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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 올 레

발길 닿는 곳이 평소 꿈꾸던 곳, 제주올레 6코스

by 광제 200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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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1코스 15km를 걷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등산으로 다져진 발이라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올레걷기, 하지만 오산이었다. 오르막,내리막 걷기 보다 평지걷기가 또 다르다는 것을 지난주 걸어보고 나서 느꼈던 바다. 등산할 때 한번도 터지지 않았던 물집이 결국 만만하게 여겼던 걷기에서 터져 버렸기 때문이다. 정답은 트래킹화 끈 조이기를 소홀히 한 결과였다. 물집이 터지는 아픔을 겪은 1코스였지만 이틑날부터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다음코스에 대한 환상이었다. 단단히 빠졌나 보다. 드디어 쉬는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를 졸랐다. 쇠소깍 까지만 태워다 달라고. 같이 걷고 싶지만 아내는 유독, 걷는걸 좋아라 하지 않는다. 강제로라고 모시고(?)다니면서 걷는것에 맛을 들여? 그건 나중일이고 오늘은 일단 예정했던데로 제주올레 6코스와 7코스를 걸어보자고 마음을 정했으니 2코스 출발지인 쇠소깍으로 가야한다. 손수 운전을 하고 싶지만 7코스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쇠소깍으로 이동하는게 만만치 않기에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였다. 그나마 아내가 걷는 것은 싫어 하지만 같이 드라이브 하는걸 좋아라 하기에 집에서 대략 60km거리인 쇠소깍까지 아내의 도움을 받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오늘 30km를 걷기로 하였다

서귀포시 효돈동에 있는 쇠소깍에 도착한 시간이 정확히 10시다. 올레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로는 6코스가 14.4km에 7코스 가 15.1km다. 총 29.5km의 장거리다. 시간적으로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부지런히 움직일 참이다. 안전운전하라는 인사말과 함께 아내와 헤어지고 6코스 출발 표시판을 두리번 거리 찾았다.

쇠소깍을 슬쩍 살펴 보고는 출발이다. 수평선 근처로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바다의 빛깔은 잿빛에 가깝다. 유난스레 출렁이는 파도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초겨울 바람도 을씨년스런 날씨다. 맑은 초겨울의 파란 하늘을 하고 있었지만, 바닷가여서 그런지 조금 지체하니 바로 한기가 온몸을 감싼다. 쟈켓을 꺼내 입어야 할 날씨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쇠소깍의 테우는 외로운 모습으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너머 바다는 파도가 출렁이고 있지만 쇠소깍안의 물결은 잔잔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다. 수평선의 하늘은 역광을 받아 완전히 날라가 버린다. 자켓의 지퍼를 목위까지 올려매야 할 정도로 바람이 차다.

 
처음 만나는 야자수 지대이다. 하늘을 찌를듯 거대한 야자수에서 어른키 정도의 자그마한 야자수까지 소문난 남국 아니랄까봐 제법 뽐내고 서 있는 폼들이 한가닥 하는 자세들이다. 별장처럼 보이는 한 주택에는 대문을 야자수로 마주보게 꾸며 놓았다. 센스를 보여주는 기발한 생각이다.

 
이걸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요즘도 이런 모형을 보초병으로 쓰는구나..^^* 오래전에 사라진줄 알았더니 차가운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오늘도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국군아저씨들 멋있다. 수고하라고 손짓은 해줬다. 또다른 모델이 나타났다. 누렁이다. 따스한 아침 햇살이 드는 방향으로 누워서 아침부터 졸고 있다. 에잇..정신차렷!!

은근히 미소짓게 만들었던 또하나의 모습이었다. 웃음짓게 만드는 장면들이 여럿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제주스러운 모습이나, 밧줄로 막아놓은 모습, 이쁘장한 편지함, 그리고 편지함 밑에 보목동 이아무개~(개인정보 보호상 살짝 지움) 앙증맞기 이를데 없다. 저 안쪽에 달린 문짝은 또 머야...서부영화에서나 보던 술집 문처럼 생겼다. 보안업체의 팻말은 나의 배꼽을 완전히 뽑아 버렸다..^^*

처음 출발하지마자 오름을 올랐던 1코스에 비해 6코스는 약2.3km를 걷고 나서야 오름을 만날 수 있다. 오름 오르는 데는 또 일가견이 있지 않은가...언제든지 오름만큼은 대환영이다. 오른곳으로 다시 내려와야 올레코스로 복귀한다는 정보는 미리 접수한 상태였다. 오름정상에서 보는 일대의 풍경, 또한 궁금하기에 기대를 잔뜩 품고 올랐다.

 
캬~~하~역시..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구나. 한폭의 그림을 펼쳐놓은 듯 장관이다. 보목포구와 섶섬의 비경이....다른 한쪽으론 보목동마을의 평온한 모습과 멀리 문섬과 범섬, 그리고 삼매봉과 산방산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맛에 오름을 오르는것이지만 처음와 본 제지기 오름도 끝내주는 비경을 간직하고 있구나.

