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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올 레

걸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제주올레' 첫도전

by 광제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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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떠올리며 걸어본 '제주올레'


내가 생각했던 올레는


‘제주올레’라고 아시나요? 이제는 미디어를 통한 입소문에 제주도 사람들보다 관광객들을 통해서 ‘한번 걸어 보고 싶은 올레’ 라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되더군요. 그런데 저는 제주도 토박이로서 ‘올레’에 대하여 언급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올레걷기’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올레’ 어떠냐고 여쭤보기라도 하면 ‘모르겠다’ 였습니다.


저는 어릴적에 길다란 ‘올레’가 있는 나지막한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버지께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올레’를 빗질하곤 하셨죠. 대문이 없는 초가집의 ‘올레’는 우리집의 얼굴이었고,  저와 저의 또래들에겐 ‘올레’가 전부였습니다. 그곳에는 모든 게 다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치기’, ‘구슬치기’, ‘술레잡기’ 등을 하며 놀았습니다. 어린시절의 모든 추억은 ‘올레’를 떼어 놓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장난꾸러기 아들녀석이 말썽이라도 피우는 날에는 부지깽이들고 쫓아다니던 어머니의 숨결이 서려 있는 곳도 ‘올레’였습니다.

 

지금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제주올레’가 과연, 제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속의 ‘올레’와 비교가 되겠냐는 의구심에 지금껏 ‘올레걷기’를 시도 조차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올레걷기’에서 시간낭비 할거면 차라리 등산이라도 한번 해야지..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내가 왜 ‘올레걷기’에 나섰나


그런데, 한가지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몇일전이었습니다. 아마도 10월말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 하고 있는데 KBS에서 올레에 관한 다큐가 방송되고 있더군요. 관심이 가는거야 당연지사, 실제로 뵌적은 없어도 방송이나 미디어를 통하여 익히 얼굴은 알고 있었던 ‘올레걷기’를 만들어 내신 ‘서명숙’님에 대한 ‘휴먼다큐’ 프로그램이더군요. 제주여인으로서의 제주사랑과 ‘제주올레’에 쏟고 있는 정성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니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자갈밭에 털썩 주저앉아 자갈길을 고르던 손길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순간, 밭담을 개간하시던 그 옛날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미안함이었습니다. 무엇이 저토록 열정을 쏟아내게 만드는 것일까. 열정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곳이면 무엇인가가 있지 않겠는가. 구리빛깔로 불그스레 그을려진 얼굴을 하고 제주도 사람이 아니면 알아듣지도 못할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이 영락없는 제주도 촌사람이다. 저런 열정이면 그곳에 무엇인가가 분명 있을것만 같다. 내가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부딪혀 보고 논하자. 이게 제가 ‘제주올레걷기’ 제1코스 출발점인 시흥초등학교로 발길을 정한 이유였습니다.


신명나게 걸어보자고 손을 내밀며


모든게 있었습니다. 사실 1코스 걸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2코스는 포기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은 1코스 출발하고 30분만에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어린시절 뛰놀던 ‘올레’가 거기 있었고, 추억도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길을 트고서 걷자고, 걸어보자고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휴일이면 산으로 오름으로 오르는 즐거움만 갖고 있던 저에게 보잘것 없어 보이던 ‘걷자’는 조그마한 충격이었습니다.


충격의 ‘올레’는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1코스에 모든걸 보여줄 수 있었다면 2코스는 만들지 않았으리’, 간단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먼저 블로그에 '올레' 카테고리를 만들고, 코스마다 정리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제주도의 지리적 습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접근이 가능할지 모르나, ‘제주올레’를 처음 겪는 단 한사람이라도 걷고자 하는 ‘올레’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며 1코스부터 기록해가면서 신명나게 걸어보겠습니다. 같이 걸으실 분만 따라오세요^^*

