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짐짝 다루 듯 하는 한국 사람들
며칠 전, 자신이 키우던 애완견을 잔인하게 학대한 50대 영국여성이 경찰에 연행되어 법의 심판을 받은 사건이 각종 포털에 올랐었지요. 이 여성은 애완견을 바다에 던지는 잔인한 학대를 저질렀는데요, 이 과정에서 애완견의 머리가 뒤틀리고 머리와 목, 그리고 등뼈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툭하면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잔인한 동물 학대 소식, 과연 남의 나라의 이야기일까요?
불과 며칠 전에 시내의 가축시장에 갔다가 직접 겪었던 일화를 듣고 나면, 결코 남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못할 것입니다. 동물학대에 관한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강아지들과 고양이, 그리고 닭과 오리들, 심지어 토끼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는 시내 재래시장의 가축코너. 마침 이곳에 승합차 한 대가 크락숀을 울리며 사람들의 틈을 뚫고 다가오더군요. 뒷 칸에는 짐을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밴 승합차였습니다.
뒷 칸에 실려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개 세 마리. 가만 보니 시장상인의 요청에 의해 싣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승합차 운전자가 개를 쉽게 내리질 못하더군요. 알고 보니 개를 가둬둘 철망이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후, 시장상인이 어디선가 철망 한 개를 들고 오는 것이 보이더니, 승합차 뒷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잔뜩 주눅 들어 꼬리를 내리고 있는 개 한 마리를 철망 속에 억지로 집어넣습니다. 개의 덩치에 비해 유난히 좁았던 철망. 개가 참 불편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 다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마리도 들어가기 힘든 철망 안에 나머지 두 마리의 커다란 개를 억지로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마치 종잇장 취급하듯 구겨 넣는 것이었습니다. 옴짝달싹,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았던 광경. 보는 사람의 숨이 턱하고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의식했는지, 도로 꺼내놓는 것을 보니 그나마 일말의 양심은 살아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돈벌이에만 눈 먼 상인들, 안타까워
씁쓸한 기분을 안고 발길을 옮긴 곳은 바로 옆, 아주 어린강아지를 팔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시장을 찾은 어린유아들이 강아지들을 구경하려고 몰려들곤 하는 곳입니다. 마침, 엄마를 따라 시장을 찾았던 한 어린아이가 강아지를 보면서 쓰다듬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른인 제가 보기에도 귀여운데, 애들의 눈에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흐뭇한 광경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놀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개주인.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결국에는 강아지 머리채를 잡고는 철망 우리 안으로 내팽개치듯 던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은 둘이서 노는 꼴을 못 보겠다는 뉘앙스입니다. 이러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지요. "사지도 않을 거면 만지지도 마~!"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지요. 강아지와 한참을 즐겁게 놀고 있던 아이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입니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아이의 엄마가 아이 손을 잡아끌며 자리를 피해보지만 아이의 시선은 내팽개쳐진 강아지에게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엄마, 강아지가 너무 불쌍해!" 엄마 손에 이끌려 자리를 피하며 아이가 하던 말이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어린 동심에 상처나 받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요.
상인들의 이런 폭력적인 행동. 과연 어떻게 보시는지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니 이해가 된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있는 데도 강아지를 다루는 모습이 이정도인데, 실제 농장에서는 얼마나 혹독하게 다룰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돈벌이가 되고 이로 인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면 진정 반려동물이라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뤄줄 수는 없는 걸까요. 어린아이들 보기가 창피한 어른들의 행동,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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