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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차에 치인 아들 보며 태연한 아빠, 이유가 뭘까

by 광제 201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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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자동차로 사람을 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주택가에 주차시설이 너무 협소합니다. 물론 차량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까닭이겠지요. 때문에 관할관청에서는 부득이하게 차도에 주차선을 그어 놓고 주차를 유도 하기도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시야가 가리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사회의 여건상 이런 불편은 감수하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밤 시간, 아내를 옆자리에 태우고는 위에서 말한 도로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규정 속도가 시속50km인 비교적 혼잡한 도로입니다. 주행하는 방향의 오른쪽으로는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는 상황으로 빨리 달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었지요. 당시 기억으로는 시속 30km정도의 속도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운전경력을 뽐내는 것만큼 못난 사람 없다지만 나름 25년의 운전경력에 반사 능력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도 소용없는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어린이 한명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것입니다.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였습니다.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어린이는 제 승용차의 범퍼에 치어 차도로 넘어진 상태입니다.


너무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25년 운전 하면서 사람을 직접적으로 치어 본 것은 처음입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내는 고함을 지르며 기겁을 하고 차에서 내려 쓰러진 어린이에게로 달려갑니다. 비상깜빡이는 켰는지 브레이크는 잠궜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색이 된 채, 달려갔습니다. 빨리 어린이들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불행 중 다행일까요. 범퍼 앞에 쓰러진 어린이는 몸을 일으키며 울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4~5살 정도 되어 보입니다. 빨리 차에 태우라는 아내의 고함소리도 들으며 애를 안고는 차에 태우려는데, 어디선가 아저씨 한분이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애의 상황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애 아빠라고 합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병원으로 가자며 어린이와 아빠를 태우고는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온몸에 경직되어 있었고 발에는 힘이 완전히 풀려 운전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형편입니다. 어찌어찌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애를 안고는 응급실로 뛰어 들어 갔지요. 병원업무가 이미 종료된 시간이라 응급실이 많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까지 겹쳤습니다. 애는 여전히 훌쩍거리는 상태였고, 접수를 하며 잠깐 기다리는 사이 이상한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가 갑자기 애의 손을 잡아끌고는 걸어보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다친 애에게 무슨 짓이냐고 말렸지만 별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훌쩍거리던 애는 아빠의 요구에 그대로 응합니다.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정상인과 다름없이 걸어 보입니다. 대뜸 아빠는 집으로 가자고 그럽니다. 한눈에 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이니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교통사고 가해자의 입장에선 절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애가 다치지 않았다면 이보다 다행스런 일도 없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가 문제가 되어 영원히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일단 집에 가서 얘기하자며 애의 손을 잡고 응급실문을 나오는데,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은 다시 사고가 났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은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바로 사고가 났던 곳의 코앞이었습니다.

집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아주 초라한 단독주택입니다. 전체 건물의 평수도 얼마 되어 보이지 않은 작은 건물이다 보니 들어가 앉은 방도 아주 작은방이었습니다. 얼핏 보니 방에 딸린 부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세 들어 사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부엌하나에 방 하나가 달린 구조입니다. 방에 들어가 앉았지만 시선은 애에게서 뗄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괜찮으냐고 어루만지고 있는데, 아빠가 차나 한잔하고 가라고 커피를 내어 옵니다. 그리곤 병원에서 왜 그냥 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애가 뛰어 놀 곳이라곤 인도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차도로 뛰어든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혼을 내어 주의를 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과 같은 유형으로 자동차와 접촉사고를 낸 적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아찔한 경험을 하곤 했지만 하늘이 도운건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곤 말을 이어갑니다.

자신도 트럭하나로 생계를 이어가는 운전자라는 것입니다. 어린애가 인도에서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데 과연 이를 피할 운전자가 얼마나 되겠냐며, 이런 경우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냐는 것입니다. 물론 과속을 하지 않았으니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고 보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이 외에도 살아온 이야기들이 구구절절이 이어집니다. 자식새끼 아깝지 않는 부모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이제 한창 귀여움을 독차지할 나이인 5살 된 아들이고 보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 분명하지요. 하지만 이분께서는 자식새끼에 대한 과보호 보다는 자식의 잘못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이 받아야할 상처를 먼저 헤아리는 아량을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번에 요즘시대에 정말 보기 힘든 새로운 아버지의상을 만났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는데, 어찌나 무겁던지 곧장 그길로 시장으로 달려가 과일 바구니 한 개와 애들이 좋아하는 과자 선물세트를 사들고는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리곤 행여 애가 아프면 연락 바란다며 명함 한 장을 드리려고 하니, 애써 그럴 일 없다며 돌려주십니다. 긴박했던 사고의 순간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너무 가벼웠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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