시흥초등학교 교정모습

'제주올레1코스'에 접근하기 위하여 제주시를 출발한 시간이 오전10시36분 성산포 방향으로 차를 몰아시흥초등학교에 도착하니  11시20분입니다. 교문옆을 보니 학교 뒷편으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차를 주차하고 가방을 챙기고 운동장을 거쳐 교문쪽에서 최종 점검에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조그마한 배낭에 김밥 두줄하고 여벌의 자켓과 우의를 넣었습니다. 카메라는 필수죠..^^* 메모노트하고 볼펜, 그리고 1코스의 경로를 적어놓은 용지, 그리고 제주감귤~ 잊지 않고 가장 중요한 트래킹화, 대충보아하니 등산할때 채비하고 비슷합니다..ㅎㅎ 점검을 마치고 나니 이웃집 아저씨 같은 초등학교 직원 한 분께서 다가오시더니, '올레걷기'혼자 오셨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시흥초등학교의 내력에 대해 설명을 하시더군요, 구수한 입담에 약5분정도 설명을 듣고 '올레' 진입방향을 대충 설명해 줍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드린 후 발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이때의 시간이 11시40분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그때부터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올레걷기'는 여행이라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아니면 동네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시골틱한 마을안길을 장난치며 걷는다고 생각하십시요. '올레길'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때 파란색 화살표로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주변 풍경에 넋을 빼앗기시면 안됩니다. 항상 화살표는 주시하세요^^* 아..참, 화살표를 잃어버리시는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주변을 잘 살펴 보시면 색동 리본이 달려있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아주 중요한 사항..어디로 가야할지 모를때는 전진하지말고 주변을 잘 살필것> 


1코스 첫 관문인 말미오름의 전경입니다. 두산봉이라고도 합니다. 앞에 보이는 농작물은 '당근'입니다. 1코스 주변 지역이 '당근' 주산지입니다. 날씨 또한 기막히게 화창합니다. 구름한점 없는 가을하늘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몸집이 큰 산이란 뜻의 말미로서 한자로는 斗山 또는 斗山峰, 말을 많이 놓아 먹이던 곳이라 해서 몰미오름→말미오름이라고 불러 한자명은 馬山 또는 馬山峰 `멀미오름`은 머리라는 뜻에서 머리미→멀미오름이 되어 한자로는 頭山 또는 頭山峰으로 표기됩니다.
말미오름- 표고 : 126.5m 비고 : 101m 둘레 : 3,631m 면적 : 924,938㎡ 저경 : 1,232m
알오름- 표고 : 145.9m 비고 : 51m 둘레 : 1,613m 면적 : 142,515㎡ 저경 : 463m




15분동안 '올레길'을 걸어 도착한 말미오름 초입입니다. 시흥청년회의 환영 플래카드를 끼고 깔끔하게 정돈된 탐방로를 오릅니다.


가파른 말미오름 능선을 오르고 나면 목장입구임을 알리는 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를 방목중이니 문단속 부탁합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절대 열어 놓으시면 안됩니다...^^* 소들이 가출한답니다..



오름초입에서 15분만에 도착한 말미오름 정상입니다. 현재시간 12시12분. 가지런히 사이좋게 놓여있는 벤치 두개와 난간 너머로 절경이 펼쳐집니다. 여기에서 '올레길'의 첫 탄성은 시작되었습니다. 시흥리 마을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우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이는 마을이 시흥초등학교가 있는 시흥리입니다. 초록색 물감을 들여 놓은듯 당근밭 색깔이 너무 이쁩니다. 당근밭 사이로 시멘트길이 보이는데, 금방 제가 걸어온 '올레길'입니다.

어디에선가 '제주올레'를 찬란함에 비유한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레길'에 찬란함이란 없습니다. 소박하다 못해 너무 촌스러운, 도시생활에 찌들어 살면서 잊혀졌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소박함 마음을 닯은 그러한 모습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 보이는 학교가 시흥초등학교입니다. 멀리 우도가 보이고 중간에 저수지도 눈에 띕니다. 운동장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주차장이 보이는데, 저 곳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

  
말미오름 위에서 넋을 놓고 있을때가 아닙니다. 서둘러 길을 재촉해야죠. 이제 '알오름'을 향하여 가야 합니다. 


