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이 평소 꿈꾸던 곳, 제주올레 6코스
제주올레 1코스 15km를 걷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등산으로 다져진 발이라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올레걷기, 하지만 오산이었다. 오르막,내리막 걷기 보다 평지걷기가 또 다르다는 것을 지난주 걸어보고 나서 느꼈던 바다. 등산할 때 한번도 터지지 않았던 물집이 결국 만만하게 여겼던 걷기에서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답은 트래킹화 끈 조이기를 소홀히 한 결과였다. 물집이 터지는 아픔을 겪은 1코스였지만 이틑날부터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다음코스에 대한 환상이었다. 단단히 빠졌나 보다. 드디어 쉬는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를 졸랐다. 쇠소깍 까지만 태워다 달라고. 같이 걷고 싶지만 아내는 유독, 걷는걸 좋아라 하지 않는다. 강제로라고 모시고(?)다니면서 걷는것에 맛을 들여? 그건 나중일이고 오늘은 일단 예정했던데로 제주올레 6코스와 7코스를 걸어보자고 마음을 정했으니 2코스 출발지인 쇠소깍으로 가야한다. 손수 운전을 하고 싶지만 7코스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쇠소깍으로 이동하는게 만만치 않기에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였다. 그나마 아내가 걷는 것은 싫어 하지만 같이 드라이브 하는걸 좋아라 하기에 집에서 대략 60km거리인 쇠소깍까지 아내의 도움을 받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오늘 30km를 걷기로 하였다
서귀포시 효돈동에 있는 쇠소깍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10시다. 올레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로는 6코스가 14.4km에 7코스 가 15.1km다. 총 29.5km의 장거리다. 시간적으로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부지런히 움직일 참이다. 안전운전하라는 인사말과 함께 아내와 헤어지고 6코스 출발 표시판을 두리번 거리 찾았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쇠소깍의 테우는 외로운 모습으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너머 바다는 파도가 출렁이고 있지만 쇠소깍안의 물결은 잔잔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다. 수평선의 하늘은 역광을 받아 완전히 날라가 버린다. 자켓의 지퍼를 목위까지 올려매야 할 정도로 바람이 차다.
처음 만나는 야자수 지대이다. 하늘을 찌를듯 거대한 야자수에서 어른키 정도의 자그마한 야자수까지 소문난 남국 아니랄까봐 제법 뽐내고 서 있는 폼들이 한가닥 하는 자세들이다. 별장처럼 보이는 한 주택에는 대문을 야자수로 마주보게 꾸며 놓았다. 센스를 보여주는 기발한 생각이다.
이걸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요즘도 이런 모형을 보초병으로 쓰는구나..^^* 오래전에 사라진줄 알았더니 차가운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오늘도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국군아저씨들 멋있다. 수고하라고 손짓은 해줬다. 또다른 모델이 나타났다. 누렁이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드는 방향으로 누워서 아침부터 졸고 있다. 에잇..정신차렷!!
캬~~하~역시..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나. 한폭의 그림을 펼쳐놓은 듯 장관이다. 보목포구와 섶섬의 비경이....다른 한쪽으론 보목동마을의 평온한 모습과 멀리 문섬과 범섬, 그리고 삼매봉과 산방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맛에 오름을 오르는것이지만 처음와 본 제지기 오름도 끝내주는 비경을 간직하고 있구나.
얼마나 살다가 떠났을까 주인이 떠나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빈 초가와 초가의 올렛담벼락에 걸쳐진 가녀린 억새꽃에는 쓸쓸함만이 머물고 있고, 한 때 이 곳 앞바다를 주름 잡았을 것 같은 고성능 보트 한대가 바닷가에서 멀치감치떨어진 언덕위에 걸쳐져 있다. 손보면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물론 쉽지가 않으니 저렇게 방치되어 있겠지만, 바다위에서 파도를 가르면 달리고 있어야 할 보트가 뭍의 언덕위에서 하늘로 향해 올라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먼가 어울리지는 않는 풍경이다. 오름도 오르고 여기저기 한눈 팔며 걷다 보니 5km남짓 걸었다.
