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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만사

어른들 입맛 사로잡은 꼬꼬면, 아이들에겐 빵점

by 광제 201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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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면을 처음 먹어본 어린이들의 떨떠름한 반응

한국야쿠르트가 이경규와 함께 개발한 꼬꼬면이 천만 개 출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네요. 지난 8월8일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터트린 대박입니다. 구매처별로 구입하는 가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개에 850원씩 잡아도 무려 85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네요.

꼬꼬면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동네마트에서는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더군요. 최소 이틀에 한 번씩은 이용하는 동네마트,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수십 종의 라면이 진열되어 있는 판매대에서 꼬꼬면의 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꼬꼬면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번 맛을 봐야지 하면서도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든가 하지요. 한 달이 다 되도록 꼬꼬면 구경하기가 정말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며칠 전에는 크고 작은 동네마트 세 곳을 뒤져 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꼬꼬면. 이름 있는 대형마트에는 있을까 하고는 옆 동네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까지 찾아가봤습니다.


대형마트에서도 구할 수 없는 꼬꼬면

하지만 전국체인망을 갖춘 하나로마트의 진열대에도 꼬꼬면의 모습은 보이질 않더군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손님들이 꼬꼬면을 찾는답니다. 불행히도 중앙공급체계인 하나로마트에는 아직 꼬꼬면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 중에는 진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그런데, 규모가 큰 마트에는 없던 꼬꼬면을 작은 규모의 마트에서 만날 수 있었답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기대조차 않고 들렀던 마트에서 어렵게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다섯 개들이 두 묶음, 총 열 개를 8천원에 구입을 하였습니다. 보통은 9백 원이라고 하는데, 비교적 싸게 구입한 셈이네요. 그나저나 꼬꼬면 한번 먹어 볼라고 이거 뭐하는 짓인지...;;



꼬꼬면 두 묶음을 한손에 하나씩 들고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지요. 학생 때나 결혼초기에는 남자가 시장 본 식료품을 들고 다니는 것이 창피해서 속이 안 보이는 까만 봉지에 넣고 다니곤 했는데, 이젠 정말 아저씨가 다 된 모양입니다.

마침 같은 계단에 사는 이웃을 엘리베이터에 만났네요. 엄마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가 함께 올랐는데, 이 꼬마 녀석이 양손에 들고 있는 꼬꼬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표정을 가만히 보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있네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너 꼬꼬면 먹어는 봤어?"

"네!"

망설임하나 없이 당차게 대답하는 녀석, 물어본 나를 뻘쭘하게 만들어 버리네요. 다시 물었습니다.

"어때.. 맛있었지?"

"아뇨 맛없어요. 다시는 안 먹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단호한 대답이었습니다.

"오잉? 그래?? 이거 맛있다고 소문난 건데....;;"

이때, 이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어린이의 엄마가 거들고 나섰습니다. 얼마 전, 꼬꼬면을 사다가 온가족이 맛을 봤는데, 애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더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라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애들인데도, 평소에 먹어오던 라면 맛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애들이 생각하는 일종의 『라면맛』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꼬꼬면 열풍, 어린이들에겐 다른나라 이야기

조금 의외이기는 했지만 어린이도 어린이 나름대로 입맛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 한명이 하는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집에 들어와서 애들과 함께 꼬꼬면을 같이 먹어본 후 애들이 반응을 살펴보니, 매우 떨떠름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닭 육수의 맛을 내는 꼬꼬면의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


왜 그럴까요.

어제인가 인터넷에 오른 모 언론사의 기사를 보니, 꼬꼬면이 보수적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라면맛과 차별된 담백하고 칼칼한 맛이 기성세대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는 것이지요. 특히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 사이에 아침 해장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직접 먹어본 느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닭 육수로 맛을 내어 담백한 맛, 그리고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답니다. 더욱이 칼칼한 맛이 일품인데, 개운하면서도 매우 깔끔합니다. 이 맛을 보고 나니, 기존 얼큰한 맛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신라면 등은 약간 텁텁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한마디로 속 풀이용으로는 최고, 과연 열풍을 몰고 올만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이런 맛이라면 어린이들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을 맛입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칼칼하고 매운맛을 싫어하지요. 그래서 어떤 애들은 라면 사리를 맹물에 헹궈내서 먹기도 합니다. 애들에게 담백한 닭 육수의 맛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보여 지는 부분입니다.

먹는 내내 떨떠름한 표정이었던 딸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꼬꼬면의 면발은 꼬돌꼬돌함이 다른 라면에 비해 덜합니다. 다른 라면의 면은 쫄깃쫄깃하면서 입안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촥촥 감긴다고 보면 꼬꼬면의 면은 상당히 부드럽고 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쫄면을 좋아하고 쫄깃한 맛을 선호하는 애들에게는 이 부분도 마이너스라고 보여 집니다.

물론 어린이들의 입맛 또한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많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한건 아니지만, 최소한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보는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어쨌거나 저의 입맛은 단번에 사로잡은 꼬꼬면입니다. 앞으로 마트에서 라면을 구입할 때에는 어른용, 애들용, 두 가지를 구입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추천도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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