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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2

어느 경비아저씨의 쓸쓸했던 추석날 아침 경비실에서 홀로 명절을 쇠는 아저씨를 보니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먼저 일어난 아내가 일찌감치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입니다. 서둘러 애들을 깨우고 청소도 하고, 차례를 지낼 접시들을 꺼내어 닦는 것은 애들에게 시켰습니다. 형제들도 일찍 집을 나섰는지 오랜만에 다 모였습니다. 전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들을 하나하나 차례상으로 올리는데, 가만 보니 있어야할 음료수가 보이질 않네요. 제주로 쓸 소주와 함께 오렌지 쥬스를 늘 준비했었는데 깜빡한 모양입니다. 애들에게 심부름을 시킬까 하다가, 그냥 내가 직접 다녀오는 것이 빠를 것 같아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추석날 아침이라 비교적 단지 내가 조용합니다. 한참 차례를 지낼 시간이라 그런 것 같네요. 마트에서 음료수를 .. 2010. 9. 23.
15년 동안 남편의 호칭을 잃고 살아온 사연 결혼 후 12년 넘도록 제대로 된 호칭 들어본 적 없어 "오빠라고 불러봐~ 싫어? 싫으면 자기야~ 불러봐.." 무슨 소리냐구요? 아내와 결혼하기 전 데이트 할 때 나누던 대화입니다. 연애 3년하고 결혼했죠. 결혼 12년이 넘었으니 합하면 15년, 그 세월 동안 남편이란 호칭을 듣지 못하고 살아 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연애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개로 만난 경우라면야 첫 만남에서는 다들 쑥스럽고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머뭇거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헌데 아내와 저는 너무 자연스럽게 만난 게 흠이었나 봅니다. 첫 대면부터는 '아저씨'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아저씨란 호칭이야 머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는 별 문제가 되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둘이서 눈빛으로 전기가 '찌리릭' 하고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 2010.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