능선을 돌아 알오름으로 향하던중 '올레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더니 소나무 사이로 말미오름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올레길'에는 이렇게 소똥이 널부러져 있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올레길입니다. 앞에 보이는 철문을 열면 시멘트길이 나옵니다. 철문을 꼭 닫으시고 걸으세요^^*


'알오름'입구입니다. 파란색 철문을 열고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오른쪽 방향으로 오르시면 알오름 정상에 오릅니다. 이곳에는 말들이 많더군요.

 
말똥이 널부러져 있고, 들꽃이 피어있는, '올레꾼'들이 흔적으로 보이는 오솔길이 이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알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지미봉과 종달리 마을모습, 가을들꽃이 오름을 감싸고 있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멋지게 생긴 녀석, 그리고 알오름 정상에서 본 우도와 일출봉<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알오름에서 하산하면서 눈에 띈 '올레꾼'들의 모습. 조금전 소나무 밭에서의 웅성거림의 주인공, 그분들인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알오름을 내려오고 있는데 '두두두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녀석들이 달려 내려 오고 있습니다. 어찌나 놀랬는지, 그래도 반사적으로 셔터는 눌러댔습니다. 조금 흔들렸네요..ㅎㅎ 너무 놀랜나머지..ㅜ.ㅜ 이쯤에서 녀석들이 같이 놀아달라고 달려들지 모릅니다..조심하세요..^^*

  
오름지역을 완전히 벗어난 곳입니다. 가을 억새가 햇볕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시간이 12시55분입니다. '올레길' 출발한지 1시간10분이 경과하였습니다.


종달리 마을로 향하는 아스팔트 '올레'입니다. 앞에보이는 오름은 지미봉입니다. 중산간 도로지만 달리는 차량들도 가끔씩 만날 수 있으니, 길 한쪽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걸으시기 바랍니다. 


13시20분에 도착한 종달리 마을 입구 교차로 입니다. 그리고 교차로를 지나면 이쁜 모습의 종달초등학교도 보입니다.


무화과가 열려있는 마을의 '올레길'이 너무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이렇게 마을 안길도 아스팔트가 깔려있는곳이 많습니다. 옛날에는 '구슬치기'하며 놀던 흙길이었는데 말입니다. 


이 곳 갈대가 장관입니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갈대 평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억새가 유명한 제주도의 색다른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청둥오리가 놀고 있는 저수지의 모습입니다.


13시 40분에 도착한 종달리 해안도로 가끔은 '올레길'에서 벗어나 이렇게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해변올레'를 거닐어 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니, 좋습니다^^*


길가에 커피숖 간판이 특이 하게 생겼길래 멀리 우도를 배경으로 담아 봤습니다. 찍을때는 몰랐는데 이러고 보니 꽤 이쁘네요


일출봉, 우도, 해녀, 오징어, 억새, 제주도를 한컷에 모두 담아냈습니다. 구도 잡느라고 생각 많이 했습니다..^^*


종달리를 지나 멀리 시흥리 해녀의 집과 조가비 박물관이 보입니다. 행정구역상 종달리는 제주시에 속하고 시흥리는 서귀포시에 속합니다.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모래포집기 입니다. 모래언덕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물이랍니다. 시범설치한건데요, 바람에 날리는 모래가 대나무에 부딪혀 날아가지 못하고 밑으로 떨어져 모래를 모아놓는 기능을 한다네요.



혼자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고, 숨가쁘게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성산포입니다.ㅎㅎ 왼쪽으로 오조해녀의집 간판이 보이고 일출봉으로 향하는 이정표도 보입니다. 현재시간이 14시30분이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거 고픈 배는 나중일이고 고고씽입니다.^^*


성산포 갑문에는 갈매기 무리들이 반갑게 맞아 주고 있었습니다. 떼지어 날고 있는 모습도 담았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흔들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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