소정방과 소라의 성을 지나면 바로 정방폭포길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야 정방폭포로 내려 시원한 물줄기의 위용도 감상하고 갔으면 좋으련만 처음보는 곳도 아니고, 패스~ 바로 '서복전시관'길로 접어든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복전시관에 들러 '서불'의 자취를 느껴보는것도 괜찮음직하다. 전시관을 스쳐 지나가면 바로 서귀포 시내의 한복판을 지나가야 한다. '칠십리음식특화거리'를 지나 칠십리 테마 시화 전시대에서 화폭을 감상하는것도 묘미이다. 테마전시대에는 칠십리길에 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시인의 정서를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곳에서 부터는 올레길을 잘 찾아야 한다. 자칫 길을 놓칠 수가 있다. 곧은길만 보지말고 길건너를 주시하는것도 좋다.
천지연 생태공원길이다. 천지연 폭포옆 기암절벽의 상부 지역이 되는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로에 간간히 마련된 아담한 벤치가 분위기를 자아내는곳이다. 축복받은 계절 늦가을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낙옆들이 머리위로 떨어지는 횡재를 할 수 도 있다.
이쁘장한 연못이 만들어져 있는 남성리 공원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컷 담아봤다. 이리저리, 기웃기웃, 할일 없는 놈 처럼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남성리를 거쳐 외돌개 입구까지 와버렸다. 체크시간 13시53분 6코스 종착점인 '솔빛바다' 찻집에 도착하니 14시 정각이다. 10시10분에 출발했으니 3시간 50분이 걸린셈이다.
제주올레 6코스 14.4km의 종착점 '솔빛바다'찻집의 야외 테이블 모습과 전경이다. 아침에 김밥 한줄로 때우고 출발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한데 비경에 취하느라 배고픔도 모르고 종착점에 다라라서야 밀려오는 허기는 어쩔 수 가 없다. 배를 채울만한 음식이 없으면 외돌개쪽에 식당을 찾을 참이었다. 부랴부랴 찻집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 다가갔다. 흠...미모의 여주인이 운영하는 찻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소문대로다. 나를 보더니 인사를 먼저 걸어온다. 올레 오셨냐고 물으면서..넵~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배가 고파 디질것 같으니 끼니를 때울만한 메뉴가 있는지 먼저 물었다. 두가지다. 단팥죽과 호박죽이다.
(흠...이거 죽 머고 힘 쓸수 있남..ㅜ.ㅜ 그래도 어쩌나 시간절약하기는 죽만한게 있나...일단 맛이라도 보자..)
호박죽 주세요~~~~
아..이런 여기서 올레꾼 대접을 받을 줄이야...먼저 호박죽을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께 양해를 구해 주신다. 이분이 많이 배고프다는데 먼저 드리겠다고...ㅎ 하~이런 고마울데가...
조금있으니 구수한 호박 향기가 물씬 풍기는 호박죽 한그릇이 탁자위에 올려졌다. 그런데 먹기전에 사진 찍는걸 깜박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고 맛있어 보였으면..ㅜ.ㅜ 빈그릇만 덜렁하니 카메라에 담았다...오잉...아주머니..남비채 들고 오신다..더 드시라고 국자로 박박 긁어서 떠 넣어 주시네...우앙..고마울데가...다시 허겁지겁~냠냠~ㅎㅎ
호박죽 한그릇에 만족할만하게 배가 채워졌을리는 만무하고 3코스로 출발하기에는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아주머니~~여기 잔치커피도 한잔만 타주세요^^*
커피까지 합이 4천원이다. 참..호박죽은 개시한지 얼마되지 않았단다. 맛이어떠냐고 재차 물어 보는데, 맛있다고 했다. 맛없는걸 맛있다고 인사치레로 했냐고? 아니다 정말 맛있었다. 서비스로 큼지막한 귤도 하나 먹으라고 주신다. 올레꾼 특별서비스란다. 고맙습니다..넙죽~~
이정도 서비스면 7코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