정상에 있는 벤치와 외로이 소나무 한그루가 이색적으로 보인다. 제지기 오름은 표고 94.8m의 높지않은 오름이다.  오름 남쪽 중턱의 굴이 있는 곳에 절과 절을 지키는 사람인 절지기가 있었다 하여 절오름, 절지기 오름으로 불리다가 와전되어 제재기, 제지기 오름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으며 또한 1800년도 경과 그 이전에 제작된 옛 지도에 "저즉지(貯卽只)"와 "저즉악(貯卽岳)"으로 표기되는 등 "저(貯)"자가 쓰인것으로 보아 오름 모양이 낟가리(눌) 비슷한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오름을 오르기 시작할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아담한 정원 하나를 오름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국민코메디언 고'이주일'씨가 머물던 별장이다. 주인께서 세상을 달리하여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모양이다. 고인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금연운동의 열풍을 일으켰던 일이 생각난다. 가던길을 멈추고 잠시 고인의 살아 생전 무대를 누볐던 옛모습을 상상해 본다.

제기기 오름에서 내린 후 숨을 고르며 골목길을 돌아서면 눈앞에 다가서는 섶섬의 모습이다.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이는 파도의 너울거림을 보면 오늘 바닷바람의 세기를 짐작할수 가 있다.
 

얼마나 살다가 떠났을까 주인이 떠나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빈 초가와 초가의 올렛담벼락에 걸쳐진 가녀린 억새꽃에는 쓸쓸함만이 머물고 있고, 한 때 이 곳 앞바다를 주름 잡았을 것 같은 고성능 보트 한대가 바닷가에서 멀치감치떨어진 언덕위에 걸쳐져 있다. 손보면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데, 물론 쉽지가 않으니 저렇게 방치되어 있겠지만, 바다위에서 파도를 가르면 달리고 있어야 할 보트가 뭍의 언덕위에서 하늘로 향해 올라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먼가 어울리지는 않는 풍경이다. 오름도 오르고 여기저기 한눈 팔며 걷다 보니  5km남짓 걸었다.
보목동 하수 종말 처리장이 보인다. 올레코스를 개척하면서 금한 용무가 있을 때 부담없이 사용하라고 코스 중간에 이처럼 보이지 않는 배려가 있었나 보다. 풋풋한(?)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지만 산책로를 걸으며 그간 참아온 용무도 봤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올레길을 재촉한다.

보목동해안의 고즈넉한 올레길을 지나 순간 꼬불꼬불 길을 찾지 못해 잠시 헤매고 나면 수고했다는 듯이 드넓은 잔디밭과 시원한야자수가 반겨주는 칼호텔 정원으로 접어든다. 척박한 올레길을 걷다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특급호텔의 정원을 접해 보는것도 올레걷기의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진다.

예전에 많이 찾았었던 칼호텔 정원이다. 특히 지금 아내와 데이트 시절에 자꾸 왔던 곳인데 별로 달라진것이 없으니 옛추억을 그려 볼 수 있어 사뭇 좋다. 고급스런 올레길을 걸어 다시 전통적인(?) 올레길로 접어 들때 쯤이면
이런 한치앞도 안보이는 올레길을 만날 수 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진처럼 파란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으면 안심해도 된다. 길이 있단 얘기다.

칼호텔 입구 진입로다. 길양쪽에는 가로수와 꽃길이 가꾸어져 있지만 꽃향기를 맡다 보면 오가는 차량에 무감각해 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올레 관계자의 힌트를 본 적이 있다. 나름 조심하시길...이곳을 지나치자 마자 이국적으로 다가오는 풍경이 바로 파라다이스 호텔이다.

파라다이스 호텔 정원에서 본 풍경이다. 이곳에서 약 5년간 근무를 해본 경력이 있으므로 상당히 애착이 가는 곳이다. 이 곳이 이제는 칼호텔에 매각되어 영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허니문하우스' 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승만별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덴의 동쪽 촬영지이기도 하다.

파라다이스 호텔을 끼고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들어서면 이처럼 새로이 정돈된 소장방폭포 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어느덧 태양은 남향의 중앙부에 자리하여 뜨거운 햇살을 내비추고 있었다.
 
백중날 물맞이로 유명한 피서의 절대 명소 소정방폭포다. 옆을 스치기만 하여도 바람에 날리는 물안개에 알싸함을 느낄 수 있는 시원한 폭포다. 폭포 바로 아래쪽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기암절벽과 짙은 코발트 빗깔이 수심깊은 바다의 위용은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 아래사진이 그 위용이다.

 
소정방 폭포에서 빠져 나오면 지중해 풍의 레스토랑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소라의 성이다. 물론 지금은 장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름에만 영업을 하는건지, 아니면 늦은 시간에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지리적으로 분위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끝내주는 곳이다.
소정방과 소라의 성을 지나면 바로 정방폭포길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야 정방폭포로 내려 시원한 물줄기의 위용도 감상하고 갔으면 좋으련만 처음보는 곳도 아니고, 패스~ 바로 '서복전시관'길로 접어든다. 

