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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처음 가본 아침고요수목원의 안타까운 두 얼굴

by 광제 201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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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였지요. 지난해 말부터 장장 3개월에 걸쳐 환상적인 빛의 축제가 열린 아침고요수목원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 최고 인기의 수목원 중에 하나입니다. 무려 10만평에 이르는 공간에 한국식 정원을 꾸며놓아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아주 유명한곳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웃어라 동해야'가 촬영되기도 했고,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 그리고 영화로는 '편지'와 '중독'이 이곳 정원에서 촬영되면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녹음이 짙은 계절에 찾아가 국내 최고의 정원이 간직한 멋을 맘껏 느껴보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낙엽지고 찬바람만 불어대는 싸늘한 겨울에 이곳을 스쳐가게 되었습니다.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도 없기에 정원의 규모나 분위기만이라도 살짝 느껴보기로 하고는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3개월간 열렸던 화려한 오색 별빛축제

마침 수목원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하여 찬란한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계절에는 낮에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다지 볼거리가 없는 겨울철에는 밤 시간을 이용하여 화려한 오색별빛 정원전을 열어 왔는데, 올해로 벌써 4회째 걸쳐 열리고 있더군요.


늘 사진으로만 접해 왔던 화려한 빛 축제,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이 정원의 분위기만이라도 살펴보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답니다.

분위기가 있는 정원
 
녹음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어 조금은 삭막하긴 했지만, 과연 국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수목원답더군요. 다양한 형식의 정원을 꾸며놓아 돌아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이 산책을 할 수 있게 하였고, 정원의 주변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있어, 정말 겨울만 아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었답니다.


이런 아쉬움을 보완하기위해 수목원측에서는 겨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화려한 빛 축제를 여는 것으로 보이는데, 화려한 빛을 선보이려고 설치한 뼈대 엉성한 조명시설들은 정말 눈에 거슬리더군요.


조명을 환하게 밝혀 놓은 야경의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조명을 연출하려고 수목원 안에서 자라고 있는 화초나 정원수에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전기 시설을 해 놓은 겁니다.



시들어 있는 화초위에 보기 싫게 설치된 조명시설
 
해마다 연말이면 도로가에 있는 가로수에 형형색색 조명을 설치해 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했었는데, 그나마 이곳에서는 친환경이라 하여 열 발생을 최소화한 LED램프를 사용한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친환경이라 하지만 열 발생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요? 정신없이 얽혀 있는 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또 어쩌구요. 무엇보다도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선을 옭아매다 보니 나무의 기둥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보는 사람이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인데, 사람들도 코로만 숨을 쉬는 것이 아니고 피부로도 숨을 쉰다고 하는데, 식물은 그렇지 않은가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앙상하게 나뭇잎까지 떨궈진 수목의 줄기 기둥에 칭칭 감아 놓은 전선이 그다지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곳도 아니고 남다른 애정을 보여줘야 할 수목원이라고 하는데서 말입니다.

화초나 수목에만 조명시설을 해놓은건 아닙니다. 위와 같이 조형물을 만들고 거기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놓기도 했는데, 이왕이면 모두가 이런 시설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사물들도 눈에 띠지 않는 이면에는 추한 모습이 있게 마련이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환호했던 아름다운 빛의 이면도 마찬가지로 추한 모습을 가진 것은 확실하더군요. 처음 찾아간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낮과 밤의 두 얼굴을 보고 왔네요. 하지만 녹음이 찾아오고 꽃이 피는 계절이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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