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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맛집&카페

제주 가파도의 맛집에서 접한 엄청난 비주얼의 해물짬뽕

by 광제 201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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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파도의 맛집에서 접한 엄청난 비주얼의 해물짬뽕

 

청보리의 초록섬 가파도의 신기한 짬뽕 색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가파도 청보리 축제, 무려 한 달 간 이어지는 청보리 축제는 이제 며칠 후면 막을 내리게 되는데요, 갈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힐링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곳 가파도와 마라도, 제주도에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섬인데도 불구하고 해마다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여행사를 끼고 패키지여행을 즐기던 시절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지요. 올해 가파도에서 열리는 청보리 축제는 7회째로서, 3회까지는 2~3일에 불과하던 축제 일정을 4회째부터는 한 달 가량 기간을 조정함으로서 청보리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내내 가파도 섬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국토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는 마라도가 있지만, 모슬포항에서 마라도의 중간지점에 소박하게 바다위에 떠 있는 섬 하나, 지형적으로 해발고도가 아주 낮은 섬이다 보니 비슷한 수평선상에서 보면 형체를 잘 알아보기 조차 힘들 때도 많습니다. 실제로 해상에 해무가 자욱하게 낀 날씨에는 아주가까이 접근해야만 가파도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가파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해발고도로는 20미터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높낮이의 편차가 거의 없는 대지가 온통 초록빛 청보리로 넘실대고 있으니 장관이 아니라 할 수 없지요.

 

 

 

가파도에 대해 잠깐 알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가파도는 10년 전 만해도 여행객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처 해상에 있는 최남단 마라도가 각광을 받으며 배를 타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그저 스쳐지나가는 섬으로만 기억됐던 가파도가 불과 몇 년 전 1박2일에 소개되고 올레 코스까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을 타고 남쪽으로 약5.5km 해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최남단 마라도까지의 거리가 약11km이니 정확히 절반의 위치에 가파도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과거에는 마라도와 같은 무인도였다가 1824년에서야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가파도. 0.85평방킬로미터의 조그마한 섬에 농사와 더불어 해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섬이며, 정겨운 마을의 풍경과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인정이 남아 있고, 제주도를 축소시켜 놓은 느낌, 하여 이곳을 가리켜 작은 제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곳에 처음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은 사람이 살기 시작한 1824년 보다 74년 전인 조선 영조26년, 1750년입니다. 목사 '정언유'가 이곳에 흑우장을 만들고 흑우 50두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흑우를 방목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탓에 흑우의 약탈이 빈번하여 이를 막기 위하여 주민의 입도를 허가 하는데, 그때가 바로 1824년이며, 모슬포에 살고 있던 주민 40여 가구가 이주를 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이후 오랜 세월 많은 주민들이 도회지로 떠나 빈집들이 즐비하지만 아직까지 풋풋한 사람 냄새가 풍기는 곳이 가파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파도의 특이한 점은 주민자율 결의에 의하여 술 판매를 금지 했던 마을이기도 하며, 자가발전시설로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주민들이 입주당시에는 '더우섬', '개파도'로 부르다가 후에 '가파도(加波島)'라 부르게 되었는데, 더욱 역사적인 사실은 우리나라가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곳이 바로 가파도라는 사실입니다. 1653년 네덜란드인 핸드릭 하멜이 '하란선 제주도 난판기'와 '조선국기' 저술할 때 정확히 소개됐던 곳이 가파도입니다. 하멜의 기록에는 '케파트(Quepart)'라는 지명으로 가파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항선에서 내리자마자 소박한 느낌이 전해지는 가파도, 마을 안길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청보리의 초록빛 물결, 시원한 바람과 함께 후각을 자극하는 특유의 바다내음, 그리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제주본섬의 풍광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한방에 모조리 날아가는 기분입니다. 힐링을 원하고 걷기를 희망하는 여행자들이 가파도를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파도는 참으로 볼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소방차라도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1톤 트럭으로 만들어진 소방차가 또 한 번 시선을 잡아끕니다. 이처럼 가파도에는 아기자기한 볼 것들이 많습니다. 이 작은 섬 안에 교회와 사찰, 학교와 지구대, 보건소까지 다 있습니다.    

