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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난생처음 자식에게 받아본 항의 문자메시지

by 광제 201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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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출근한 일요일 아침,
직원 휴게실에서 모닝커피를 한잔하면서 TV를 보니 무슨 강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더군요.

처음부터 보질 않아서 무슨 코너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개그맨으로 활동 중인 고혜성씨가 출연하여
자신감과 긍정의 힘이란 내용을 갖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띤 강의를 펼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충만 보아도 아들 녀석에게 아주 유익한 내용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은 아침 9시를 육박하는 시간이었지만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 뻔하였습니다.
하지만 강의 내용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부랴부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어서 빨리 아들을 깨워서 TV 좀 보게 하라고 말입니다.
알았다는 대답을 듣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자신감이 필요해 보이는 아들에게 강의내용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름 흐믓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잠시 후면 황당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말입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3분이나 지났을까,
딸애에게서 뜬금없는 문자메시지가 날라 온 것입니다.
내용부터가 아리송합니다.

"아빠...난?"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딸애도 마찬가지로 일요일 아침이라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혹시 잘못 보낸 것은 아닐까. 한참을 고민 끝에 답장을 보냈지요.



그런데 다시 날라 온 딸애의 문자를 보고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빠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는 딸애,
지금까지 살면서 이러한 내색을 한 적이 없었던 딸애라 적잖이 당황했는데요,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저의 전화를 받은 아내,
TV에 좋은 내용이 방송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들 녀석을 서둘러 깨웠나 봅니다.
이때 자기 방에서 잠을 자던 딸애가 이 소리를 듣고는 자기는 보면 안 되냐며 깨어난 것이었지요.
하필이면 아내가 "아빠가 오빠만 깨우라했는데...." 이게 화근이 되었던 것입니다.

잔뜩 화가 난 딸애가 아빠에게 섭섭한 마음을 담아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었지요.
성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강연 내용을 보고는 위와 같은 내용을 적어 보낸 것입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냥 둘 다 깨워라 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평상시는 딸애를 그렇게 아끼면서도 교육과 연관된 일이 있으면 왜 아들이 먼저 떠오르는지,
아마도 나의 잠재된 의식 중에는 자식에게 조차도 남녀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았는지,
딸애에게 뒷통수 한방 크게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추천은 또 하나의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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