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의 해안가에 가면 불야성을 이룬 밤바다가 참으로 볼 만합니다. 한치, 갈치, 방어, 고등어 등 바다생선들이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지요. 방어축제에서 보듯이 올해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띠게 대물생선들이 많이 잡히는가보더군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다생선들. 일 년 중에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이 바로 지금이라고도 합니다. 사면이 바다로 이뤄진 제주도라지만 이러한 생선들을 식탁에 올리려면 가격이 만만치 않지요. 중간 상인들을 한 두 단계 거치다 보면 가격은 산지에서 보다 두세 배는 올라있기 때문입니다.
낮 시간에 잠깐이라도 여유가 있어 집에 있는 날이면 아내가 유난스럽게 보채는 것이 있답니다. 동네포구에 배가 들어올 때가 되었으니 나가보자는 것입니다.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건지, 시중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동네 아줌마들의 정보력은 알아줘야합니다.
이미 고등어 배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는 조그마한 동네포구의 풍경입니다.
자정에서부터 새벽까지의 시간대에는 한치나 갈치, 오전 낮 시간대에는 고등어를 실은 어선들이 동네 포구로 접안을 시작합니다. 이 시간쯤 되면 수조를 실은 횟집 트럭들이 하나둘 포구로 모여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등어 배들이 접안을 끝내면 일손들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는 사람들과 이왕이면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어민들 간에 흥정이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흥정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아는 처지 이웃사촌들입니다. 인상 찌푸리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말만 잘하면 서너 마리 그냥 얹어주는 것은 예사입니다.
어선의 수조 안에는 고등어들이 가득입니다.
요즘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씨알도 아주 굵습니다. 얼핏 보아도 30~40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이정도 크기의 자반고등어를 시중에서 구입하려면 한 마리에 최소 4~5천원은 줘야 할 겁니다.
시중에서 4~5천 원 하는 고등어 이곳에선 겨우 1천 원대
하지만 이곳에 오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싼 가격에 고등어를 구입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시간에 맞춰 포구로 모여듭니다. 준비물도 갖춰야 합니다. 우선은 고등어를 담을 바가지는 필수. 고등어를 손질하기 위해서는 도마와 부엌칼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아저씨 우리 집은 2만원어치요~~!"
"에이..겨우 그거에요? 몇 마리만 더 주세요...."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아주머니들의 읍소(?)에 마음씨 좋은 선주 아저씨는 못 이기는 척 몇 마리를 더 얹어 주십니다. 시골이 좋은 이유입니다.
계속되는 흥정.....
우리도 2만원어치만 달라고 하였습니다.
파닥파닥 살아보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치는 싱싱한 고등어들. 애주가들 모였으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몇 마리는 횟감으로 포를 뜨는 광경이 펼쳐졌을 겁니다.
우리가 구입한 2만 원어치 고등어입니다.
세어보니 16마리나 주셨습니다. 겨우 1200원꼴입니다. 이정도의 가격에 고등어를 구입한다는 건 거의 거저입니다.
구입하고 나면 현장에서 손질까지 마쳐야합니다.
집으로 갖고 가서 손질하려면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를 감수해야만합니다. 비린내는 둘째 치고라도 맛있는 고등어를 먹기 위해선 바닷물로 손질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한동안 활발했던 거래가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손질하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 많은 고등어를 모두 손질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손질한 고등어는 소금으로 간을 약하게 한 후, 살짝 물기를 빼어 한 마리씩 비닐 팩에 넣어 냉동실에 뒀다가 구워 먹어도 좋구요. 곧바로 구워먹거나 조려먹어도 아주 그만입니다. 이렇게 싱싱한 고등어의 익은 살점은 젓가락을 갖다 대기만 해도 살살 녹아내릴 정도로 매우 부드럽답니다.
바닷가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것.
다른 물고기들에겐 횡재나 다름없습니다. 어디에 있다가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셀 수 없이 많은 전갱이들이 떼로 모여들었습니다.
조그마한 고등어 살점 주위로 모여든 전갱이 떼들.
먹고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전갱이들이 씨알도 굵습니다.
뜰채가 옆에 있었으면 스치기만 해도 한바가지는 건져 올릴 수 있겠더군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반입니다. 포구의 수질치고는 물도 참 맑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이 전갱이로 젓갈을 담아 먹기도 한 답니다. 맛을 아는 사람들은 횟감으로 먹기도 하구요. 고등어 보다 더 맛있는 횟감이 바로 전갱이 회입니다. 고등어 보단 한 단계 위의 고급어종인데 씨알이 조금 작은 것이 흠이지요.
눈앞에 아른거리는 전갱이 떼들. 한바가지만 건져 올려도 며칠 동안 반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아내가 그림의 떡을 쳐다보듯 아쉬운 표정을 짓더군요.
얼마 전 TV에 보니 아프리카에 간 김병만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던데, 저도 한번 시도해 보고픈 충동이 일어나더군요. 정말 생각처럼 잡혀줄까요?
자 그럼 지금부터 전갱이를 손으로 잡는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녀석들을 유혹할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포를 뜨다 남은 고등어 살점을 이용하기로 했답니다. 손가락 틈에 고등어 살점을 끼운 채 녀석들을 유혹합니다. 잔머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겁니다. 이제 손안 사정권에 녀석들이 들어오기만 하면 그냥 오므려 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수 십 차례. 잡힐 듯, 잡힐 듯 잡혀주지 않은 전갱이들.
저 전갱이들 눈빛 좀 보시지요.
녀석들 뭔가 알고 있는 표정입니다.
제발 한 마리라도 잡히기를....
무려 10분 동안 헛손질만 해댔다는 거 아닙니까.
저 녀석들 입장에서는 물속에서 사람 손에 잡혔다고 하면 그보다 더한 치욕은 없겠지요. 결국 만져보지도 못하고 포기. 고등어에 전갱이까지 덤으로 챙겨보려고 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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