 

 

 

청보리와 독특한 볼거리에 취해 아무런 생각 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하동마을에 이르렀습니다. 참고로 가파도는 도항선이 접안하는 상동마을과 섬의 반대편에 있는 하동마을로 이뤄졌습니다. 섬이 워낙에 좁다보니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동마을에 도착하면서 보니 예전에는 안보이던 음식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에는 이곳이 그냥 개인주택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테이블은 이미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직원들은 쉴 틈 없이 테이블과 주방 사이를 오갑니다. 맛이야 아직 먹어보기 전이니 어떨지 모르겠지만 문틈사이로 새어나오는 구수한 국물냄새와 분주한 식당내부의 분위기를 보고나니 침샘이 고여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배를 타고 이동하느라 허기진 탓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맛있게 식사를 하는 면전에다 대고 사진을 찍기가 그래서 마지막 손님들이 다 빠져나가고 난 뒤에야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흡사 한바탕 큰 전쟁을 치른 듯한 식당의 내부 모습입니다. 가파도는 지역 특성상 섬이다보니 예정됐던 도항선 시간을 놓치게 되면 또 몇 시간, 또는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점 또한 최소한 도항선이 출항하기 몇 분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것이지요.

 

 

 

밖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는 것을 보고는 들어가 앉았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 실로 엄청난 비주얼의 짬뽕이 입맛을 돋웁니다. 누가 추천하지 않아도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느낌의 짬뽕, 이 집에서 취급하는 메뉴는 해물짬뽕과 해물짜장, 그리고 해산물, 딱 세 가지였습니다. 비주얼이 돋보였던 해물짬뽕은 9천원, 해물짜장은 6천원, 해산물은 양에 따라 3만원과 2만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맛보기 위하여 해물짜장과 해물짬뽕을 주문하였는데, 해물짜장은 다른 곳에 비하여 신선하고 독특한 해물이 몇 가지 들어간 것 빼고는 크게 다른 점을 찾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해물짬뽕, 옆 테이블에서 남들이 먹는 것을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눈앞에 마주하고 보니 실로 대단한 비주얼입니다. 신기한 핑크빛의 가시리 해물을 비롯하여 미역과 커다란 뿔소라에 바닷게와 문어를 투박하게 썰어서 얹은 놓기도 하였습니다. 면빨이 보이지 않을 정로도 가득한 해물과 야채들, 정말로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릇이 작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득한 해물들

 

 

 

어렵게 면을 건져서 올려보니 독특하게도 초록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초록빛의 청보리로 대변되는 가파도, 그래서 그런 걸까요? 그런데 무엇으로 이런 색을 넣었을까요? 처음에는 녹차면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금치를 갈아서 넣었다고 하더군요. 먹어보니 상당히 쫄깃했습니다.

 

 

 

해물과 야채에서 우러나온 국물이라 상당히 담백하고 시원했습니다. 짬뽕은 국물이 맛을 좌우하게 마련인데,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100점 만점에 95점은 되겠더군요.

 

 

 

해물과 야채의 비율이 눈에 띠게 많다 보니 면을 건져 올리는지 야채를 건져 올리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렇게 야채를 많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먹을 때는 상당히 배가 불렀는데, 조금시간이 지나니 속이 아주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짬뽕을 먹다가 국물에서 발견된 신기한 이물질(?)하나, 처음에는 이게 무엇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바닷게였습니다. 아주 작은 녀석이었는데, 이렇게 작은 녀석이 어떻게 짬뽕 국물에 들어있는 것일까요. 유추해보면 이곳에서 국물을 내는데 사용하는 해산물들 대부분 이곳 가파도 현지에서 조달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돼지고기는 헝가리나 덴마크산, 전복은 완도산, 고등어는 뉴질랜드산, 제주도에서 판다고해서 다 제주도산은 아닌 경우도 있다는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보는 즐거움을 찾아 떠난다고 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빼 놓곤 말할 수 없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습니다. 행여 가파도에 가신다면 한번쯤 들러 보시길 권합니다. 가파도에 갈 때마다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 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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