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서비스 때문에 아내와 다툰 사연
유명 스테이크하우스입니다. 쉽게 패밀리레스토랑이라고 부르더군요. 예전에는 이런 스타일의 음식점 별루였는데, 한번 가기 시작하니 자주가게 되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어른들이야 어디 얼큰한 뚝배기 잘하는 집이 있다면 오히려 그런 곳이 낫지요. 하지만 애들이 이런 패밀리레스토랑을 참 좋아합니다. 늘 애들의 성화에 못 이겨 이러고 살고 있답니다.
집에서 15분정도만 자동차로 이동하면 유명한 스테이크하우스가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V영업점인데요, 특히나 요즘 많은 가정에서 외식을 자주하는 추세인데 비해 제주시에는 이런 스타일의 스테이크 하우스가 아주 열악한 편입니다. 때문에 이 영업점이 몇 년 전에 생긴 이후, 손님들이 미어터지도록 장사가 잘 되더군요. 최소한 갈 때마다 기다리지 않고 순조롭게 들어가 본적은 없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자동차를 주차하는 동안 아내와 애들을 먼저 레스토랑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대기자 명단에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기다리는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가까스로 자동차를 주차하곤 부지런히 뛰어 올라가 보니 역시 예상대로입니다. 예약 담당 직원이 부지런히 손님의 이름을 호명하고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림잡아도 30분이상은 기다려야할 판입니다.
안내 카운터의 호명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대기고객들
마음을 비우고는 천천히 대기의자에 앉으려고 이동하는데, 우리 애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무엇인지 알아볼 새도 없이 애들이 먼저 들고 와서는 아빠도 드시라며 건네줍니다. 가만 보니 감자튀김이었습니다. "아니, 밥 먹으러 왔는데, 웬거야?" 하고 바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곳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간식이라면서 손으로 가리킵니다.
업소에서 제공하는 무료 감자칩,
친절한 안내 글귀, 그리고 바닥을 보이고 있는 감자칩. 옆에는 접시들이 비치되어 있어 얼마든지 마음껏 떠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니, 정말 무료코너가 있더군요. 전에 올 때는 왜 이걸 못 봤지? 언제부터 이런 게 있었는지 모르지만 큼지막하게 "대기고객을 위해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시라."는 글귀도 쓰여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손님들이 기다리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겠지요. 얼핏 보면 '고객을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애들이 감자칩을 먹고 있는 걸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곤 아내에게 싫은 소리를 좀 했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내용인 즉, 잠시 후면 밥을 먹어야 할 애들에게 군것질을 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냐 이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 전에 무엇인가 군것질을 하게 되면 밥맛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애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스테이크는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수 십 가지의 다양한 요리가 제공되는 샐러드바는 뷔페식이라 먹고 싶은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을 먹기도 전에 군것질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도 기름기가 가득한 감자칩이면 더욱 심각합니다.
감자칩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신속하게 다른 간식거리를 내어오는 담당직원, 손님들이 많이 몰려 주방도 아주 바쁠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새로 내어온 메뉴는 황당하게도 더욱 입맛을 베려놓을 고구마 맛탕입니다. 내어오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접시에 담아 나르는 고객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를 두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메뉴가 하필이면 밥맛을 떨어뜨릴 수 있는 기름진 감자칩이냐 이겁니다. 간단하게 음료를 제공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기라도 몇 대 비치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곳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는 어딘가 모르게 계산된 의도로 밖에는 보여 지질 않습니다. 그런데 고객들은 이런 점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티나게 접시에 담아 나릅니다. 아니, 정작 안에 들어가서는 뭐 드시려고 그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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