객이 몰던 골프카트가 다른 관광객들을 들이 받는 사고들이 발생하였고, 이 같은 사고는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라도내에서 필요한 안전수칙은 찾아볼 수 없고 골프장의 안전수칙만 적혀 있는 카트

경기보조원만이 운전할 수 있고, 손님은 운전할 수 없도록 한 안전준수요강
 
골프카트에 의한 인사사고 외에도 수많은 위험이 많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 마라도입니다. 마라도는 해안절벽으로 이뤄진 섬입니다. 운전미숙이나 오작동으로 자칫 도로를 벗어나게 되면 절벽아래 바다로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안전장치도 없이 뒷자리에 앉은 채 운행하는 모습, 때론 어린이들의 아찔한 광경도 심심찮게 볼수 있음 

현재 마라도에서 운영하는 카트의 수는 무려 60여대, 마라도에 살고 있는 34세대 중 27가구가 카트영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사고의 위험성과 자연훼손 문제로 관계기관에서 골프카트의 감축을 거론했을 때 카트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적이 있습니다.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헷갈리는 부분이기도합니다. 골프카트의 영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입니다. 그렇다면 카트영업을 하기 전에는 무엇으로 생계를 꾸려 왔다는 것인가요. 골프카트의 영업이 허용되면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업자들, 이후 폐해를 보다 못해 감축을 하려하자 생계권 운운하며 들고 일어서는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관광객들의 마인드도 문제입니다.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0여분 남짓입니다. 사진을 찍고 끼니를 해결하는 시간까지 합한다고 해도 불과 1시간30분정도면 충분합니다. 일행 중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최남단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섬에 발자취를 남기려고 왔다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 하고서라도 흙을 밟으며 유유히 걸어 볼 생각은 왜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시설과 단속법규도 전무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 차 없는 청정 섬이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차가 없는 대신에 골프카트가 아름다운 마라도의 환경을 훼손하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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