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답답함 날리는
제주도 섬 여행지 비양도
코로나로 답답함을 호소하시는 분들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만의 힐링법이 필요한데요, 제주도 섬속의 섬 비양도를 다녀왔습니다. 물론 저 혼자의 온전한 여행은 아니고요, 제가 활동하는 세계자연유산 제주 서포터즈에서 청정지킴이를 겸해 지질탐사 목적으로 다녀왔습니다.
비양도는 해마다 두 번 정도는 다녀오는 거 같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두 번째인데요, 소박한 제주만의 어촌 풍경과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비양도, 이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섬을 오가는 도항선 횟수도 늘고 섬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비양도를 가려면 우선 한림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한림항 동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비양도 대합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도항선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섬에 한 개면 충분한데, 왜 두 개의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하자면 길고요, 여객선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선 다양한 시간대를 이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는 않습니다.
운영하는 여객선은 천년호와 비양도호 두 개인데요, 천년호는 09:00, 12:00, 14:00, 16:00 이렇게 4차례 출발하고요, 비양도호는 09:20, 11:20, 13:20, 15:20 이렇게 4차례 출발합니다. 비양도에서 한림항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각각의 시간에서 15분을 더 하면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양도를 왕래하는 배편이 달랑 두 번에 불과 했는데, 이제는 비양도의 접근성이 한결 수월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비양도를 둘러보려면 비양도에 대해서도 간단히 알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비양도 스토리의 중심은 바로 섬의 탄생 유래입니다. 비양도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섬 중에서 가장 최근에 자연적인 현상으로 만들어진 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보면 고려시대인 1002년(목종5년)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에서 산이 솟아 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뚫리고 닷새 동안 붉은 물이 흘러나온 뒤 그 물이 엉키어 기와가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어떠한 화산활동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부분이지요. 불과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섬이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전설로 구성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도 참 재밌습니다. 지금부터 천 년 전, 본섬(제주도)에는 소악(봉우리)이 아흔아홉 봉뿐이어서 일백 봉을 채우지 못해 대국 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한 개의 봉이 굉음을 울리며 섬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는데, 바로 한림 앞바다까지 이르렀을 때 한 아주머니가 굉음에 놀라 집밖으로 나갔다가 날아오는 섬을 가만히 두면 마을과 부딪칠 것 같아 멈추라고 소리치자 지금의 위치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만약에 멈추지 않고 제주도로 날라 들었다면 제주도는 일백 봉을 거느리는 대국이 되었을 것이라는 전설이지요. 그래서 섬의 이름도 '날아온 섬' 이라는 뜻의 비양도(飛揚島)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섬 속의 담겨진 진실을 밝혀내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과연 비양도가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비양도에서 신석기 시대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최소 2만7천 년 전에도 섬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현재 비양봉 분화구 하나에서만 화산 분출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분화구가 지금 비양도의 북서쪽 해상에서 분화했던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렇듯 비양도에서는 제주도의 화산활동과 관련하여 다양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지질학적으로 매우 소중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고, 조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요, 실제로 산책로를 따라 비양도를 한 바퀴 걷다보면 이를 증명하는 다양한 지질형태들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비양도를 여행하게 되면 돌 하나, 풀 한포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유심히 봐주시길 바랍니다.
비양도는 비양봉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이어진 해안산책로, 그리고 펄낭염습지와 애기업은 돌(호니토), 코끼리 바위 등 소소한 볼거리들도 많지만, 영화 촬영지로도 이름을 알린 적이 있는 섬입니다.
2005년에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 비양도입니다. 당시 주인공인 고현정이 10년 만에 연예계 복귀로 드라마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기도 했었지요. 극중 정은(고현정)이 자라고 나중엔 그녀와 은호(지진희), 이복동생인 은섭(조인성) 등 세 주인공의 극적 만남과 이별, 해후 등 드라마의 결정적인 주요 장면이 모두 비양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비양포구 근처에는 그때를 회상할 수 있는 기념탑이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비양도는 해안으로 3.5km의 해안도로가 나 있습니다. 2001년에 완공된 도로인데요, 차량은 섬으로 들어올 수 없으니 다닐 일이 없고 간혹 하이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 도로를 질주하기도 합니다. 걸어서 30~40분 거리이니 도로주변으로는 비양도 탄생과 관련한 화산의 흔적들을 비롯하여 지질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현상들을 상당부분 관찰할 수 있으니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독특한 볼거리인 '애기업은 돌'입니다. 애기를 업고 있는 아녀자의 모습을 닮아 지어진 이름입니다. 전문용어로는 호니토(Hornito)입니다. 섬속 분석구인 비양봉과 화산생성물인 호니토, 그리고 초대형 화산탄들이 잘 보존되고 있어 비양도는 화산박물관이라고 합니다. 호니토는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채로 보통 내부가 비어 있는 굴뚝 모양을 이루며 이곳 비양도에서만 관찰되고 있습니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 호니토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높이는4.5미터, 직경이 1.5미터로 천연기념물 제43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비양도의 대표적인 풍경 중 하나인 '펄랑못'입니다. 길이가 500여 미터나 되는 습지인데요, 바다에 인접하고 있어서 밀물 때는 바닷물이 지하로 밀려들어 염습지가 되고,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져 나가 담수호가 되는 신비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양도에서는 각종희귀 식물을 비롯하여 동, 식물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어느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비양도는 천천히 돌아보는 데에 더 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은 은근히 시간에 쫓기게 되고 마음이 조급해 질수 있는데요, 천천히 돌아도 1시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고, 다시 비양봉을 올라보고 난 뒤에도 시간이 매우 여유롭습니다. 해안산책로는 꼭 돌아볼 것, 그리고 비양봉은 꼭 올라볼 것 이 두 가지는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