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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차량 속에 떨어져 있던 담배의 정체, 알고 보니

by 광제 201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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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도에 집중호우가 내리던 날, 서울에 급한 볼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하루 만에 볼일을 마치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제주공항,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세차게 내려 붓는 빗줄기 때문에 아내가 어렵게 차를 몰고 공항으로 왔더군요. 우산을 챙기지 못한 탓에 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하기에도 불편한 날씨입니다. 비 날씨에도 공항으로 달려와 준 아내가 참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차에 올라타면서 보니 자동차의 바닥에 이상한 물체가 시선을 스쳐가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띠지 않는 공간, 시트 아래쪽 조그만 틈사이로 보이는 하얀 물체, 알고 보니 담배 갑이었습니다. 정말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어린 아들을 위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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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왜 내 자동차에 담배 갑이 떨어져 있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쓰레기 하나 치운다는 생각으로 집어든 것이었지요. 무의식에 집어든 담배 갑, 당연히 속은 비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느낌이 묵직하더군요. 뚜껑을 열어보니 딱 한 개피의 공간만 비어있는, 거의 한 갑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왜 이런 것이 왜 내 자동차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일까. 가끔 지인들도 태웠었고 담배를 피우는 동생들도 옆에 탄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얼마 전 세차를 할 때에도 보이지 않았던 물건입니다. 물론 어디엔가 틈새에 끼어 있다가 차량이 흔들리면서 눈에 띠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이 상황에서 아들 녀석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일까요. 이제 중학교에 것 입학한 어린 아들, 세상이 워낙 어수선 하다 보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부쩍 신경이 쓰였던 아들입니다. 그래서 부자간에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더욱 소통을 중시하고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담배 갑을 손에 들고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합니다.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설마 믿었던 아들이? 하룻밤 자고나면 매일같이 청소년들의 문제가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흡연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다른 아이들에게서 벌어지는 일, 내 아이라고 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한 것입니다.

만에 하나, 아들 녀석이 소지를 하고 있다가 떨어뜨렸을 수도 있다? 아무리 가정이라곤 하지만 생각하기조차도 싫은 끔찍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더더욱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사실여부를 어떻게 알아내느냐 가 더욱 문제입니다. 자칫 섣불리 접근했다가 어린 아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아주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인 듯, 서로 얼굴만 멀뚱히 쳐다봅니다.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봅니다. 어린 아들을 먼저 의심할게 아니라,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하는 다른 상황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바로 이때, 한 가지 상황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제주피플이란 후배와 서귀포에 볼일이 있어 동행을 했던 일이 있었던 것입니다. 담배가 떨어져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그 후배가 앉았었지요.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발 담배의 주인이 후배이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바로 전화를 받는 후배, 먼저, 무슨 담배를 피우냐고 물어보았지요. 서슴없이 '원'이라고 대답하는 후배, 그리곤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던 가 봅니다. "혹시 차에 담배가 떨어져 있었냐."고 숨 돌릴 새도 없이 물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긴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달랑 한 개피 피우고 잃어버린 담배 아까워서 혼났다는 후배, 왜 이 순간에 이후배가 이토록 고마운 것일까요.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아내도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비록 잠깐 동안이긴 했지만 착한 아들을 의심했던 그 상황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또한 어린 자식마저도 믿지 못하게 만드는 어수선한 사회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날 저녁 아들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없었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더군요. 행복한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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