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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딸이 선생님께 보낸 문자 보고 화들짝 놀란 사연

by 광제 201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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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지난 일요일이었지요.

직장이 서비스 업종이라 주말이면 늘 바쁘답니다..
그래서 깜빡하고 있다가 어제서야 문득 생각이 납니다.

울 집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둘입니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 보내야 했던 스승의 날,
애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는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아내에게 물었더니, 학부모들은 별다른 행사(?)가 없었고

아이들 스스로가 선생님께 휴대폰으로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갑자기 메시지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더욱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딸애의 문자,
아빠에게 한번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보여주네요.

그런데 딸애의 휴대폰에 남아있는 문자를 보는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흠....."한 해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또는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등 감사의 뜻을 전하는 내용을 기대 했었는데,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보내는 감사의 문자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던 것이지요.

모르는 사람이 보기라도 하면, 늘 부탁이나 하고 특혜(?)나 받는 걸로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는 말도 있지만, 도둑질도 안했는데 얼굴이 다 화끈거리더군요.
생뚱맞은 문자를 받은 선생님의 반응도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우선은 무슨 뜻에서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무엇이 그리 부탁드릴게 많았던 것일까요. 딸애에게 물었습니다.

"연수야~ 늘 애쓰시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야지, 이건 좀 어울리지 않는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빠 그건...왜 그러냐면 말야...나도 처음엔 어떻게 보낼까 생각해 봤는데.."

"새학기가 되면서 선생님과 처음 같은 반이 되었거든...그래서 일 년 동안 잘 가르쳐 주시라는 뜻이야..글구 아직 애쓰시기도 전인데, 뭘......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는 4학년 끝날 때 쯤 하려구..."

딸애의 설명을 듣고 보니 딴에는 정말 그렇습니다. 애쓰시기도 전이라는 말에는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지요.
 

아직 학기 초라 가르침을 받아야 할 시간이 창창한데, 애쓰셨다는 표현보다는 잘 가르쳐 주십사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얼핏 보면 지극히 상투적인 인사말이라고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 많은 생각이 들어 있는 인사말이었네요. 그저 형식에 얽매인 인사말에 익숙해진 우리들 세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았답니다. 선생님도 딸애의 이런 뜻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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