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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아픈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한 가지

by 광제 2011.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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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선물은 커녕 죽만 쒀야할 신세

우리는 흔히 '죽을 쑨다'라는 표현을 자주하곤 합니다. 어떠한 일이 꼬여 엉망진창 되어버렸을 때, 또는 이와 비슷한 경우,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 지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죽 때문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죽을 쓰느라 어깨가 빠져 도망가는 줄 알았습니다.


쌀을 정성스럽게 씻어 불리고 난 뒤,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는 불 조절을 약하게 해야 한다는 것 까진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 않아 좋다고 칩시다. 인터넷에 뒤지면 흰죽 쑤는 법 자세히 나와 있더군요. 그런데 저어 주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살다 살다 이렇게 힘든 요리는 처음해 봅니다.


아주 가끔 몸이 아플 때 아내가 만들어 주는 흰죽을 먹어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참, 쉽게 '죽을 쑨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보니,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요. 아니면 쉬운 방법이 있는데, 내가 몰라서 그런 건가요. 아내조차도 나에게 골탕을 좀 먹이려는 심산인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드러누워서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설 명절을 쇠면서 상당히 피곤해 보였는데,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아내가 엊그제 어머니의 기일을 치르고 난 뒤, 급기야 몸 져 눕고 말았습니다. 명절 차례상과 며칠 뒤, 제사상을 연거푸 준비해야 하는 우리 집엔 해마다 이 맘 때면 정신이 없습니다. 그나마 아내에게는 한명 있는 제수씨마저 부득이 하게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혼자서 이런저런 신경을 쓰느라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나 봅니다.


단순한 목감기에 주사라도 한방 맞으면 괜찮아 질줄 알았는데, 웬걸, 도무지 차도가 보이질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으슬으슬 춥다던 아내가 이불을 벗 삼아 감기몸살과 싸운 지도 벌써 3일이 지났네요. 덕분에 개학한 애들 바라지는 아빠인 제 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주말이 끼어 있고 이제 곧 봄방학에 들어간다고 하니 한숨이 놓이긴 하는데 아내가 걱정입니다.


몸이 아프면 만사가 귀찮지요. 애들 밥은 어찌어찌 챙겨 주면서도 정작 본인은 무엇 하나 입에 대질 않네요. 이불 속에 무엇을 숨겨 뒀는지 틈만 나면 이불속으로 겨들어갑니다. 그래도 뭘 좀 먹어야 약도 먹고 기운을 차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죽이라도 쑤어줄 마음에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가르쳐 달라고 하니, 그저 냅두라고 합니다. 포기할 내가 아니지요. 인터넷을 뒤져 방법을 익히고는 죽을 쑤기로 한 것입니다.


가스렌지 앞에서 30분 이상을 버티고 서서는 죽을 젓느라 팔이 빠질 것 같고 허리는 왜 이렇게 아픈지 이것도 일이라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힐 정도입니다. 이쯤 되면 괜히 시작했다 싶기도 합니다. TV앞에서 이불 쓰고 앉아 있는 아내, 냅두라고 하면서도 막상 이러고 있는 남편이 싫지는 않은가 봅니다. 은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까짓, 이럴 때나 눈 딱 감고 서비스 한번 하지, 언제 또 하겠습니까. 그래도 마지못해 수저를 드는 아내를 보니 고맙기도 하고 아픈 아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 또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보다도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인데, 올해 초콜릿 선물은 물 건너가나 봅니다. 아니, 초콜릿 선물은 없어도 좋으니 어여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그게 최고의 선물일 듯싶습니다. 또한 이번 주말에는 봄방학을 이용하여 가족여행을 떠나려고 비행기 표까지 모두 끊어 놓고 있는데... 온가족이 처음으로 떠나는 3박4일간 수도권여행, 아내가 간절히 원했던 여행길이니 만큼 얼른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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