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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병원 무서워하는 아내, 응급실 실려간 사연

by 광제 2009.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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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아내를 보니 비로소 느끼는 부부의 소중함

일요일이지만 야근을 하고 나서 눈을 좀 붙이고 있는데 애들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아빠를 흔들어 깨웁니다. 엄마가 아파서 울고 있다는데, 무슨일인가 하고 급하게 거실로 나와 보니 아내는 거실 소파에 잔뜩 웅크린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습니다. 달려가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이 장난이 아닙니다. 아주 불덩이입니다. 어디가 그렇게 아프냐고 물어보니, 진짜 못 견딜 정도로 춥다고 합니다. 아니 이 무더운 날씨에 못 견딜 정도로 춥다니, 심한 몸살이겠거니 하면서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아픈 아내를 부축하고 차에 태웠습니다.

병원응급실로 향하면서 몇 일전 아내가 복부에 통증을 호소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병원 무서워하는 아내 어떡하나’ 라는 글에서 처럼 병원을 너무 무서워 하는 아내이기에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고자 했지만 아내가 극구 미루는 바람에 아직 정밀 진단을 받지 못했는데, 이러다가 괜히  뒤로 미뤄 큰일 치르는 건 아닌지 겁이 덜컥 납니다. 오늘은 복부통증은 없고 온몸에 힘이 없고 춥기만 하다는데, 제발 가벼운 몸살이기만을 바라면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더니 입원을 해야겠다고 합니다. ‘이런... 입원이라니 대체 무슨 병 이길래,’ 콩팥에 염증이 생긴 ‘신우신염’이라는 병이니  입원을 하여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심각한건지에 대해 모르는 놈이 입원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아주 가슴까지 벌렁거립니다.

일단 의사의 처방대로 주사와 약을 처방 받고는 닝겔까지 꼽아야 했습니다. 약 4시간 정도 닝겔을 맞으면서 차도를 지켜보자고 합니다. 염증이 가라앉으면 귀가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입원을 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신우신염’이란 병이 어떤 병인지 검색을 해봤습니다. 

   
Daum백과사전에 보니, 신장에 생기는 가장 흔한 질병으로 대개는 세균의 감염으로 생기며, 급성과 만성이 있답니다. 증상이 아내가 겼었던 그 증상 그대로입니다. 열이 많이 나고 춥고, 옆구리의 통증까지, 치료에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세균의 증식을 억제 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급성인 경우이고 ‘만성신우신염’은 치료를 게을리 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하게 발전하는 수가 있는 병이기도 했습니다.

두시간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니 아내가 혈색을 되찾았습니다. 이마를 짚어 보니 열도 완전히 내렸습니다. 한기도 가라앉았다고 하니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아파보니까 옆지기가 더욱 소중해 보이는 건지 모르지만 오늘따라 아내의 얼굴이 너무 안쓰러워 보입니다. 미련곰탱이처럼 병원에 가는 걸 그리 무서워하더니 결국 이런 꼴 당하고 말았습니다. 진즉에 정밀진단이라도 받았으면 이 지경까지 안 왔을지 모를 일인데 말입니다.

한편으론 차라리 잘 됐다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판을 벌리고 나니 병원이 무서워 못가겠다는 말은 못하겠지 싶어, 이 기회에 정밀 진단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아파 보니까 어때? 월요일에 제대로 진단 한번 받자.” 라는 말에 아내는 아무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 한 식구가 되어 지금 까지 살면서 한번도 병원신세를 져 본적이 없는 아내, 병원 침대에 누워 핼쑥해진 얼굴을 하고 닝겔을 꼽고 있는 아내를 보니 그 동안 아내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게을리 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몰려옵니다. ‘진짜 아프고, 힘들 때 옆에 누군가가 없으면 그 것처럼 비참한 것 없다’ 말이 생각납니다. 약 4시간의 치료를 마치고 병원 문을 나서면서 오늘에서야 부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요일이 아버지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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