서복전시관 길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본 모습이다. 예전에는 이길로 차량들도 통행을 하던곳이다. 한데 정방폭포의 상부 지역이라 하중에 의한 붕괴의 위험이 있어 이제는 완전히 차량통행금지다. 하여 그 뒤로 만들어 개관한 곳이 바로 '서복전시관'이다. 이 전시관에 대하여 잠시 설명하자면, 서귀포에 전해져 내려오는 서불에 대한 전설은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마애명으로 부터 비롯된다. 이것은 진시황의 사자인 '서불'이 시황제의 불로장생을 위하여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오백명과 함께 대선단을 이끌고 불로초가 있다는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산(한라산)을 찾아 항해를 하였다. 영주산의 제일경인 정방폭포 해안에 닻을 내린 서불은 영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한 후 서쪽으로 돌아갔다. 서불이 돌아가면서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 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는데 '서귀포'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다.  서복전시관은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여 전시한 곳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서복전시관에 들러 '서불'의 자취를 느껴보는것도 괜찮음직하다. 전시관을 스쳐 지나가면 바로 서귀포 시내의 한복판을 지나가야 한다. '칠십리음식특화거리'를 지나  칠십리 테마 시화 전시대에서 화폭을 감상하는것도 묘미이다. 테마전시대에는 칠십리길에 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시인의 정서를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곳에서 부터는 올레길을 잘 찾아야 한다. 자칫 길을 놓칠 수가 있다. 곧은길만 보지말고 길건너를 주시하는것도 좋다.

이중섭 화백 거주지를 지나  구린새끼 골목이라는 곳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돌담이 이쁜골목이다.

체육공원에서 바라 본 천지연 폭포 주차장의 모습과 서귀포 미항의 모습이다. 가까이 보이는섬이 '새섬' 멀리 있는섬이 '문섬'이다. 


천지연 생태공원길이다. 천지연 폭포옆 기암절벽의 상부 지역이 되는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로에 간간히 마련된 아담한 벤치가 분위기를 자아내는곳이다. 축복받은 계절 늦가을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낙옆들이 머리위로 떨어지는 횡재를 할 수 도 있다.


이쁘장한 연못이 만들어져 있는 남성리 공원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컷 담아봤다. 이리저리, 기웃기웃, 할일 없는 놈 처럼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남성리를 거쳐 외돌개 입구까지 와버렸다. 체크시간 13시53분 6코스 종착점인 '솔빛바다' 찻집에 도착하니 14시 정각이다. 10시10분에 출발했으니 3시간 50분이 걸린셈이다.


제주올레 6코스 14.4km의 종착점 '솔빛바다'찻집의 야외 테이블 모습과 전경이다. 아침에 김밥 한줄로 때우고 출발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한데 비경에 취하느라 배고픔도 모르고 종착점에 다라라서야 밀려오는 허기는 어쩔 수 가 없다. 배를 채울만한 음식이 없으면 외돌개쪽에 식당을 찾을 참이었다. 부랴부랴 찻집의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 다가갔다. 흠...미모의 여주인이 운영하는 찻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소문대로다. 나를 보더니 인사를 먼저 걸어온다. 올레 오셨냐고 물으면서..넵~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배가 고파 디질것 같으니 끼니를 때울만한 메뉴가 있는지 먼저 물었다. 두가지다. 단팥죽과 호박죽이다.
(흠...이거 죽 머고 힘 쓸수 있남..ㅜ.ㅜ 그래도 어쩌나 시간절약하기는 죽만한게 있나...일단 맛이라도 보자..)

호박죽 주세요~~~~   

아..이런 여기서 올레꾼 대접을 받을 줄이야...먼저 호박죽을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께 양해를 구해 주신다. 이분이 많이 배고프다는데 먼저 드리겠다고...ㅎ  하~이런 고마울데가...

조금있으니 구수한 호박 향기가 물씬 풍기는 호박죽 한그릇이 탁자위에 올려졌다. 그런데 먹기전에 사진 찍는걸 깜박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고 맛있어 보였으면..ㅜ.ㅜ  빈그릇만 덜렁하니 카메라에 담았다...오잉...아주머니..남비채 들고 오신다..더 드시라고 국자로 박박 긁어서 떠 넣어 주시네...우앙..고마울데가...다시 허겁지겁~냠냠~ㅎㅎ

호박죽 한그릇에 만족할만하게 배가 채워졌을리는 만무하고 3코스로 출발하기에는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아주머니~~여기 잔치커피도 한잔만 타주세요^^*

커피까지 합이 4천원이다. 참..호박죽은 개시한지 얼마되지 않았단다. 맛이어떠냐고 재차 물어 보는데, 맛있다고 했다. 맛없는걸 맛있다고 인사치레로 했냐고? 아니다 정말 맛있었다. 서비스로 큼지막한 귤도 하나 먹으라고 주신다. 올레꾼 특별서비스란다. 고맙습니다..넙죽~~
이정도 서비스면 7코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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