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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해수욕장에서의 딸애, 쉬 하면 안 되는 이유

by 광제 201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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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수술을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올여름엔 가족나들이를 한 번도 못했네요. 이제 곧 여름방학도 끝나고 개학인데, 초등생인 애들 둘이 불만이 말이 아닙니다. 특히나 수영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운 터라 여름만을 학수고대하면 기다렸는데 정작 한 번도 다녀오질 못했으니 아빠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체면치레는 해야겠다 싶어 지난 주말에 제주에서 가장 물빛이 곱다는 곽지해수욕장엘 다녀왔습니다. 실은 다른 곳도 이 같은 물빛은 다 갖고 있긴 하지요. 집에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바로 곽지 해수욕장입니다.

이날은 아내를 비롯하여 조카네 가족 등 모두가 총 출동하였습니다. 수술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아내는 물에는 들어가지 못한 채 그늘 막에서 쉬어야만 했고, 이집 저집 합해 환호성을 지르며 바다로 뛰어든 애들만 해도 무려 6명이니 신경 또한 이만저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유난히 아빠를 따르는 초등 3학년인 딸애는 바닷물 속에서도 아빠 곁을 맴돌며 그동안 갈고 닦은 수영솜씨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잘한다고 박수를 쳐줘야 좋아라 합니다. 역시 뿌듯해 하는 딸애, 자유형으로 겨우 3미터 헤엄치면서 잘하는 줄 압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놀고 있던 중 딸애의 예리한 눈에 무엇인가 잡혔습니다. 급하게 아빠를 부르며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수영을 하던 꼬마아이가 부동자세를 취한 채,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이때 딸애의 한마디가 가관입니다.

"저저..나쁜 자식..."

헉~~! 초등생 여자의 입에서 무슨 욕이 이리도 험하게 튀어 나오나 했습니다.

"쟤가 무슨 나쁜 짓을 했어?"

"아빠~쟤가 방금 오줌을 싼 거 같애..."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척 보면 알지...몸을 부들부들 떨었거든..."


이런...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그걸 좀 다른 사람들 눈치라도 채지 못하게 쌀 것이지, 하필이면 예리한 우리 딸애에게 들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해수욕장에서는 화장실도 멀리 떨어져 있고 그래서 어른들도 은근슬쩍 싸고 그런단다..."

"우악~~!안돼~~!"

"왜 그래~!"

"나 조금 전에 자유형 하다가 물 많이 먹었는데..."

"컹.......;;"

지난해 풀장에 갔을 때도 소변이 마려울 때면 그때마다 엄마나 아빠를 찾았던 딸애입니다. 그냥 다른 애들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해결을 했으면 좋겠지만 딸애의 성격에는 그게 용납이 안 되나 봅니다. 화장실 데리고 가는 게 귀찮다고 내색을 할 수는 없고, 그나마 풀장 화장실은 가까운 곳에  있기라도 하니 그때는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곳은 바다의 한가운데,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열심히 놀던 딸애가 갑자기 옆으로 다가와서는 다른 사람들 들을까봐 속삭이듯 얘기를 합니다.

"아빠..나 화장실..."

참으로 난감한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화장실을 찾다니요. 조금 전 몸을 부들부들 떨던 애를 보고 기겁을 하던 애한테 차마 대놓고 '그냥 실례를 해라'고는 못하겠더군요. 고개를 돌려 화장실의 위치를 보니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한 거리에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손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저기 보이지..저기가 화장실이니까..여기서 보고 있을 테니 얼른 갔다 와라.."

"아빠 같이 가면 안돼?"

"다 큰 애가 어딜 같이 가....움직이지 않고 여기서 보고 있을 테니 후딱 다녀와라"

한참 실랑이 끝에 참기가 어려웠는지, 자리를 꼭 지키고 있으라는 당부를 수차례 하고는 화장실로 향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화장실로 향해 몇 발자국 움직이던 딸애가 갑자기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궁금해 하고 있는데, 잠시 후 딸애의 말 한마디..

"안가도 되겠다 아빠~~!"

"왜에?"

"싸버렸어..."

도저히 배꼽을 잡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다음 행동은 더 가관입니다.

"아빠 우리 저쪽으로 가서 놀자.."

"왜에..여기가 좋은데..."

"오줌물인데..또 물먹으면 어떡해..."

"......;;"

전국의 피서객 여러분! 사랑하는 우리의 자녀들이 해수욕장에서 오줌물을 먹지 않도록 아무리 급해도 볼일만은 반드시 화장실에서 해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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