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본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현장
고려대장경판이 판전을 떠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이며, 이번 행사를 위해 일반에 공개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은 1993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것입니다. 이처럼 판경 진본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760여년을 이어온 고려대장경을 온전하게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판전 내부를 공개하거나 경판의 외부 반출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는 합천엘 다녀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경남도민일보'와 '쥬스컴퍼니'가 주최하고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이 주관한 행사입니다.
'합천 명소 블로그 탐방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이번행사는 블로그스피어에서 논객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한 분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보람 있고 뜻 깊은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편집국장을 지내신 정운현님, 퇴임은 하셨지만 온라인에서 교육열을 불태우고 계시는 참교육 김용택선생님, 시사논객 거다란님,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신 시사블로거 김주완님, 그리고 김훤주기자님, 시인블로거 한사 정덕수님, 평소 좋아하는 여수의 임현철님 등 23명의 블로거들이 함께하였답니다.
제주에서 출발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마산역, 한동안 화창했던 가을 날씨는 어딜 갔는지, 을씨년스러운 가을 가랑비가 마산을 처음 찾은 손님을 맞아주더군요. 제가 제주도를 떠나기만 하면 날씨가 이 모양이네요. 이것도 하나의 징크스인가 봅니다.
천년의 지혜가 살아있는 해인사
마산역에서 처음 뵙는 분들과 간간한 인사를 마치고 찾아간 곳은 해인사. 합천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해인사, 해인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고려대장경입니다. 우리 일행이 해인사를 찾은 이유는 바로, 이 일대에서 고려대장경 간행 천년을 맞아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이모저모를 취재하기 위함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속에 일회용 비옷으로 무장하고는 해인사로 향합니다. 아직 단풍이 들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 녹음이 잔뜩 드리워진 숲속은 비 날씨에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 한결 운치가 있어 보이더군요. 멀리 계곡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만 들어도 이미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입니다.
해인사로 향하는 발길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 해인사를 찾은 모습입니다. 축전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깃발이 나부끼고는 있지만 주행사장이 따로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조금 다운된 느낌. 행사 관계로 인파가 몰려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는지 곳곳에 정복 차림의 경찰관들도 배치되어 있는 해인사 경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대장경 판전과 경판을 얼마나 소중히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해인사 대적광전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판전 건물 모습
사진촬영 자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던 장경판전의 건물 외부와 먼지가 잔뜩 내려앉아 800년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경판을 일부를 독특한 창살사이로 살며시 들여다 본 것이 전부. 우리일행은 축전행사가 열리고 있는 주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풍류와 명상의 길, 가야산 소리길
해인사에서 축전이 열리는 가야면 야천리의 주행사장까지의 약 8km 거리에는 무료셔틀버스가 쉴 새 없이 운행되고 있었지만 그렇게 편히 이동하기에는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 축전에 맞춰 가야산 소리길이라는 테마로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따라 이동을 하는 것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야산 소리길
사시사철 물이 흘러 그물에 투영된 단풍 빛이 너무 붉고 고와 홍류동 계곡이라고 부르는 이곳. 단풍 명소로서 합천군의 8경(景)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해인사까지 약4km의 아름다운 계곡을 품고 있는 가야산 소리길은 이번에 합천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39억 원을 공동 투자하여 걷기 좋은 길로 새롭게 단장한 길로 총 6.3km의 명상의 길이기도 합니다.
홍류동 계곡
홍류동 계곡
홍류동 소리길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칠성대, 농산정, 취적봉, 낙화담, 분옥폭포 등 가야산의 19명소 중 12개의 명소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소리길에서 무엇보다도 압권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려한 계곡.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쉼 없이 흘러 한시도 눈과 귀를 가만두질 않습니다.
걷는 내내 자연의 소리와 함께한다 하여 지어진 이름도 소리길. 특히 가야 19명소 중 농산정에 이르면 맞은편에 최치원 선생의 친필로 암각 된 큰 바위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걷기열풍을 몰고 왔던 제주올레길이 시원한 풍경과 함께 제주도민들의 생활풍습 그리고 제주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치유의 길이라면 이곳 홍류동 소리길은 기암괴석과 우거진 송림사이로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이 있어 풍류와 명상, 마음을 다스리는 산책의 길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 같은 길입니다.
6.3km에 이르는 가야산 소리길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히 걸으면서 풍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험한 길을 다듬어 나무데크로 단장하였으며, 7개의 다리와 500m에 이르는 데크, 그리고 오솔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또한, 명상의 길부터 비움의 자리까지 총 10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테마로드로서의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길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풍이 붉게 물들어 홍류동 계곡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렇게 해인사에서 테마로드인 가야산 소리길을 따라 도착한 야천리의 주행사장.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하루에도 수만 명이 다녀간다는 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오전시간대에 수만 명이 다녀간 상태라는 이야기를 현장 안내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번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일반 축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축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른 축제와는 다르게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특이합니다.
우리일행은 단체할인을 받아 6천원을 내고 들어갔지만 일반 성인인 경우 일만 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요. 그럼 지금부터 살아있는 천년의 지혜 대장경 축전 주행사장의 이모저모를 살짝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려대장경. 1011년부터 시작해서 1087년까지 무려 77년 동안 제작해 완성되었던 초조대장경은 1232년(고려 고종19년)에 몽고군의 방화로 그만 불타 버리고 맙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236년에 다시 본격적으로 대장경 간행 불사를 추진하여 1251년에 드디어 완성을 하게 됩니다. 16년에 걸친 불사의 결실이 바로 지금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고려대장경인 것입니다.
2011년 은 초조대장경 간행 천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이번 축전은 9월23일부터 시작하여 11월6일까지 무려 45일간 계속하여 열리며 가장 큰 목적은 천년을 이어온 대장경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토론과 강연을 통해 대장경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것은 물론, 국내외 여러 단체의 다양한 공연을 통한 소통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을 통해 대장경의 신비와 고려인의 지혜를 공유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행사장에는 '대장경천년관', '지식문명관', '정신문화관', '세계교류관', '공연장' 등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에게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답니다. 시간을 놓쳐 볼 수는 없었지만 대장경의 지혜를 배워보는 각종 문화행사, 대장경 판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행사 등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가장 시선을 끌었던 곳은 아무래도 대장경천년관. 팔만대장경의 현재와 천 년 전의 과거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팔만대장경의 의의를 소개하는 기념관입니다. 특히 1층에서부터 2층까지 슬로프를 타고 올라가면서 전시물을 관람하도록 연출한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끕니다. 지름 19m, 높이 10.2m의 원형전시대의 전체 벽면을 활용한 360° 3D 랩핑 영상을 통해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팔만대장경의 웅장함과 무한한 신비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불교경전의 기원과 대장경 탄생의 시대적 배경, 외세의 침입으로 시련을 겪었던 과정을 통해 대장경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16년에 걸쳐 대장경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경판 한 장 한 장에 담긴 경이적인 기록들을 살펴볼 수가 있으며, 특히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과 국보 206호인 고려 각판 '화엄경 변상도'를 직접 눈으로 볼 수도 있답니다.
더군다나 고려대장경판이 이번 경우처럼 장기간에 걸쳐 외부에 전시되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 행사가 끝난 뒤 앞으로 최소 100년간은 판전 내부와 진본 공개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하니, 어쩌면 이번 축전에서의 대장경 관람이 이 시대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신비로운 고려대장경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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